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허재 아들 허훈' 아니고 '허훈 아빠 허재'라고"
"이제 '허재 아들 허훈' 아니고 '허훈 아빠 허재'라고"
  • 뉴시스
  • 승인 2020.02.1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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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허훈, 프로농구 역대 최초 한 경기 20점-20어시스트 달성
부산 KT 허훈이 9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T와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드리블 돌파를 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2020.02.09
부산 KT 허훈이 9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KT와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드리블 돌파를 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2020.02.09

무슨 쟤(허훈)를 허재랑 비교해? 허재는 다시 안 나와." (2013년 양문의 전 용산고 코치)

"이제 '허훈은 허재 아들'이 아니고, '허재를 허훈 아빠'라고 불러야지." (2020년 양문의 전 용산고 코치)

남자 프로농구가 허훈(25·KT)으로 뜨겁다.

시즌 초 역대 두 번째로 한 경기에서 3점슛 9개를 연속으로 성공한데 이어 역대 최초로 한 경기에서 20(점)-20(어시스트)을 달성했다.

국내선수 평균 득점 1위(15.4점), 어시스트 전체 1위(7.2어시스트)로 데뷔 후 최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스타 팬 투표 1위로 실력과 인기까지 모두 잡았다.

허훈은 9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벌어진 안양 KGC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24점 2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KT의 91-89 승리를 이끌었다.

득점과 리바운드를 통한 20-20은 몇 차례 있었지만 어시스트로 이뤄진 건 외국인선수까지 통틀어 처음이다. 어시스트가 2점슛으로 연결됐다고 단순 계산하면 허훈 혼자서 최소 66점을 책임진 경기였다.

겨우 프로 3년차 어린 선수의 기록이다. '이 정도면 단신 외국인선수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온다.

2010년 제47회 전국춘계남녀중고농구연맹전에서 나란히 우승을 차지한 허웅(왼쪽)과 훈 형제. 허웅이 고등학교 2학년, 훈이 중학교 3학년 때이다.
2010년 제47회 전국춘계남녀중고농구연맹전에서 나란히 우승을 차지한 허웅(왼쪽)과 훈 형제. 허웅이 고등학교 2학년, 훈이 중학교 3학년 때이다.

허훈이 농구공을 처음 잡은 삼광초 5학년 때부터 용산중~용산고까지 약 10년 동안 곁에서 지켜본 이효상(49·당시 용산고 코치) DB 코치는 "다른 팀 선수에 대해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요즘 보면 기량이 바짝 올라왔다. 자기 농구가 잘 되면서 팀까지 이기니까 신나서 날아다니는 것 같다"고 했다.

현역 시절 '농구대통령'으로 불렸던 허재(55) 전 국가대표 감독의 차남이다.

양문의(76) 전 용산고 코치는 허 전 감독을 비롯해 김병철(오리온 코치), 양동근(현대모비스) 등 많은 스타들을 키웠다. 허 전 감독의 경우, 용산중 1학년 때부터 6년 동안 가르침을 받았다.

지도자에서 물러난 뒤에는 고문 역할로 허훈과 그의 친형 허웅(DB)에게 도움을 줬다.

양 전 코치는 "이 정도면 아버지를 능가한 것 아닙니까. 이제 '허재 아들 허훈'이 아니고, '허훈 아빠 허재'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농구를 빠삭하게 알고 하는 게 보인다. 어려서부터 슈팅, 공 핸들링, 패스가 매우 훌륭했다. 공격의 삼박자를 모두 갖췄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비 걱정을 했는데 발이 빠르기 때문에 경험이 더 붙고, 강한 의지만 가지면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선수"라고 했다.

"피는 못 속인다고 하지 않느냐. 허재나 훈이나 정말 욕심이 많다"면서 허훈이 농구을 시작한 일화를 소개했다.

"원래 훈이에게는 농구를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다. 자기 형이 운동한다니까 엄마 따라서 체육관에 몇 번 오더니 갑자기 '자기도 하겠다'며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 엄마랑 아빠가 끝까지 안 시키려고 했지만 어린 애 고집을 어떻게 꺾겠나. 초등학교 5학년 때인데 고집이 정말 보통이 아니었다"고 기억했다.

학창 시절에는 어땠을까. 이효상 코치는 "허재 형이 겉보기와 다르게 머리가 굉장히 좋은 사람인데 허훈이 훨씬 영리하다. 잔꾀도 많다"며 "친구들이 피곤해서 안 논다고 하면 '코치 선생님이 1만원씩 가지고 집합하라'고 했다고 거짓말해서 놀던 게 허훈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수는 성장기에 몇 차례씩 슬럼프가 온다. 지도자는 더 단단하게 성장하고,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바라만 볼 때가 있다"며 "훈이는 바닥 면역성이 있다. 힘들 때마다 혼자서 기어 나왔다. 프로에서 슬럼프가 와도 오래 가지 않고, 극복할 자질이 충분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최근 허훈의 안부 전화를 받았다는 양 전 코치는 "스포츠라는 게 잘할수록 상대의 견제가 심해지는 법이다"며 "훈이에게 '이제 감독들이 너의 약점을 캐서 계속 공략하고 괴롭힐 것이다. 그걸 이겨내야 한다.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허훈은 조언을 받은 후에 24점 2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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