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고르기
말 고르기
  • 김원회 고문(의학박사, 부산대학교병원)
  • 승인 2018.08.2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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九方堙相馬

진나라 목공이 백락을 불러서 말했다. "선생은 이제 나이가 많이 들어 몸소 좋은 말을 찿아다니기 어렵게 되었소. 혹시 그대의 집안에 그대만큼 말을 잘 알아보는 사람이 있소?"

백락이 이렇게 대답했다. "저에게는 구방인이라는 벗이 있는데 저와 함께 땔감을 하고 나물을 뜯던 사이입니다. 그 사람이 말을 보는 재주가 저보다 못하지 않습니다. 한 번 만나 보십시오."

그래서 목공은 구방인을 불러들여 만나 본 다음 천리마를 찿아오게 했다. 구방인은 명령을 받들고 사방으로 말을 찿아 나섰다가 석 달 뒤 돌아와 다음과 같이 보고했다. "사막 지역에서 말을 찿았습니다."

목공이 물었다. "당신이 찿은 말은 어떤 말이오?"

"누런 말입니다."

목공이 사람을 보내 말을 데려오도록 했는데, 그 사람이 돌아와 검은 암말이라고 보고했다.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상한 목공은 즉시 백락을 불러 꾸짖었다. "다 틀렸어, 자네가 소개한 그사람은 말이 누런색인지 검은색인지, 수놈인지 암놈인지도 분간을 못하더군, 그래 가지고 어떻게 말이 좋은지 나쁜지 안단 말인가?"

백락은 한숨을 쉬고 나서 말했다. "그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구방인의 말 고르는 기술이 저보다 한 수 위라는 증거지요. 그가 말을 관찰할 때는 벌써 그 말의 '천기'를 보는 데까지 깊이 들어갔기 때문에 정수를 취하고 찌꺼기를 버리며, 안을 중시하고 밖을 잊어버립니다. 그가 중시하는 것은 말의 품격이지 색깔이나 암수 따위의 부차적인 요소가 아닙니다. 그의 말 고르는 기술은 아주 값진 것입니다."

나중에 말을 보니 과연 천하제일의 천리마였다.

* 말을 고를 때 본질적인 요소는 말의 기능이지 말의 외양이 아니다. 구방인은 말의 본질적인 기능을 알아보았다. 목공은 말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표면의 형식에만 치우쳐 구방인을 비난했다. 말을 잘 고르려면 말의 외양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외양에만 얽매여서도 안된다. 사람을 뽑을 때도 마찬가지다. 가정환경, 출신 성분, 성장 배경 같은 것이 그 사람의 재능과 능력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이런 외적 조건으로 평가해서는 제대로 능력을 알 수 없다. 그 사람이 무엇을 할 줄 알고 얼마나 잘 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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