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삼킨 물고기, 추어
가을을 삼킨 물고기, 추어
  • 김민귀 기자
  • 승인 2018.08.22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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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鰍魚)의 종류는 10여 가지나 된다고 한다. 그중 우리가 흔히 먹는 것이 미꾸라지와 미꾸리다. 통째로 요리하는 숫회나 튀김에는 뼈가 억세지 않은 미꾸리를 사용하고 탕에는 미꾸라지를 사용한다. 열량이 낮고 양질의 단백질이 다량 함유된 추어는 추수가 끝난 가을 끄트머리 즈음이 가장 맛있다. 진흙 속에서 겨울 잠을 자기 위해 가을 내내 영양분을 비축해두어 맛이 잔뜩 올랐기 때문이다. 이름에 '가을 추(秋)'자가 붙은 이유도 수확의 계절 가을을 집어삼킨 영양분의 집성체라서가 아닐까 싶다.

 

추어탕
추어탕

추어탕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게 끓인다. 가장 유명한 남원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삶아 으깬 뒤 시래기, 된장을 넣고 푹 끓여 다진 풋고추나 마늘, 산초, 초피 가루를 넣는다. 그후 뚜껑을 닫고 끓이다가 미나리, 부추를 듬뿍 넣고 한소끔 끓여 산초나 초피 가루를 넣어 먹는다. 원주식은 고추장으로 맛을 내 마치 매운탕 같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상도에서는 푹 삶은 미꾸라지를 으깬 뒤 배추, 토란대, 우거지, 부추 등을 넣고 끓인 다음 기호에 맞게 파, 마늘, 고추, 방아 잎, 산초 등을 넣어 먹는다. 서울이 가장 독특한데 이름도 추어탕이 아닌 추탕이라고 한다. 진하게 우린 사골 육수에 고춧가루를 푼 뒤 쇠고기, 우거지, 표고버섯, 호박, 두부를 넣고 큼직한 미꾸라지 두어 마리를 넣어 푹 끓인다. 밥과 함께 내는 삶은 소면부터 먼저 말아 먹어야 제맛이다.

추두부(사진 KBS 한국인의 밥상 중 캡쳐)
추두부(사진 KBS 한국인의 밥상 중 캡쳐)

좀 징그럽지만 기가막히게 맛있는 추두부탕이라는 요리가 있다. 살아 있는 미꾸라지를 항아리에 넣고 하루 세 번씩 맑은 물로 갈아주면 5~6일 후엔 진흙을 다 토해낸다. 솥에 두부 몇 모와 물을 넣고 여기에 준비한 미꾸라지 50~60마리를 한꺼번에 넣고 팔팔 끓이면 미꾸라지가 뜨거워서 두부 속으로 뚫고 들어간다. 더 뜨거워지면 두부 속으로 파고든 미꾸라지가 그 속에서 익는다. 이것을 썰어 참기름으로 살짝 볶은 다음 탕을 끓인다. 참고로 남원에서는 남원 추어탕 고유의 맛을 지키기 위해 남원 이외의 지역에서 자란 미꾸라지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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