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의 모습은 닮았고, 아름답다
노부부의 모습은 닮았고, 아름답다
  • 고일봉 기자
  • 승인 2020.02.20 0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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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서로에게 장님이다. 주전자의 마음을 알수는 없지만, 목마른 내게 시원한 물을 따라주는 그의 호의는 짐작할 수 있다. 그 손길을 바라보며 거울 신경 영역이 활성화되고, 내가 누군가에게 물을 따라줄 때의 마음을 미루어 그에게 공감한다.

관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상처 받아 사람을 등지다가도, 마음을 터놓고 나눌 수 있는 누군가,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따뜻한 관계를 그리워한다. 인간은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왔다.

언어가 존재하지조차 않는 시점에서부터 누군가는 다른 이의 마음에 닿으려 노력하였을 것이다. 머나먼 세대를 거쳐 한 걸음씩 다가갔던 흔적이 뇌 한 켠의 신경세포로 남아, 그의 마음으로 다가가는 길을 인도한다.

그래서 우리는, 나와 일말의 연관도 없는 이들에게 공감한다. 길 잃은 아이의 눈물을 닦아 주고,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노인의 짐을 함께 든다. 소중한 이의 기쁨과 슬픔에는 더욱 깊이 공명한다. 혹여 누군가의 마음이 어긋나 원망스럽더라도 지나치게 슬퍼하진 말자. 보이지 않는 마음을 내 것 같이 헤아리는 것이 오히려 기적이다. 오해하고 서운해하면서도 우리는, 서로의 미소로 웃고 서로의 걸음걸이로 걸으며 끊임없이 닮아가고, 닿아갈 것이다. 

금슬 좋은 부부의 사진을 보다 보면 참 닮았다. 타고난 이목구비가 다르다고 생각했던 커플들도 많은 시간이 지난 뒤 보면, 표정이나 분위기가 묘하게 비슷한 느낌을 준다. 

사랑하는 사람의 웃는 모습을 바라볼 때 거울 신경이 작동하고, 해당 표정을 만드는 자신의 근육이 유사한 표정을 지으며 비슷한 주름을 형성해 간다. 인상이 바뀔 정도의 오랜 시간 동안 서로가 서로같이 웃으며, 사랑하는 이들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또 보듬곤 했을 것이다. 

다른 눈, 코, 입으로, 그리고 같은 주름과 표정으로 미소 짓는 노부부의 모습은 그래서 닮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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