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세 최고령 이산가족 상봉자…"이번이 마지막이지"
101세 최고령 이산가족 상봉자…"이번이 마지막이지"
  • 뉴시스
  • 승인 2018.08.20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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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자 101세 백성규씨 "마지막이니까 선물 많이 준비해"
유관식씨, 이산상봉 신청으로 알게 된 딸…"정말 기적이다"
김영수씨 "아버지 어디에 모셨는지…형제들 살아있어 고마워"
이산가족 상봉단 방북 하루 전날인 19일 오후 1시께 8·15 계기 이산가족 남측 상봉단 최고령자인 백성규(101)할아버지가 상봉 접수를 위해 강원 속초시 한화리조트를 찾았다.
이산가족 상봉단 방북 하루 전날인 19일 오후 1시께 8·15 계기 이산가족 남측 상봉단 최고령자인 백성규(101)할아버지가 상봉 접수를 위해 강원 속초시 한화리조트를 찾았다.

 "마지막이지 뭘, 몰라 내가 40년 더 살면 모를까."

 20일 남북 이산가족 1차 상봉행사 남측 상봉단 최고령자인 백성규(101)씨는 이날 오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취재진과 만나 아쉬움을 드러냈다.

 백씨는 남동생 2명과 여동생 등은 모두 생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이번에 며느리와 손녀를 만나게 된다.

 백씨는 "처음에 몇 번 (신청)했는데 다 안 되더라"라며 "그런데 이번에 소식이 왔더라고 '됐다'고. (동생들이) 다 죽게 됐으니까"라고 말했다.

 백씨는 '어떤 선물을 준비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마지막이니까 좀 많이 내의, 양말 없는 거 없이 다 샀다"고 웃으며 전했다.

 백씨는 그러면서 "아버지, 자식 솔직한 심정이 뭘 좀 많이 줘야돼. 그런데 많이 줄 수 잇는 사람이 있지. 누구나 경제적으로 다 그렇게 안되잖아"라며 "사정이 안되서, 같이 잘살고 못살고 하면 좋은데…좀 항상 안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산가족 상봉자인 유관식(89)씨는 67세 딸을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유씨는 전 부인과 헤어질 당시 딸을 임신한 상태도 알지 못했으나, 이번 상봉행사를 계기로 존재를 알게 됐다.

 유씨는 "통지 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 딸이 태어났구나. 가슴이 정말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라며 "정말, 이게 꿈인가 보다. 가만히 생각하니 오래 살아서 다 기쁨이 돌아오는 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유씨는 그러면서 "우리 어머니, 너희 할머니가 네 몇 살 때 돌아가셨냐고 묻고 싶다"며 "언제 돌아가셨냐 할머니 산소는 어디냐, 앞산이 있는데 거기 있냐, 추석 때마다 벌초해달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21차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남측 1차 상봉 대상자인 유관식(89) 할아버지와 가족들이 인터뷰 중 가족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유 할아버지는 4촌과 딸을 만날 예정이다.  2년10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는 이산가족 89명과 동반가족 108명 등 총 197명이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21차 이산가족 상봉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남측 1차 상봉 대상자인 유관식(89) 할아버지와 가족들이 인터뷰 중 가족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유 할아버지는 4촌과 딸을 만날 예정이다. 2년10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는 이산가족 89명과 동반가족 108명 등 총 197명이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유씨는 "이번 기회에 한 번 기적이고, 감사한 일이고 그렇다"며 "정말 기적이다. 내생에 여태까지 제일 기쁘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씨는 이번 상봉행사에서 딸에게 줄 '영양갱'을 직접 샀다. 또 여성용 내복과 함께 지인들에게 줄 수 있도록 여러 개의 화장품과 비누 등도 준비했다.

 이와 함께 비타민C와 눈에 좋은 영양제, 아이들이 있을 수 있어 '에이스 과자', '몽쉘', '스니커즈 초콜릿' 등도 함께 챙겼다. 자명종 시계와 건전지 한 박스도 선물로 줄 생각이다.

 형과 여동생을 만나는 김영수(81)씨는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어디다 모셨는가, 그걸 첫째로 묻고 싶다"며 "(형제들에게는) 건강하게 오래사셔서 이렇게 만나서 고맙다고 그 말이나 전해드리는 것뿐"이라고 취재진에게 전했다.

 김씨는 1985년 당시 이북5도청에 신청한 이산가족 상봉 접수증을 "다 떨어질 때까지 갖고 다녔다"며 "용케 살아계시니까 행운이지 그것도, 만나보는 것도 행운"이라고 말했다.

 김씨와 동행한 큰 아들 김동호(46)씨는 "지금까지 살아계셔서, 이런 자리에 나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아버님 평생 한이 되셨을 텐데, 그래도 만나시게 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아무래도 고향이 이북이다 보니까 명절이나 이런 때는 차례를 집에서만 지내고 찾아갈 할아버지, 할머니, 고향이 없었다"며 "어렸을 때는 친구들이 고향 간다고 하면 부럽기도 하고 그런 때가 있었다. 저는 당사자가 아니니까 크지 않은데, 아버님은 굉장히 크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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