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정세 "2% 부족한 ‘노땅콩’ 인생 캐릭터 안긴 작품”
[인터뷰] 오정세 "2% 부족한 ‘노땅콩’ 인생 캐릭터 안긴 작품”
  • 뉴시스
  • 승인 2019.12.0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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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배우 오정세(42)가 연기 경력 18년 만에 안방극장에서도 자신이 '신스틸러'임을 증명했다.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을 마친 오정세는 의상, 대사, 배경음악까지 상세한 인물 설정으로 시청자 마음을 훔쳤다.

오정세는 자신이 맡은 '노규태'역 연기에 대해 "다른 작품보다 유독 이 작품에서 디테일한 설정을 한 것은 대사는 손대고 싶지 않았고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를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것에 손대면 사족 같을 수 있어서 이 같은 상세한 부분에 신경을 썼다"는 것을 보여주는 촬영 뒷이야기를 쏟아냈다.

"기본적으로 규태는 허세도 있고 뽐내고 자기 자랑을 하고 싶은 인물"이라고 본 오정세는 하의로 멜빵과 하이웨스트 바지를 택했다. 오정세는 "멋있게 입으려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안 멋있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자칫 잘못 입으면 '아저씨 배바지'가 되는 하이웨스트 바지를 직접 제작했다. 보통 사람들이 멜빵만 하는데 규태는 멜빵과 허리띠도 찼다. 허리띠를 찰 때 허리띠 구멍이 다섯 개면 한 개는 하지 않는 등 이런 부분들은 많이 노출되지는 않았지만, 뭔가 부족한 규태를 표현했다."

오정세는 상의로 "명품 디자인의 남방을 입을 때는 남방에서 실밥이 나와 있게 했다. 흰 바지를 입을 때는 빨간색과 주황색 등 색깔 옷을 입었다."
 
"극 초반에 자영이와 규태가 교복을 입고 나오는 장면에서도 당시 유행했던, 몸에 딱 붙는 의상으로 규태가 양아치 같아 보이지만 재킷 뒤에 붙어있는 커다란 세탁소 태그를  나오게 설정해서 자영이가 규태를 귀엽게 보게 했다."

.오정세는 "이 설정들이 TV 화면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연기에는 도움이 됐다. 시청자들과 바로 소통은 되지 않았지만, 규태의 성격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데는 도움이 됐다"고 평했다.


21일 막을 내린 '동백꽃 필 무렵'은 편견에 갇힌 여자 '오동백'(공효진)이 자신을 가둔 틀을 깨고, 그 혁명에 불을 지핀 기적 같은 남자 '황용식'(강하늘)과 나누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드라마다. 이 드라마는 SBS TV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 이후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 온 영화배우 공효진(39)의 복귀작이자 강하늘의 제대 후 첫 복귀작으로 방송 전부터 종방까지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9월18일 방송한 1·2회는 전국 평균 시청률 6.9%(1회 6.3%·2회 7.4%)로 수목극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이후 시청률은 상승세를 타며 방송 2주만인 9월25일 6회가 시청률 10%대를, 13일 방송한 34회는 20%대 시청률을 넘겼다. 특히 마지막 회 40회는 시청률 23.8%를 찍어 자체 최고 시청률은 물론 올해 3월14일 종방한 '왜그래 풍상씨'가 가진 올해 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22.7%)을 다시 썼다.

극 중 '노규태'를 연기한 오정세에게도 이 작품은 "노규태가 사랑스럽고 대본이 좋아서 대본 내용을 그냥 잘 구현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많아도 매우 감사하고 보석 같은 작품"이다. '노규태'는 변호사 '홍자영'(염혜란)의 남편으로 차기 옹산 군수를 자칭하는 안경사로 동네일 다 참견하고 완장 차고 싶은 동네 유지이자 훈장 노릇을 하는 인물이다. 초반부터 '노규태'를 통해 웃음을 담당해 온 오정세의 설정은 후반에서 '노규태'와 '홍자영'의 귀여운 멜로와 '노규태가 철들며 성장하는 서사까지 진행되면서 시청자도 '노규태'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노규태'의 매력은 "초반에 갈등을 일으키고 동백의 손목을 잡으며 땅콩을 달라고 갑질하는 모습이 자칫 시청자들이 보기에 불편할 수 있었던 캐릭터였지만 어떻게 하면 덜 불편하게 보이게 할 수 있을까"라는 오정세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작품 속 '노규태' 별명 '노땅콩' 속 땅콩은 오정세가 보기에는 "노규태의 외로움, 칭찬받고 싶은 노규태의 성향을 전달하는 매개체"였다.   
 
