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허 코퍼레이션(Danaher Corporation)과 제너럴 일렉트릭(GE)의 바이오파마(BioPharma) 사업부 간 인수·합병(M&A)을 심사한 공정거래위원회가 "8개 바이오 의약품 사업부를 매각하라"고 조치했다. 양 사의 합병으로 인해 해당 시장에서 독과점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다나허는 생명과학·진단학·수처리·치의학 등 사업을 영위하는 미국 바이오 업체다. 지난해 2월 바이오 의약품의 연구·개발·제조 공정 제품을 생산하는 GE의 바이오파마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하고 같은 해 5월 공정위에 "기업 결합 여부를 심사해 달라"고 신고했다. GE 바이오파마 사업부는 국내에서 매출액(2018년 기준 1조6945억원)을 내고 있어 M&A를 완료하려면 한국 공정위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위는 "다나허의 GE 바이오파마 사업부 양수 건을 심사한 결과 해당 회사가 경쟁하는 32개 바이오 의약품 공정 제품 중 8개에서 독과점이 우려된다"면서 "이 8개 사업 운영과 자산으로서 당사 회사 중 어느 한 곳의 일체의 자산을 매각하도록 하는 시정 조치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공정위가 매각 대상으로 꼽은 8개 사업부는 마이크로캐리어·일회용 LPLC 스키드·통상의 LPLC 칼럼·친화성 레진·이온 교환 레진·혼합 모드 레진·연속 크로마토그래피 스키드·비표지 분석법이다.

공정위는 양 사의 합병으로 이 8개 시장에서 경쟁이 심각하게 저해된다고 봤다. 양 사 합병 시 해당 시장 점유율이 낮게는 50.9%(연속 크로마토그래피 스키드 제품)에서 높게는 87.4%(일회용 LPLC 스키드)까지 올라간다. 반면 해당 시장 2위 사업자의 점유율은 각각 24.7%, 8.1%에 불과하다. 공정위는 합병 회사 점유율과 2위 회사 점유율 간 차이가 '합병 회사 점유율의 25/100' 이상이면 경쟁이 제한된다고 본다.

황윤환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이 8개 시장에서 합병 회사의 점유율이 매우 높아 대체 구매처가 부족하고 경쟁사 제품으로 실질적인 대체가 어려워 수요자의 구매 전환이 용이하지 않다"면서 "합병 회사가 가격 인상 등 경쟁 제한 행위를 할 유인이 크고 중첩 생산하는 제품의 생산을 중단하기라도 하는 경우 구매자 선택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공정위의 조처에 따라 다나허는 GE 바이오파마 사업부 인수 후 기업 결합이 완료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다나허 혹은 GE 중 한 회사의 8개 사업부를 모조리 매각해야 한다. 다나허는 공정위의 조처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공정위는 다나허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뛰어난 GE 바이오파마 사업부를 남길 것으로 예상한다.

공정위는 "정부가 새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는 3대 핵심 신산업 중 하나인 바이오산업의 성장 및 혁신을 보호하는 결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한국은 바이오 공정 제품 국산화율이 낮아 이 시장의 혁신 경쟁 보호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 결합 심사 과정에서 국내 제약사 등 다양한 의견을 듣고, 유럽연합(EU) 경쟁 당국과도 공조했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