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핵의학과 채선영 교수
서울아산병원 핵의학과 채선영 교수
  • 최민규 기자
  • 승인 2019.11.26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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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에서 확신으로
채선영 교수
채선영 교수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재발이나 전이된 유방암 환자에게 조직검사를 대신해 여성호르몬 수용체를 진단하는 새로운 PET용 방사성의약품인 18F-FES가 품목허가를 받았다. 핵의학과 문대혁 오승준 교수 등과 2013년부터 임상연구에 매진해 온 채선영 교수는 "개인적인 애착도 있지만 아산재단이 지원하고 우리 병원의 순수한 연구와 기술로 이룬 성과여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에스트로겐 수용체의 생물학적 활성을 측정하는 18F-FES PET/CT는 한 번의 촬영으로 여러 종양 부위의 상태를 평가하고 호르몬 치료의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진단 제제다.

진단용 제제를 임상연구하는 데에는 치료용 신약과 달리 환자 참여에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임상연구에 참여해 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 각별했다. 급성 혈전색전증을 영상화하는 18F-GP1제제를 임상 연구할 때 첫 임상환자였던 폐동맥색전증 환자도 가족의 설득으로 어렵게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

임상 연구는 결코 혼자 할 수 없다. 18F-FES PET/CT의 성과 역시 병원의 지원과 유방암센터, 핵의학과, 임상환자 등 많은 사람이 함께 이룬 결과임을 강조했다.

채선영 교수는 영상을 판독하고 의사들과 논의하는 과정이 좋아 핵의학과를 선택했다고 했다. 환자와의 대면이 적은 핵의학과 전문의라면 조금 편할 줄 알았지만 늘 시간과의 싸움이며 끝없는 질문과 고민의 과정이 펼쳐졌다.

유방암 통합진료의 참여를 통해 환자의 질병과 진료 시스템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영상만 보면 심각한 상태인데 실제로는 간강해 보이는 환자의 이질적인 모습도 종종 만난다.

채선영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의사의 꿈을 키웠다. 희망하던 서울아산병원에 들어왔지만 인던과 레지던트를 마치자마자 퇴사했다. 전문의가 되면 환자에 대한 책임감에 그만두기 힘들것 같았기 때문이다.

"1년간 세계 여행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일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핵의학과 류진숙 교수님의 연락을 받고 감사하게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인생의 소중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말했다.

채 교수는 의사라는 사명의 무게를 조금 일찍 눈치챘는지 모른다. 그 후로 지금까지 같은 무게를 감당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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