"뭔가 부족하고 외로운 친구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오정세는 "작가로부터 '노규태는 좋은 사람이에요'라는 얘기를 들어서 어떻게 이 친구를 이해해야 할까 고민했다. 동백에게 순간 사랑에 빠지고 향미에게도 순간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 아닌, 외로워서 향미든 동백이든 경찰서장이든 용식이든 마음이 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이 친구가 혼 나야하는 행동도 하지만, 이 친구를 이해하고 이 친구의 2% 부족함을 표현하려고 시청자들에게 바로 보이지 않은 부분들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배경음악도 고민이 됐다. 오정세는 "방송이 시작되기 전에는 노규태 OST가 없어서 나만의 OST를 만들었다." 오정세는 "처음에는 규태 테마 음악을 찾다가 동백이 테마곡 용식이 테마곡까지 찾게 됐다. 용식이 테마를 하늘이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연기자가 추천한 음악이 쓰이는 시스템은 아니더라도 어떤 음악을 쓰면 좋을지 제작진에 추천하기도 했다. 규태의 테마 OST는 인디 밴드 '정우'의 곡 '외로움'이었다"고도 했다.

결국 오정세가 정한 '노규태'의 키워드는 '외로움'이다. 오정세는 촬영 당시 제작진에게 "규태에 관한 방에는 외로움에 관한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주변에 외로움에 관한 책들을 비치하고 연기했다."

어설픈 '노규태'의 충청도 사투리도 오정세의 설정에서 빠질 수 없다. "노규태 대사에 사투리가 적혀있지는 않았다"는 오정세는 "내 설정에서 규태는 서울에 살아서 표준어를 쓰는 사람인데 옹산으로 와서 익힌 사투리를 구사하는 인물이다. 사투리에 대한 압박감은 없었다. 이상한 사투리가 내 설정에서 얻어걸렸으면 했다."

영화 '수취인불명'(2001)로 데뷔한 오정세는 '오! 브라더스'(2003), '귀신이 산다'(2004), '너는 내 운명'(2005),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2006),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우아한 세계'(2007), '식객'(2007), '아내가 결혼했다'(2008), '방자전'(2010),'부당거래'(2010),'퍼펙트 게임'(2011), '방황하는 칼날'(2013), '타짜:신의 손'(2014), '조작된 도시'(2017), '극한직업'(2019) 등 영화계에서는 유명 작품들에 출연해 '신스틸러'로 이름을 알렸다.    

반면 2006년 OCN 금요드라마 '썸데이'를 시작으로 SBS TV 월화드라마 '타짜'(2008), SBS TV 금요드라마 '더 뮤지컬'(2011), MBC TV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2013), MBC TV 수목드라마 '개과천선'(2014), tvN 금토드라마 '하트 투 하트'(2015), KBS 2TV 월화드라마 '뷰티풀 마인드'(2016), MBC TV 수목드라마 '미씽나인'(2017), OCN 주말드라마 '미스트리스'(2018) 등 매년 꾸준히 작품에 출연했지만, 큰 흥행작이 없었다.  
  
자신을 '노규태'와 달리 "모나지 않고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 마찰을 싫어하고 어느 자리에 가도 구석이 제일 편한 사람"이라고 소개한 오정세에게 안방극장에서 인생 캐릭터를 안겨 준 이 작품은 "언제 또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내게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작품, 어떤 역할이든 왔을 때 그 안에서 선택하고 그 선택 안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이 작품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심정이 들게 한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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