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선거법 협상 스톱…'225대 75' 원안 표결 가나
'4+1' 선거법 협상 스톱…'225대 75' 원안 표결 가나
  • 뉴시스
  • 승인 2019.12.1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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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석패율제는 개악"…4+1 참여 소수정당 압박
"그래도 원안보다 4+1 협의안 상정 가능성에 체중"
합의 불발시 원안 상정…정의당 "국민에 대한 협박"
멈춰선 4+1에 한국당 "원안 표결하자" 틈벌리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 상정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듯했던 공직선거법 개정안 협상이 16일 올스톱됐다.

선거법 수정안 협상을 진행해 왔던 여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가 자중지란에 빠지면서다.

아직 협상의 판 자체가 깨진 것은 아니지만 선거법 핵심 쟁점들을 둘러싼 4+1 이견차가 커 일각에서는 수정안 대신 원안 표결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기존 선거법 협의안 폐기와 원안 추진을 선언한 민주당은 이날 선거법 협상의 핵심 쟁점이었던 석패율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으며 정의당을 비롯한 4+1의 소수정당을 압박했다.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소수당의 의견을 많이 수용하면서 (합의)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아직까지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중진들 재선 보장용이 된 석패율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선거제를) '개혁'하려는 것이지 '개악'하려는 것이 아니다"며 "석패율제를 통해 개악하려는 것은 결코 수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석패율제는 40% 이상의 지지를 얻었는데도 아쉽게 탈락하거나 지역구도로 인해 희생된 경우를 구제하기 위한 것인데 자칫하면 20% 안팎의 지지율로 3~4등을 해놓고도 소수 정당이라는 이유로 구제될 수 있다"며 "이는 지역구 투표 민심과 상반되는 것으로 선거제도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측면에서 우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석패율제란 지역구에서 아쉽게 낙선한 후보도 비례대표 명부에 올려 당선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지난 4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합의 당시 원안에는 권역별로 2명씩 총 12명까지 석패율을 적용키로 했다.

이후 4+1의 수정안 논의 과정에서 민주당은 석패율 적용 대상을 권역별로 1명씩 총 6명으로 줄이자고 주장한 데 이어 나중에는 석패율제 도입 자체를 백지화할 것을 요구하면서 정의당 등 소수정당과 충돌했다.

민주당은 원안의 경우 비례대표 의석수가 75석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석패율제에 찬성했지만 '지역구 250석·비례대표 50석'으로 조정된 수정안에서 석패율을 통한 12명의 당선자를 뺄 경우 실질적인 비례대표 수는 현행 47석보다도 훨씬 줄어들기 때문에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또 비례대표 50석 중 25~30석에 대해서만 연동률 50%를 적용하고 나머지는 현행대로 가자는 '연동률 캡(상한선)'을 주장했고 정의당 등은 "사실상 연동률을 30%로 낮추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반발해 4+1 협상은 합의가 무산됐다.

이에 민주당은 전날 비공개 최고위를 열어 "선거법 관련 조정안에 대해 더 이상 협의를 추진하지 않겠다"면서 사실상의 4+1 선거법 협상 결렬 선언을 하고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원안대로 표결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협상의 문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지만 소수정당의 요구가 일부 반영된 지금까지의 수정안을 폐기하고 4+1을 '제로 베이스'로 돌려 협상하겠다고 압박한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앞 농성장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현안 관련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앞 농성장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 참석해 현안 관련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늦더라도 바른 길을 가겠다"며 "4+1 협의체의 재가동을 위해서 원내대표급 회동이 가능한지 다시 타진하고 모색해보겠다.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선거법 원안 상정 방침을 '협박'이라고 표현하며 반발하면서도 협상 재개 조건을 일부 내밀면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심상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서 가진 상무위원회에서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협상 카드를 흘리는 한편 4+1 협상이 뜻대로 안되면 원안을 상정해서 부결돼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압박하고 있다"며 "이것은 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에 대한 협박"이라고 일갈했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여야 4당이 합의한 준연동형 선거개혁안은 여러 이유를 들어 지역구 250대 비례대표 50까지 비틀어지더니 급기야 '25석 캡'이라는 듣기 힘든 희한한 방식이 나오고 진보정치의 새로운 정치인을 육성하려고 하는 석패율 제도마저 폐지 운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심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낙선한 중진의원 구제용으로 석패율제가 악용될 수 있다고 한 데 대해 "정의당은 '중진 구제용' 석패율제를 요구한 적이 없다"며 "석패율제가 중진 구제용이 될까 봐 걱정하신다
면 중진에게 석패율제가 적용되지 않도록 선거법에 명문화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낙선해도 석패율을 통해 비례에 당선되지 못하게 명시하자는 것이다.

