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붕대감기ㆍ윤이형, 서툰 가족ㆍ김혜연, 하늘나라 엄마가 하루 휴가를 오신다면ㆍ김현숙
[새 책] 붕대감기ㆍ윤이형, 서툰 가족ㆍ김혜연, 하늘나라 엄마가 하루 휴가를 오신다면ㆍ김현숙
  • 이은영 기자
  • 승인 2020.01.17 1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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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대 감기는 리얼리즘과 SF·판타지 등을 오가는 개성적인 서사로 주목받으며 제5, 6회 젊은작가상, 5회 문지문학상, 2019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윤이형의 신작소설이다.  소수자의 감각과 서사에 끈기 있게 천착해온 저자의 자각과 다짐의 연장선상에 있는 소설로서, 우정이라는 관계 안에서 휘몰아치는 복잡하고 내밀한 감정들을 첨예한 문제의식과 섬세한 문체로 묘파하며 여성 서사라는 화두를 가장 적실하게 그려 보인 작품이다. 소설에서는 계층, 학력, 나이, 직업 등이 모두 다른 다양한 여성들의 개별적인 서사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불법촬영 동영상 피해자였던 친구를 보고도 도움을 주지 못했던 미용사 지현, 영화 홍보기획사에 다니는 워킹맘이자 의식불명에 빠진 아들 서균을 둔 은정, 그런 서균과 한반인 딸 율아의 엄마 진경, 진경의 절친한 친구이자 출판기획자인 세연 등 바톤터치를 하듯 연결되는 이들 각자의 사연은 개인의 상처에서 나아가 사각지대에 자리한 우리 사회의 환부에까지 가 닿는다소설은 끝나고 난 뒤에도 당신의 마음 깊숙한 곳에 환한 빛을 비추며 다시금 말을 걸어올 것이다. 내 이야기를 털어놓을 존재가 어딘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그것만으로도 삶은 앞으로 나아가볼 만한 것이라고 저자가 힘주어 이야기하는 이유다. 200, 작가정신, 12,000원 

 

 

△『서툰가족』은 2019년 제3회 경기 히든작가 공모전에 당선되었으며 가로막힌 문 앞에서 절망하고 있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글을 쓰고 싶다는 김혜연 작가의 신작이다. 결혼 후 3년 넘도록 아이를 기다렸지만 3년, 4년이 지나도록 아기 소식은 없던 저자는 결국 찾아간 난임센터에서 불임이라는 충격적인 의사의 말을 들었다. 그날 이후 잠을 잘 수 없고, 뭐라고 소리치고 싶은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실어증으로 말을 할 수 없게 된 저자는 찾아간 정신과에서 의사와 두서없는 필담을 시작한다. 한 시간 넘도록 쓰고 읽고 쓰기를 반복했다. 옆에 앉아 글귀를 따라 읽던 저자의 남편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렇게 글로 응어리를 풀어냈다. 그러다 우연히 찾아간 보육원에서의 봉사활동 중 동그랗고 말랑말랑한 볼 위로 앙증맞은 코, 오동통한 입술, 쌍꺼풀은 없지만 작지 않은 눈, 말랑말랑한 찹쌀 모찌를 닮은 아이를 발견하고 입양했다. 모찌를 입양해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데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반복되는 행정 절차와 49가지의 서류, 기나긴 기다림끝에 해를 넘기고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한 가족이 되었다. 보통의 가족처럼 기쁜 날도, 힘든 날도 있지만 저자는 외친다. “우린 입양 가족, 오늘도 안녕합니다”라고... 이 책은 난임 부부가 겪는 절망과 아픔, 그리고 아기를 입양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기쁨과 심경, 그 험난한 과정을 가슴 저릿하게 담았다. 여전히 입양을 망설이는 많은 난임 부부들에게 입양에 대한 정보와 마음가짐,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해주는 따뜻한 글이 가득하다. 296쪽, 사과나무, 13,000원

 

 

△『하늘나라 엄마가 하루 휴가를 오신다면』은 호스피스 봉사자인 작가가 겪은 이별을 준비하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1장 사랑합니다, 2장 고맙습니다, 3장, 미안합니다, 4장 그립습니다. 4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그랬지만 고맙고 그리운 아름다운 이별 이야기다. 이 책의 다른 사람 이야기가 언제든지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가슴 아프고 그래서 슬프지만 따뜻한 마음을 이끌어 내준다. 준비도 없이 운명처럼 다가온 죽음 앞에 떠나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의 사연을 진솔하게 담고 있다. 뱃속의 아이 출산예정일과 엄마의 사망예정일이 같은 딸은 “엄마, 나 울지 않았어. ‘엄마는 죽기도 했는데 이깟 아기 낳는 게 뭐가 힘들어.’ 하고 소리도 지르지 않았어. ‘바람이 불어 문이 덜컹거려도 아내가 온 것만 같다.’고 시작하는 아버지의 일기장에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있었어. 엄마! 우리 꼭 다시 만나자. 엄마 보고 싶어.” 먼저 세상을 앞선 아들을 그리워하는 엄마, 잠시 세상으로 소풍 나온 아이들, 미움을 가장한 사랑의 기도로 마음이 아픈 아내, 꼭 다시 만나자고 간절히 원하는 딸까지 성별과 나이를 떠나 환자와 호스피스로 만난 이들의 애절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 곁의 소중한 사람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전해준다. 이 책은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를 깨닫게 도와줄 뿐 아니라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나게 될 우리 자신의 모습도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256쪽. 이가출판사,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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