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NH證 100세시대연구소장 "퇴직연금은 푼돈 아닌 연금...은퇴까지 헐지 마세요"
박진 NH證 100세시대연구소장 "퇴직연금은 푼돈 아닌 연금...은퇴까지 헐지 마세요"
  • 뉴시스
  • 승인 2018.08.2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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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푼돈이 아니라 연금입니다." 

박진(52)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진행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퇴직연금을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냐는 것에 대해 "관리를 논하기 전에 퇴직연금은 연금 대우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인식 전환을 주문했다.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제는 근로자의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회사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를 회사가 아닌 금융회사(퇴직연금사업자)에 맡기고 기업 또는 근로자의 지시에 따라 운용해 근로자 퇴직 시 일시금 또는 연금으로 지급하는 제도이다.

원래 취지는 근로자의 은퇴 후 노후자금을 매달 지급해 생계에 문제가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근로자들은 이직 혹은 퇴직 시에 퇴직금을 일시에 받아 집을 사거나 자녀 학비 등에 쓰기 위해 중도 인출하는 게 다반사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을 연금 형태로 지급받기로 결정한 가입자(55세 이상)는 100명 중 2명꼴인 1.9%에 불과했다. 작년에 일시금으로 타 간 규모도 1인당 1649만원으로 집계, 근로자 평균 일년치 연봉에도 못 미쳤다.  

박 소장은 "어차피 푼돈이니 푼돈으로 쪼개 받느니 한꺼번에 타는 게 낫다고 여겨 중산층까지도 퇴직연금을 받으면 일시에 인출해 써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그러나 노후자산은 조금씩 지속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쌓아나가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퇴직연금을 내 돈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은퇴 전까지 절대 헐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를 하루빨리 개설하라고 촉구했다. IRP는 일시금으로 받은 퇴직금여를 적립, 직장을 옮겨도 퇴직연금을 유지하도록 한 제도다. 회사를 옮길 때마다 일시금으로 받는 퇴직급여를 하나의 IRP 계좌에 쌓아 운용할 수 있다. 

세금 혜택도 상당하다. 매년 IRP 납입액의 700만원(연금저축 400만원 포함)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총급여가 5500만원 이하인 가입자는 납입금액의 16.5%(5500만원 초과 13.2%)를 공제받을 수 있다. 

퇴직연금 운용 방식에도 변화도 시급하다고 박 소장은 역설했다. 그는 "저성장·저금리, 일자리 감소 등으로 갈수록 소득이 줄고 있는 추세에서 노후자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노력은 더욱 절실하다"며 "그러나 국내는 적극적인 수익 추구가 불가능한 원금보장형 퇴직연금 상품 비중이 90%에 육박한다"라고 지적했다. 

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국내 퇴직연금 수익률은 1.88%로 같은 기간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 7.3%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박 소장은 "퇴직연금은 장기간에 운용됨에 따라 위험을 감수해 적극적으로 수익을 높이는 전략이 적합하다"며 "물가상승률까지 고려하면 원금보장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마이너스에 가깝고, 실제 많은 선진국 국민들은 실적배당형 퇴직연금을 통해 수익을 적극 추구하며 노후를 대비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박 소장은 또 근로자가 퇴직할 때 회사가 일정 수준의 금액을 보장해주는 회사책임(DB)형 퇴직연금에서 회사가 직원 퇴직연금 계좌로 한 달치 월급을 넣어주면 근로자 개인이 스스로 알아서 운용하는 개인책임(DC)형으로 전환하라고 조언했다. 

박 소장은 "우리는 하루에 상당 시간을 근로에 투여해 돈을 벌면서 투자나 소비를 결정하는데는 들이는 시간은 짧다"며 "금융사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자신의 노후를 위해서는 DC형에 가입해 스스로가 관심을 갖고 금융을 공부해 운용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박 소장은 퇴직연금뿐만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노후 대비에 손을 놓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큰 우려를 표했다. 그는 "한국인의 노후준비지수는 54%로 노후에 필요한 전체 자금의 절반 정도만 준비해 놓은 심각한 상태"라며 "당장 신용카드 소비 내역을 점검해 지출을 줄이고 주거와 교육비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도 사회적으로 시급히 개선하지 않으면 장수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한푼 두푼 연금 자산과 연금을 늘려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최고의 노후 대책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환기했다. 박 소장은 "언제든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면 굳이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현재 벌어들인 소득을 먼 미래의 소비를 위해 미뤄야 하는 부담이 줄게 된다"며 "정부가 해외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지원을 늘린다면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사회적인 압박은 줄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은퇴한 후에도 직업을 구해 일을 지속하는 것이 생계뿐만 아니라 신체적 건강, 심리적 안정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며 "경력이나 취미를 활용해 은퇴 후 무엇을 할지 현역시절에 미리 고민해 채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 박진 소장은?

1994년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2002년 NH투자증권의 전신인 LG증권에 자리를 잡았다. 대우경제연구소 시절까지 포함하면 20년 넘게 유통·미디어 업종 애널리스트로 활약하며 이름을 날렸다. 2015년부터는 글로벌주식부장을 맡아 오다 지난해 말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으로 발령받았다. 

2011년 설립된 100세시대연구소는 '100세 시대의 진정한 행복을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생애자산관리 전략을 제시하는 것은 물론 일, 건강, 여가, 관계 등의 테마를 연구하고 있다. 김 소장은 2015년부터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문가 자문위원으로도 역임하고 있다. 최근 발간한 '100세 쇼크'를 비롯해 '한국 유통산업 흐름', '미일산업의 업종별 일등 전략', '일본의 유통산업' 등 공저한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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