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1~2억 올라'…전국 투기시장된 부산 아파트값
'자고나면 1~2억 올라'…전국 투기시장된 부산 아파트값
  • 뉴시스
  • 승인 2019.12.0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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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매수' 심리에 1500조 부동자금 여파로 급등
조정대상지역 해제에 전국 단위 투자로 '몸살'
미분양 소진, 신축 위주 외지인 투자 등 잇따라
현지수요 위축…"매수 관망세, 상승세 주춤할 듯"
국내 최고층 주거시설인 포스코건설의 부산 해운대 '엘시티 더샵'이 입주를 시작한고 포스코건설이 2일 밝혔다.
국내 최고층 주거시설인 포스코건설의 부산 해운대 '엘시티 더샵'이 입주를 시작한고 포스코건설이 2일 밝혔다.

#1.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해운대자이1단지 전용면적 59.06㎡(16층)은 지난달 13일 5억7000만원에 거래가 성사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단지는 지난 7월까지만 해도 4억4000만~5000만원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지던 단지였다. 하지만 지난달 8일 해운대구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이후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그동안 부산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조정대상지역이 조만간 해제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높았다. 실제로 해제를 앞둔 지난 10월부터 외지인 투자가 조금씩 늘어난 데 이어, 이후 해제 이후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

 #2. 부산 남구 대연동에 있는 지은 지 2년 남짓한 '대연롯데캐슬레전드1단지' 전용 84.98㎡(16층)는 지난달 11일 6억5500만원에 거래되며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 단지 아파트 실거래가는 지난 4월 5억6000만원(18층) 수준이었으나 6개월도 안 돼 1억원이 올랐다. 인근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서울만 아니라 부산도 신축 아파트값이 난리"라면서 "불과 몇 개월 만에 2억~3억원 단기 급등해 매수세는 주춤했지만 문의는 꾸준하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아파트값이 단기 급등에 따른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부산 해운대·수영·동래구 등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자,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투자자로 불과 수개월 만에 주요 단지의 아파트값이 1억~2억원씩 뛰고 호가도 급등했다. 하지만 단기 급등의 영향으로 매도-매수자간 희망가격 격차가 확산하고 실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커지고 있다.

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25일 기준) 부산 아파트값은 0.17% 상승하며, 같은 기간 서울(0.11%)을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산 아파트값은 지난 8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직후 3주 연속(0.10→0.19→0.17%) 오름세다. 부산 아파트값이 상승한 것은 지난 2017년 9월 첫째 주(0.01%) 이후 2년2개월여 만이다.

전문가들은 부산 지역에서 아파트값 상승폭이 이유로 장기 하락에 따른 '저가 매수' 심리의 영향을 든다. 부산 아파트값은 장기 하락세를 나타내며 8.24% 떨어졌다. 부산 아파트값에 견주는 대구(3.40%), 광주(4.24%) 등 다른 5대 광역시와 비교해 하락폭이 더 컸다.

역대 최저금리와 1500조원에 달하는 부동자금의 영향으로 부산 아파트 매매시장이 전국 단위의 투기 시장으로 변질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특히 지난 8일 부산 3개구는 규제 지역에서 풀려나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받지 않게 됐다. 조정대상지역에 속한 주택은 1세대 2주택자는 기본세율(6~42%)에서 10%p를 가산한 16~52% 세율을 적용하며, 3주택자는 20%p를 추가한 26~62%의 세율로 양도세를 매긴다. 또 각종 보유세 부과나 대출 규제 문턱도 낮아진다.

여기에 신축 강세 현상도 '학습효과'처럼 번지고 있다.

부산의 지은 지 5년 이하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주 0.42%로, 전주(0.20%) 대비 2배 이상 커졌다. 20년 초과 아파트값 상승률(0.13%)의 3배 수준이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부산 지역에서 사용승인 20년이 지난 아파트 비율은 36%로, 사상구의 경우 노후 아파트 비율이 60%에 달하며, 영도구(58%), 사하구(54%), 해운대구(51%), 북구(47%) 순이다.

여기에 규제 해제에 따른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도 완화되면서 서울에서도 관광버스를 타고 내려가 미분양 물량을 싹쓸이 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면서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시장이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감정원 관계자는 "그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이 신축 위주로 성장세를 이어온 데 따른 일종의 '학습효과'로 부산 지역도 최근 신축 아파트 위주로 외지인 투자가 유입되고 있다"면서 "해운대 우동·중동 등에 있는 선도 단지 위주로 투자가 몰리고, 인근 준신축 단지들로 매수세가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내 최고층 주거복합시설인 부산 해운대 '엘시티 더샵'이 금주부터 본격적으로 입주를 시작하면서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반면 이에 따른 후유증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현재 부산 아파트 매매시장에서는 단기 과열에 따른 관망세가 커지고 있다. 호가가 단기 내 급상승하면서 실수요자들 입장에서 투자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앞서 광주에 있는 한 아파트의 경우 전용 84㎡가 지난해 1월 5억9000만원에서 같은 해 11월 11억1000만원까지 치솟았지만 현재는 전고점보다 3억~4억원 낮은 금액대에 거래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부산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도 2만5432호로, 올해(2만5185호) 대비 많은 수준이어서 급등세가 지속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감정원 관계자는 "부산 지역 아파트값은 단기 내에 지나치게 폭등하면서, 부산 지역과 비교하는 대구 아파트값 수준에 근접했다"면서 "외지인 투자는 둘째 치고 현지 실수요자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어 상승폭이 더 커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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