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굿 라이어ㆍ니컬러스 설, 밤의 연두ㆍ이서안, 알바 염탐러ㆍ문부일
[새 책]굿 라이어ㆍ니컬러스 설, 밤의 연두ㆍ이서안, 알바 염탐러ㆍ문부일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9.12.13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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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라이어』는 영국 작가 니컬러스 설의 첫 장편소설이다. 영국 정보부 등의 부서에서 25년 동안 일했던 저자는 은퇴 후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 책은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를 통해 만난 나이 지긋한 남녀가 감춘 본모습, 그리고 숨겨진 진실을 그리고 있다. 탄탄한 구조와 흡입력 있는 이야기로 호평을 받은 이 작품은 2019년 헬렌 미렌, 이언 매켈런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노신사 로이는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서 부유한 노부인 베티를 만나 친구가 된다. 하지만 로이는 평생 리플리처럼 사람들을 속이며 살아온 사기꾼. 사별했다는 아내도, 호주에서 사업을 한다는 아들 이야기도 모두 거짓말이다. 그는 베티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한 것이다. 베티는 로이의 속임수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듯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자신의 아름다운 시골집으로 초대하고, 로이는 그곳에 눌러앉아 버린다. 게다가 베티는 자신이 돈을 낼 테니 로이에게 함께 유럽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한다. 베티의 손자 스티븐이 그들의 관계를 불편해하지만 로이는 성공을 확신한다. 온갖 거짓말 뒤에 숨겨진 로이라는 남자는 대체 누구인가? 그리고 베티는 왜 너무나도 쉽게 로이의 희생양이 되어 주는 것일까?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며 서서히 진실이 밝혀진다. 544쪽, 열린책들, 16,800원

 

 

△『밤의 연두』는 2017년 경상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과녁」의 작가 이서안의 첫 소설집이다. 이 책은 인간의 삶을 틀인 건축물에서 삶의 조건을 궁리하며 ‘틀’에서 빠져나오려는 몸부림을 이야기 한다. 틀은 세상을 보는 시각과 사람을 옥죄는 고정관념이나 과거 등의 덫을 의미한다. 주상복합 맨션, 아파트, 성城 등 다양한 건축물이 등장하지만 안팎을 가르기에 집은 폐쇄적이며 배타적인 속성을 지닌다. 그 경계는 어떤 계기를 통해 허물어진다. 열기로 균열이 생기고, 시간에 따라 콘크리트와 화려한 마감재, 수많은 돌들이 허물어지자, 그 안에 사는 사람의 속내가 드러난다. 바닷가에 세워진 화려한 건물들에서 사람들이 자꾸 떨어져 내린다. 화자는 자살자를 막기 위해 망원경으로 주상복합 아파트를 감시한다. 바다가 보이는 전망 때문에 비싼 가격으로 아파트를 구매했던 입주자들은 세이렌의 노래를 듣지 않으려고 바다가 보이는 창을 커튼으로 가린다. 하지만 40층 여자는 ‘빛’이 두려워 죽는다. 화자에게 그들의 죽음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화자는 망원경으로 23호실 여자를 관찰했지만, 관찰자와 관찰 대상 간에는 고층건물의 높이만큼의 ‘거리’가 존재한다. 무엇이 사람들을 제 집에서 밀어내 추락하게 만드는가? 그들이 벗어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며, 그들은 어디로 향하려는 걸까? 저자의 소설에 나타난 사고의 비약, 반전, 특이한 시선, 충격 효과 등의 표현기법도 ‘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어긋남과 비틀기, 예상을 뛰어넘는 비약은 때론 성글게 놓인 징검돌 같지만 틀을 깨려는 저자의 시도로 비친다. 264쪽, 문이당, 13,000원

 

 

△『알바 염탐러』는 남루하지만 삶에 대한 애정으로 오늘을 빛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린 책으로 200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한 문부일 작가의 신작이다. 국민이라는 자격이 없어서 세상의 온갖 추태를 감당하는 무국적자 진주 누나, 성적 조작의 피해자이며 공부할 돈이 없어 성적을 올리지 못하는 승리와 탁오, 아버지의 빚 때문에 유명한 횟집을 훼방하는 해봄 누나 등 등장인물들은 웃음기를 찾을 수 없는 척박한 환경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따스하고, 웃기고, 슬프다. 처절하게 살아가는 인물들이 독자의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는 건 왜일까? 세상의 폭력과 가난과 슬픔 속에 살면서도 등장인물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살아간다. 삶의 의욕이 강한 인물들은 서로 서통하고 위로하고 지켜 주려는 인간다움으로, 힘든 인생이지만 살아 보자고, 다투지 말고 힘을 주며 살자고 다독인다. 「그 사람의 이름은」에서 진주 누나는 자기가 살기 위해 탁오의 공모전 글을 훔치지만 진심으로 탁오를 응원하고, 탁오도 자존심을 회복하고 누나를 위해서 꾸미는 복수가 멋있다. 「웰컴, 그 빌라 403호」에서 앙숙 같은 루오와 승리는 집의 전 주인과 현 주인이 되어 방문에 붙은 스티커로 서로의 삶을 공감하고, 집 곳곳에 스민 가족의 추억과 사랑에 훈훈한 미소가 번진다. 이처럼 다섯 편의 작품은 재치, 반전, 위트와 사람의 온기로 세상의 어두운 이야기를 편안하고 웃프게 들려준다. 저자는 이번 작품에서도 무국적자인 과외 선생님, 어려운 환경에 사는 청소년, 월세 생활하는 미혼부, 몰래 카메라 피해자 들이 등장시켜, 처절하고 진지하게 사는 주인공들이 독자들에게 삶에 대한 깊은 애정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200쪽, 마음이음,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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