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이기는 것
자기를 이기는 것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9.11.1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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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공자의 제자인 자하와 증자가 길에서 우연히 만났다. 자하의 위아래를 훑어보던 증자가 물었다. "형님께서는 전에는 뼈만 남아 앙상하더니 어째서 요즘은 그렇게 풍채가 좋아지셨소?

자하가 우쭐거리며 말했다. "싸움에서 이겼기 때문일세"

"그게 무슨 뜻입니까?" 증자가 의아하여 물었다.

"내가 집에 들어앉아 요 순 우 탕과 같은 선왕의 가르침을 읽어보고 거기에 마음이 끌렸다네. 그런데 거리에 나가 세속의 부귀영화를 보니 또 거기에도 마음이 끌리더군. 두 가지 생각이 내 마음 속에서 끝없이 갈등을 일으키지 뭔가. 그래서 먹는 것도 잊고 잠도 못자서 말랐지"

"그러면 지금은 어느 쪽이 이겼습니까?"

자하는 살진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선왕의 도리가 이겼네. 보게, 이렇게 몸이 좋아지지 않았나"

▶ 노자는 "자기를 이기는 것을 강하다고 한다(自勝者强)"고 했다. 의지를 세우기가 어렵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이기는 것이 어렵다는 뜻이 아니라 자기를 이기는 것이 어렵다는 뜻이다.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과 부귀영화에 대한 욕망을 이기는 것은 정말 어렵다. 올바른 가치를 지키려는 마음과 욕망을 추구하는 마음은 늘 충돌한다.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이 천리와 인욕을 대립시켜서 천리를 보존하고 인욕이 싹트는 것을 막으려고 늘 긴장하고 반성한 것도 도덕을 지키고 욕망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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