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방랑자들ㆍ올가 토카르추크, 돈 후안ㆍ페터 한트케, 사냥개자리ㆍ예른 리르 호르스트
[새 책]방랑자들ㆍ올가 토카르추크, 돈 후안ㆍ페터 한트케, 사냥개자리ㆍ예른 리르 호르스트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9.11.14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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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들』은 2018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대표작이다. 이 책은 여행, 그리고 떠남과 관련된 100여 편이 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기록한 짧은 글들의 모음집이다. 어딘가로부터, 무엇인가로부터, 누군가로부터, 혹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사람들, 아니면 어딘가를, 무엇을, 누군가를, 혹은 자기 자신을 향해 다다르려 애쓰는 사람들, 이렇듯 끊임없이 움직이고, 이동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휴가를 떠났다가 느닷없이 부인과 아이를 잃어버린 남자, 죽어 가는 첫사랑으로부터 은밀한 부탁을 받고 수십 년 만에 모국을 방문하는 연구원, 장애인 아들을 보살피며 고단한 삶을 살다가 일상에서 탈출하여 지하철역 노숙자로 살아가는 여인, 프랑스에서 사망한 쇼팽의 심장을 몰래 숨긴 채 모국인 폴란드로 돌아온 쇼팽의 누이, 다리를 절단한 뒤 섬망증에 시달리는 해부학자, 지중해 유람선으로 생의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그리스 문명의 권위자의 이야기까지, 여러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여행이란 단순히 바다를 건너고, 대륙을 횡단하는 물리적인 이동만을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향한 여행, 묻어 두었던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시도, 시련과 고통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또한 이 방대한 여정에 포함된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독자의 입장에서 이 책을 통해 직접 가 보지 못한, 머나먼 타국의 이국적인 장소들을 간접적으로 방문해 보고, 다양한 정보를 접하게 되는 것, 지구촌 곳곳에서 여러 흥미로운 인물들과 그들의 생의 단면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역시 일종의 여행인 것이다. 당신은 이 책을 통해 생이 시작된 순간부터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의 한계에 쫓기며, 소멸을 향해 하루하루 달려가는 존재와 그들의 여행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600쪽, 민음사, 16,000원

 

△『돈 후안』은 파격과 독창의 언어로 도발한 독일 문단의 이단아로 불리며 201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페터 한트케의 신작이다. 돈 후안은 카사노바와 달리 상상 속의 인물로, 17세기 프랑스의 극작가 몰리에르가 그의 희곡에 처음으로 돈 후안을 등장시킨 이래 모차르트는 그의 오페라 [돈 조반니]에서 돈 후안을 그리고 있으며 버나드 쇼, 키에르케고르 등의 철학자들은 인간의 심리를 파헤치기 위해 자신의 저서에 돈 후안을 등장시켰다. 하지만 저자의 돈 후안은 이들이 그린 난봉꾼, 위선자, 성격 파탄자의 돈 후안과는 다른 모습이다. 어느 날 ‘나’의 정원에 돈 후안이라는 존재가 등장한다. 17세기에 사라졌던 돈 후안이 나타난 것이다. 이후 소설이 전개되는 내내 돈 후안은 청자의 이의 제기를 거부하는 형식으로 의사소통을 거부한다. 매일매일 일주일 전의 오늘로 돌아가 자신의 하루하루를 증언하는 돈 후안은 그 형식이 독특하긴 해도 적어도 줄거리만은 살아 있다. 저자의 소설은 확실히 난해하다. 언어 파괴와 함께 형식 파괴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앞으로도 언제나 문학계의 '이단아’겠지만, 그의 실험정신은 그를 세계 문학계의 ‘거장’으로 남게 해줄 것이다. 난해하지만 몇 페이지만 읽어도 빠져들게 되는 그만의 분위기가 있는 『돈 후안』을 추천한다. 173쪽, 배가북스, 8,500원

 

△『사냥개자리』는 북유럽 차세대 경찰소설의 대가 예른 리르 호르스트의 신작이다. 이 책은 진정한 의미의 경찰에 대한 주인공 비스팅의 고뇌가 담겨 있는 묵직한 스릴러 경찰소설이다. 십칠 년 전, 실종된 세실리아 린데를 찾기 위해 분투하던 비스팅은 비록 살인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범인을 검거하여 죗값을 치르게 한 덕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비스팅은 시민들이 생각하는 ‘훌륭한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며 스스로도 떳떳하게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 세실리아 린데 사건의 범인을 지목하는 중요한 증거가 경찰에 의해 조작되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비스팅은 정직 처분을 받고 굶주린 언론의 사냥감으로 전락했다. 그 기사는 바로 딸 리네가 다니는 신문사에서 처음 터져 나왔다. 리네는 아버지에 관한 추잡한 기사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기자로서 동분서주한다. 전작 『추락하는 새』에서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이번에 리네는 직접 살인범과 조우하여 격투를 벌이거나 미행을 추진하거나 증거를 수집하는 등 훨씬 큰 활약을 선보인다. 그녀의 무기는 일촉즉발의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뛰어난 판단력과 위험과 부딪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한 심성이다. 침착한 아버지와 겁 없는 딸로 이루어진 이 듀오의 활약은 ‘빌리암 비스팅’ 시리즈에서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경찰과 기자가 양면에서 펼치는 수사는 독자들에게 두 가지의 시선을 제공해 사건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한다. 당신은 ‘빌리암 비스팅’ 시리즈를 통해 활기찬 북유럽 경찰 수사라는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412쪽, 엘릭시르, 1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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