정의당은 연동률 캡 적용 문제와 관련해서도 내년 4월 총선에만 한시적으로 적용한다면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윤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정의당은 거기에 합의하지 않았지만 만약 (연동률) 캡이 30석으로 (민주당이) 계속 고집해서 간다면 이것은 연동형제의 본뜻을 훼손하는 것이니 한시적으로 이번만 해야 한다"며 21대 총선에 한해서만 적용한다는 전제 하에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의당이 제안한 연동률 캡의 한시적용이나 석패율 중진 배제가 국민들에게 '꼼수'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법 협상을 위한 4+1이 멈춰서고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간 회동도 무산되면서 결국 이날 본회의는 열리지 않게 됐다.

특히 민주당의 석패율제 백지화 주장이 워낙 완강한 상황이어서 정의당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없다면 선거법 협상 재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이날 오전까지는 4+1 사이에 별다른 협상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황교안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비공개 회의로 전환하며 심재철 원내대표 및 의원들과 당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비공개 회의로 전환하며 심재철 원내대표 및 의원들과 당대표실로 이동하고 있다.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의당이 석패율제를 없애고 오지 않으면 이야기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안 원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표결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원안 상정 가능성도 주목받는 분위기다.

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거법 개정안을) 원안표결하는 게 어떠냐고 하길래 의원들의 자유투표가 보장된다면 당내에서 표결 참여를 설득하겠다고 했다"며 "의원들의 자유투표가 보장된다면 당연히 표결에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도 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안을 원안으로 표결하면 모든 현안에 대해 본회의 표결에 참여하고 국회를 정상화하겠다고 나섰다.

4+1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바른미래당 당권파의 김관영 최고위원은 "주말 사이 한국당으로부터 선거제 개혁에 대해 현재 패스트트랙 원안을 표결하면 공수처 법안을 포함한 모든 현안에 대해 본회의 표결에 참여하고 국회를 정상화하겠다는 제안을 들었다"면서 "모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저는 차라리 패스트트랙 원안을 표결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법 개정안 원안은 의석비율을 지역구 225석에 비례대표 75석으로 하고 연동률 50%의 준(準)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253석인 지역구가 크게 줄어드는 탓에 여야 공히 본회의 통과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1이 수정안 협상에서 지역구를 현재와 비슷한 수준인 250석까지 다시 끌어올렸던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한국당이 언급한 무기명 방식의 자유투표로 가면 민주당 내에서도 지역구 대폭 축소에 대한 반발로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 이로 인해 선거법이 부결된다면 소수정당 쪽에서는 패키지로 묶여 있는 공수처 등 검찰개혁 법안에 반대표를 던질 공산이 크다.

한국당의 선거법 원안 표결 주장도 이같은 점을 노려 4+1 연합전선을 흔들기 위한 교란작전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도 이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아직까지는 원안보다 4+1 협의안 상정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다만 선거법 뿐만 아니라 공수처법 등에서도 정의당 등 소수정당을 압박해 민주당 입장을 더 많이 관철하기 위해 원안 상정 카드를 계속 손에 쥐고 흔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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