"기술 발전이 프리랜서 다수 양산…정부에 큰 문제 될 것"
"기술 발전이 프리랜서 다수 양산…정부에 큰 문제 될 것"
  • 뉴시스
  • 승인 2019.11.09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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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글로벌 혁신 성장 포럼 주제 토론
'韓 지속 가능한 성장 위한 혁신 과제'
WB 소장 "플랫폼 확산…프리랜서 양산"
"정부, 노동 시장 적응 어떻게 돕느냐"
"평생 학습·사회 보장·세입 확충 필요"
"규제 자주 갱신해야 지속 성장" 지적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제1회 글로벌 혁신성장포럼’.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제1회 글로벌 혁신성장포럼’.

 기술 발전이 노동 시장을 변화 시켜 프리랜서(Freelancer·비전속 근로자)를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노동 시장이 이를 수용할 적응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정부가 어떻게 돕느냐가 큰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소훈섭 세계은행(WB) 한국 사무소장은 7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2019년 글로벌 혁신 성장 포럼'의 주제 토론에 패널로 참석해 위와같이 밝혔다.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가 진행을 맡고 소 소장, 김정욱 한국개발연구원 규제연구센터장, 송승헌 맥킨지 시니어 파트너, 이주량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장이 함께한 이날 토론은 '한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혁신 과제'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소 소장은 4차 산업 혁명이 일자리에 미칠 영향에 집중했다. 그는 "고숙련 근로자와 저숙련 근로자 비율이 높아지는 등 디지털화는 노동 시장을 양극화한다. 기술 발전은 노동자의 업무 수행 방식과 조건을 바꾸고 있다. 플랫폼 확산으로 인해 프리랜서 등 단기 직장 작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세계 인구의 3% 미만이지만 WB는 이들 비중이 계속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노동 시장이 기술 발전을 받아들일 적응력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소 소장은 "노동 시장이 변화에 대처할 적응력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정부가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가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WB는 인적 자본과 평생 학습의 중요성, 사회 보장과 노동 정책, 세입 기반 확충 등 세 가지의 정책 과제를 제언했다.

소 소장은 "한국은 인적자본지수가 세계 2위일 정도로 많은 투자를 해왔지만 앞으로는 새로운 교육 훈련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라면서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다고 학습 효과가 무조건 크지는 않다. ICT 하드웨어를 무턱대고 도입하다가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에서 ICT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사회 보장은 저소득층과 관련이 깊다. 기술 발전으로 인한 노동 시장의 변화를 대처할 때 사회 보장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소 소장은 "저소득층에 대해 상당한 비용이 요구된다. 빈곤격차를 줄이고 기본소득을 달성하기 위해 저소득 국가가 전체 인구를 책임지려면 국내총생산(GDP)의 20%에 이르는 상당한 비용이 요구된다"면서 "사회 보장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세수 증대가 필요하다. 개발도상국은 선진국 대비 조세 측면에서 뒤떨어져 중요한 과제"라고 분석했다.

구윤철(앞줄 오른쪽 다섯번째)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제1회 글로벌 혁신성장포럼’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구윤철(앞줄 오른쪽 다섯번째)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제1회 글로벌 혁신성장포럼’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이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려면 규제개혁을 더 자주 갱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센터장은 "규제 개혁의 성과는 단시간에 그친다. 지금 규제를 업데이트(Update)하더라도 2년이 지나면 낡고 해묵은 것이 되기 때문"이라면서 "한국 정부가 많은 규제를 개혁했지만 현장에서는 더 많이 요청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규제 간극을 좁히려면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센터장은 "WB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내는 자료를 보면 제도와 관련해 한국은 좋은 점수를 받는다. 그러나 기업을 설문 조사해보면 규제 개혁 체감도가 현저히 낮게 나온다"면서 "규제하는 정부 입장에서 이를 완화하려고 노력하지만 현장과 괴리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노력하는 것과 기업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기업은 기존의 레거시(Legacy·유산)를 버리고 과감히 혁신하겠다는 마인드셋(Mindset·사고방식)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송 파트너는 "한국 기업의 기술 접근성이나 혁신적인 기술 보유도는 세계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기술 인프라가 상당히 우수하고 자본이 부족하지 않으며 이를 적용할 대기업·중소기업 구성도 다양하다"면서도 "경영진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기존 것을 버리고 혁신하고자 하는 마인드셋이 있느냐가 중요하다. 레거시를 아까워한다거나 임기가 얼마 안 남아 위험을 회피하려는 행위 등이 이것(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혁신)을 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혁신을 몸소 실현, 시장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된 기업의 사례도 제시됐다.

이 본부장은 "제조업 분야를 보면 테슬라가 게임의 법칙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BMW는 지난 2015년 '7시리즈'를 출시하며 차선 유지·자동 주차 기능을 탑재했다. 이전 차량을 구매한 고객이 이 기능을 이용하려면 보유 차량을 팔고 새 모델을 사야 한다. 그러나 테슬라의 접근 방식은 달랐다. 2012년 자율 주행 기능을 탑재한 '모델 S'를 출시하며 이전 차량까지 포함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이전 차량을 구매한 고객도 자율 주행 기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알렸다.

이 본부장은 "기존 산업에서 게임의 법칙이 변하고 있고 이를 선도하는 기업은 많은 크레디트(Credit·신용도)를 받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들도) 근본적인 리셋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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