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임원인사에 직책 뺀 까닭은…中인재·기술 유출 우려했나
SK하이닉스, 임원인사에 직책 뺀 까닭은…中인재·기술 유출 우려했나
  • 뉴시스
  • 승인 2019.12.0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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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5일 2020년 임원인사 단행
계열사 중 SK하이닉스만 신규 임원 승진자 직책 공개 안해
동종업계 및 중국 등 해외로의 기술·인재 유출 우려로 공개 안한 듯
SK하이닉스의 서버 솔루션 전시.
SK하이닉스의 서버 솔루션 전시.

SK그룹이 5일 2020년 임원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반도체 제조사인 SK하이닉스 인사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사에서 2명이 사장으로 승진하고 18명이 신규 임원으로 선임됐는데, 임원 승진자의 이름만 밝혔을뿐 직책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SK계열사 중 이번 임원인사에서 직책을 공표하지 않은 곳은 하이닉스가 유일하다. 

SK그룹은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 8월 상무, 전무, 부사장과 같은 임원 직급을 폐지했기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 임원 신규  선임자는 직급이 아닌 본부장, 그룹장 등의 직책으로 지칭됐다. 예를 들면, 상무, 전무 등이 아닌 금융1본부장, 베트남TF 담당 등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의 경우  임원 승진자 18명의 이름만 공개됐을 뿐 이들의 직책은 명시되지 않았다. 하이닉스는 지난 2017년 임원인사까지는 직책을 공개했으나, 2018년부터는 직책 공개 없이 이름만 밝히고 있다.

SK그룹이 5일 2020년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그런데 SK하이닉스의 경우 임원 승진자의 직책을 공표하지 않고 이름만 발표했다. 자료는 비교를 위해 SK하이닉스의 2020년 임원 승진자(왼쪽)와 SK건설의 2020년 임원 승진자(오른쪽) 명단을 비교한 것. SK건설은 다른 SK계열사와 마찬가지로 직책을 공개했다. (자료 SK그룹 제공)
SK그룹이 5일 2020년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그런데 SK하이닉스의 경우 임원 승진자의 직책을 공표하지 않고 이름만 발표했다. 자료는 비교를 위해 SK하이닉스의 2020년 임원 승진자(왼쪽)와 SK건설의 2020년 임원 승진자(오른쪽) 명단을 비교한 것. SK건설은 다른 SK계열사와 마찬가지로 직책을 공개했다. (자료 SK그룹 제공)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보안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제조사인 SK하이닉스가 동종업계 및 중국 등 해외로의 기술 및 인재 유출을 우려해 직책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기술회사라 직책명 대부분이 기술과 관련된 명칭이 많다. 예를 들어, 2017년도 SK하이닉스의 신규 임원 선임자의 직책은 NAND상품기획담당, 아시아영업담당, DRAM PI담당 등이다. 직책만 봐도 해당 직원의 업무 및 추진하고 있는 사업, 연구하는 기술, 주요 상품에 대한 내용이 노출된다. 직책명을 공개하면 사내 핵심 기술 및 전략이 유출될 수 있는 것이다.이런 이유로 SK하이닉스는 직책명을 대외적으로 공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하이닉스는 SK계열사 중 유일하게 사내 조직도를 SK그룹과 공유하지 않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조직도에도 직책이 적혀있기 때문에 보안을 위한 방침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의 직책명 공개로 인한 기술 유출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최근 국내에서는 중국이 한국 인재를 파격적인 연봉과 복지로 영입하는 이른바 '인재 유출 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3일 발간한 '중국, 인재의 블랙홀'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고급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박사급 연구자와 글로벌 기업 임원급 인사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인재를 유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항공 산업에서 인재 유출이 심각하다. 반도체의 경우, 중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재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중국 반도체 업체인 푸젠진화(JHICC) 채용 공고를 내면서 '10년 이상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력자 우대'를 명시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중국 기업들은 동종업종 재취업 금지 조항을 피하기 위해 투자 회사나 자회사에 취업시키는 형식으로 한국 반도체 인재들을 영입하고 있어, 한국 반도체 기술 인재의 중국 유출은 통계로도 파악이 힘든 상황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배터리와 반도체 산업의 경우 고급 인력의 유출은 기술 유출로 이어지며 이로 인해 한국의 주요 산업인 배터리와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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