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사태' 어디까지 번지나…남은 자산 파악 관건
'라임 사태' 어디까지 번지나…남은 자산 파악 관건
  • 뉴시스
  • 승인 2020.01.1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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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 펀드 실사 발표...손실 금액 아직 가늠 못해
초유의 사기극 가능성..투자자-은행 제각각 소송전 태세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하고 있다. 당초 이번주 예정됐던 펀드 실사 결과 발표가 연기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은 사실상 공중 분해된 상태로, 이에 투자자들과 은행은 서로의 피해를 주장하며 각각 소송전을 준비하고 있어 최악의 법정다툼도 예상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라임자산운용 펀드 투자자들의 형사고소에 앞서 민사소송도 접수됐다. 투자자 A씨는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과 판매사인 우리은행을 상대로 약정금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소가는 5000만원이다. 현재 관련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이 여럿이라서 법적 분쟁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고소와 소송을 준비 중인 투자자들은 법적 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0일 투자자 3명을 대리해 법무법인 한누리가 제출한 고소장을 접수해 내용을 파악 중이다. 고소를 대리한 법무법인 한누리의 송성현 변호사는 "고소대리인 조사를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사건이 생각보다 복잡해서 검찰에서도 배당하고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라임자산운용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검찰 조사가 시작된 건 지난해 7월이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공정 거래를 했다는 혐의로 시작된 수사였고, 이후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 등이 불거졌다. 그 해 11월 수백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이종필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그는 영장 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해 수사에 차질을 빚었다.

◇펀드 실사 결과 언제 나오나 
금융권에서는 금융감독원이 운용 실태를 대략이라도 가늠할 수 있는 중간결과를 발표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라임자산운용 검사에 나섰던 금감원은 정확한 사태 파악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파킹 거래, 부실자산 매각, 수익률 돌려막기, 도미노 손실, 좀비기업 투자 등 각종 의혹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삼일회계법인의 금감원 실사 보고도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펀드상품 운용방식 자체가 복잡한 것도 있지만, 직원 이탈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는 사이 지난 10일까지 분쟁조정 신청이 100건 넘게 접수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추측성 보도가 계속 나오는데 금감원에서도 가르마를 타야 할 시점이 다가오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종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CIO)이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종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CIO)이 지난해 10월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라임 사태는) 지금까지 있었던 금융사건과 질적으로 다른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며 "저축은행이나 동양증권 사태 등은 실물에 문제가 생긴 것이지만 이건 사기다. 사기성 거래로는 초유의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 아무도 모른다. 투자자도 기관도 모르는 상황을 금융당국이 클리어(명확하게)해 줘야 한다"며 "금감원 권한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서 검찰의 강제수사권을 동원해서라도 빨리 작업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전 부사장을 잡지 못하면 사건의 전모가 파악이 안 될 가능성이 있다"며 "(피해가 발생한 부분은) 남은 자산을 갖고 배분해야 하는데, 제대로 될 수 있겠냐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 최악의 법정 다툼 예고..고개드는 금융당국 책임론
이번 사태는 개인투자자들이 금융회사를 상대로 내는 소송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사이에도 남은 자산을 어떻게 나눌지 등 수많은 소송으로 비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불완전 판매 논란을 빚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보다 사안을 심각하게 보는 이유다.

금융권 설명을 종합하면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한 금융회사의 경우 펀드를 청산하면 우선변제권을 통해 우선적으로 자금을 회수해갈 수 있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문제의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 개입한 금융회사가 먼저 변제받는 황당한 상황에 놓이는 셈이다.

사태 파악이 늦어지는 사이 남은 자산을 빼돌릴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무역금융투자회사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 그룹(IIG)에 대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자산동결 조치를 한 것처럼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적 한계나 금융당국 책임론도 제기된다.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해 진입장벽을 낮춘 뒤 사후 제재는 강화하는 추세로 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금융사건·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미국처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 사후 적발됐을 때 범죄수익보다 더 큰 부담을 져야 문제의 고리를 끈을 수 있다는 취지다. 형사처벌 수위 강화 역시 마찬가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사하고 있고, 자본잠식이라든지 요건이 맞지 않는 회사는 법에 따라 정리가 필요하면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모펀드 진입장벽을 낮추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사모펀드 진입장벽을) 강화하겠다고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금융사 내부통제가 강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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