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오랫동안 내가 싫었습니다ㆍ오카 에리, 스님의 산뜻한 인간관계 정돈법ㆍ마스노 슌묘, 소를 생각한다ㆍ존 코널
[새 책]오랫동안 내가 싫었습니다ㆍ오카 에리, 스님의 산뜻한 인간관계 정돈법ㆍ마스노 슌묘, 소를 생각한다ㆍ존 코널
  • 이은영 기자
  • 승인 2020.01.10 14: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랫동안 내가 싫었습니다』는 우울증이 재발해 분노장애와 자기혐오의 늪에 빠져 있던 38세 작가가 자신을 필사적으로 일으켜세웠던 시간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던 저자를 다시 움직이게 한 것은 주변의 페트병을 딱 10초간 치우는 작은 용기였다. 편집자 겸 기자로 일하던 저자는 끔찍한 재난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마음의 병을 얻고 직장도 휴직하게 되었다. 이후 1년여의 약물치료로 증세가 호전되어 복직했지만 바닥을 모를 ‘무기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편의점 쓰레기봉투가 가득한 방에서 쓰러져 잠드는 생활을 반복해야 했다. 간절히 변화를 바라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 그 절망적인 무기력에서 작가를 다시 일으켜세워준 것은 뜻밖의 ‘작은 행동’ 하나였다. “우선 침대 주변에 쌓여 있던 페트병을 모아 쓰레기봉투에 담아보았습니다. 그 10초 정도의 시간이 내 정리 인생 데뷔의 순간이었습니다. 바닥에 쌓인 쓰레기의 양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에 막연히 혼자서는 손도 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손을 움직이자 10초 만에 말끔하게 치워졌습니다.” (책내용 중) 1년 반의 싸움 끝에 약을 끊고, 이제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는 이들을 돕는 삶을 살고 있는 저자는 청소하기, 밝은색 옷 입기, 언어 바꾸기, 표정 바꾸기, 운동하기 등 자신을 고비마다 일으켜준 ‘결정적 변화’의 계기들을 책으로 공유한다. 180쪽, 휴머니스트, 12,500원

 

 

 

△『스님의 산뜻한 인간관계 정돈법』은 정원 디자이너이자 작가로 대중들과 교유하며 공력을 쌓아온 마스노 슌묘 스님이 일상이 버거운 현대인에게 간결한 ‘선의 가르침’으로 스트레스를 해결할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스트레스는 스스로 자초한 것일 뿐일까? 아니다. 내가 가만히 있어도 나를 압박하는 주변 상황은 언제나 있고, 나를 괴롭히는 타인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주변 상황이나 나에게 적대적인 타인을 억지로 바꿀 수는 없다. 바꿀 수 없을뿐더러 도망칠 수도 없다. 절이 싫으면 중은 훌쩍 떠날 수 있을지 몰라도, 현대인 대부분은 그럴 수 없다. 겐코지 주지로 있으며 삶에 지친 대중들을 만나온 저자는 스트레스를 풀고, 스트레스를 만드는 원인을 없애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정돈’이다. 흐트러진 나와 나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타인과의 인간관계를 정돈하면 일상이 산뜻하게 돌아온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상대가 예의 없다고 느껴질 때’, ‘새로운 환경에 내몰렸을 때’, ‘경쟁에 지쳤을 때’ 등 일상이 버거워지는 상황에서, 일상을 다시 산뜻하게 해줄, 인간관계를 정돈하는 방법 42가지를 제시한다. 208쪽, 나무생각, 12,800원

 

 

△『소를 생각한다』는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 존 코널이 고향 아일랜드의 가족 농장으로 귀농하여 아버지를 도와 소 치는 일을 했던 1월부터 6월까지의 경험과, 그로부터 여러 갈래로 뻗어나간 사유와 성찰을 담아낸 책이다. 저자는 긴장감 넘치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농장일을 생생하게 묘사하면서 소라는 동물에 얽힌 역사 속의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풀어놓는다. 소의 분만을 돕고, 갓 태어난 송아지를 돌보고, 소 젖을 짜고, 병든 새끼 양을 돌보고, 더러워진 우사를 청소하는 등 엄청난 육체노동의 나날들을 보내면서 저자는 지난 1만 년 동안 우리 인간과 함께해온 소의 운명과 역사를 되돌아보고, 더 나아가 인간과 자연의 연결, 마침내 살아간다는 것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이 책은 자연과 생명에 대한 성찰, 저마다의 '월든'을, 생업을 발견할 수 있다는 희망을 건네준다. 자연 속에서 생명을 보살피고 함께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순간 저자는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이 책은 단순하고 여유로운 문장들 속에 ‘생명의 느낌’이 살아 숨 쉬는 듯하다. 잔잔한 호수 위로 부서지는 아침 햇살, 시골의 처마 아래서 듣는 소낙비 소리처럼 저자의 문장들이 가슴으로 내려앉는다. 332쪽 쌤앤파커스, 14,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