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혁 "널뛰지 않고도 공포감...더하고 싶었다 이방원"
[인터뷰] 장혁 "널뛰지 않고도 공포감...더하고 싶었다 이방원"
  • 뉴시스
  • 승인 2019.11.28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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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 종영
'이방원' 연기는 영화 이어 2번째
"불도저 같은 인물...감성적으로 풀어내"

탤런트 장혁(42)의 22년 연기 경력은 동일한 인물을 다른 장르에서 달리 보여주는 경지에 올랐다.

23일 막을 내린 JTBC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를 마친 장혁의 세조 '이방원'역 연기는 왜 같은 인물을 또 연기했는지에 대한 답이다.   

장혁은 "개인적으로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연기했던 '이방원' 역을 다시 한번 해보고 싶었다". 그 이유는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이방원'의 인간적인 면이 표현이 잘 안 됐다고 생각해서 느꼈던 아쉬움" 때문이다.

'나의 나라'는 고려 말 조선 초를 배경으로 각자의 신념이 말하는 '나의 나라'를 두고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며 권력과 권력 수호에 관한 욕망을 폭발적으로 그려낸 사극이다. 시청률은 4~5%대를 기록했지만 웰메이드 사극이란 평을 받았다.

장혁이 맡은 '이방원'은 여우의 머리에 범의 심장을 가진, 문무에 모두 능했던 '세조'다. 왕이 되지 못하면 죽을 운명임을 잘 알아서 왕좌에 오르는 건 권력욕 이전에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장혁의 '이방원' 연기는 2번째다. 장혁은 2015년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 보여줬던 '이방원'과 색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1388년 위화도 회군, 1398년 1차 왕자의 난에서 욕망에 사로잡힌 '피의 군주' 이방원의 모습보다는, 버려지고 버림받은 자들을 위한 나라를 세우려는 인간적인 이방원이 부각됐다.  

영화 '순수의 시대'의 이방원은 장혁이 보기에 이 드라마 속 이방원과 같다. 장혁은 "이방원을 처음 접했을 때가 '순수의 시대'였는데 역사에서 이 인물을 더 찾아보니 냉정하고 객관적이고 계획적이며 불도저 같은 인물이었다."

영화에서 "역사에서 보듯이 이방원이 '피의 군주'이면서 어쩔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풀어가려 했다"는 장혁은 "제일 중요했던 부분은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었다. 마지막에 부자 관계에 시각을 많이 비추려 했는데 그렇게 많이 표현되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다."

장혁은 "영화에서는 이방원은 메인이 아닌 사이드인 상황에서 남녀 사랑과 미인계를 이용해서 미인계를 쓰게 되는 사람 이방원에 대한 감성적 측면에 이입됐고 감정적 부분을 어떤 시각으로 가져갈지"를 고민했다. 

드라마에서는 "야심, 계획, 욕망, 권력욕에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이방원이 왜 그렇게까지 갔을까, 사신으로 명나라에 가서 죽을 뻔한 상황 등 인생에서 여러 상황이 펼쳐졌을 텐데 그 와중에 어떤 감정을 가졌을까에 대한 시각으로 감정적으로 풀어갈 수 없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장혁은 '나의 나라'를 "정통 사극이 될 수가 없는 작품"으로 봤다. 이 작품에는 "정도전과 정몽주가 나오지 않고 사이드에 있고 허구적 인물들이 앞에 나온다, '칼의 시대'는 부제였고 이방원과 1차 왕자의 난을 일으킨 그 사병들의 이야기가 주제여서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장혁은 SBS TV 수목드라마 '모델'(1997)로 데뷔하고 20년 넘게 연기 경력을 쌓았다. 이후 KBS 2TV 월화극 '학교'(1999), MBC TV 수목드라마 '햇빛속으로'(1999), SBS TV 주말드라마 '왕룽의 대지'(2000) 등의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대표 이미지인 '반항아'로 인기를 얻었지만, 처음으로 상복을 누리게 해준 장르는 사극이었다. 

SBS 주말 사극 '대망'(2003) 출연으로 장혁은 그 해 SBS 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쥐었다. 대표작 KBS 2TV 수목 사극 '추노'는 장혁에게 그 해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안겼다. 2017년 MBC TV 주말 드라마 '돈꽃'으로 MBC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 수상까지 지상파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장혁은 올해 종편 진출작으로 사극을 택했다.

장혁은 "등장인물 감정의 폭을 능동적으로 넓힐 수 있어서 사극을 좋아한다". 장혁이 출연한 작품 중에 일상에서 볼수 있는 인물은 거의 없다.  "움직이는 감정선 자체가 널 뛰는 캐릭터를 많이 맡았다"는 장혁은 "널 뛸 것 같은 데 안 널뛰고 안 널 뛸 것 같은 대 널 뛰는 감성의 인물을 표현하는 작품을 많이 했는데 장르에서 캐릭터가 어떻게 노는지"가 중요했다.  

이 드라마에서 장혁이 표현한 '이방원'도 약역임에도 소리를 지르고 행동을 과격하지 않고 널 뛰지 않고도 공포감을 줬다.

장혁은 "성격이 좋은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그 순간에 느끼는 감정에 맞춰서 목소리 높낮이를 조절한다. 순간 감정적으로 극단적인 느낌이 드는 상황에는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지만 그게 아닌 상황에서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다. 실제 모두가 날 집중하는 데 굳이 무섭게 할 필요가 없다. 존재감만으로도 무서운 사람인데 오히려 조근조근  웃으면서 말하면 그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혁은 '이방원'을 "연기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먼저 상대역에게 시선을 주지 않는다. 두 번째는 몸을 항상 개방하지 않는다. 세 번째는 감정으로 내가 저 사람이 내 사람인지 아닌지, 저 사람과 거리가 있는지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결국 등장인물 성격보다 장르가 중요하다. 장혁은 "먼저 한 작품에서 이방원을 연기했을 때 만들어진 새로운 면이 이 작품에 나오기 시작했고 또 다른 면도 계속해서 이어져서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사람은 1년 전과 정서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장혁은 연기에 "다양성을 주기 위해서는 장르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 촬영 내내 "아쉬움이 있는 작품을 다시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던 장혁은 지금은 "'대망'이라는 작품을 하고 나서 아쉬웠던 역이 객주였다. 객주를 한번 더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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