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ㆍ피터 케리, 조용한 비ㆍ미야시타 나츠, 소년들은 죽이면 안 되나요ㆍ조영석
[새 책]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ㆍ피터 케리, 조용한 비ㆍ미야시타 나츠, 소년들은 죽이면 안 되나요ㆍ조영석
  • 이은영 기자
  • 승인 2020.02.27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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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리 갱의 진짜 이야기』는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가인 피터 케리에게 두번째 부커상을 안긴 기념비적 작품으로, 영국의 식민지배에 항거한 전설적인 민중 영웅 네드 켈리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작품이다. 아일랜드 태생 전과자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어린 시절부터 멸시와 협박에 시달린 네드 켈리. 무허가 술집을 운영하는 홀어머니를 도와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던 그는 뜻하지 않게 악명 높은 무법자 해리 파워의 조수로 들어간다. 산악지대의 지형과 쓸 만한 은신처, 도피에 유용한 요령을 배우던 그는 불안정한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집으로 돌아와 성실하게 땅을 일구며 가축을 키우는 농부의 삶을 꿈꾼다. 하지만 식민지의 현실은 소박한 희망을 허락하지 않고, 열다섯 살 나이로 얼결에 노상강도 혐의를 받아 경찰에 끌려간 이후 부당한 체포와 투옥을 거듭하는 사이 그는 식민 당국으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힌다. 가까이 지내던 경찰 피츠패트릭의 배신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후 동생 댄과 산속에 숨어들고, 평소 이들을 따르던 친구 스티브 하트와 조 번이 합류한다. 당국은 이들을 체포하기 위해 경찰을 파견하지만 접전 끝에 경찰 셋이 사망하자 ‘캘리 갱’이라는 이름으로 현상금을 내건다. 그때부터 이들 넷은 식민정부에 대한 항거의 표시로 영국 출신 목장주의 재산을 약탈하고 정부 소유 은행을 털어 도피자금을 챙기는 한편 가난하고 억압당하는 식민지 농부들에게 돈을 나눠준다. 폭압의 역사가 피에 새겨진 하층민들은 그에게 지지를 보낸다. 그사이 네드는 같은 아일랜드 출신의 메리 헌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녀의 권유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글로 남기기 시작한다. 도피생활이 길어지자 메리는 뱃속의 아이와 함께 미국으로 몸을 피하고, 네드는 자기 때문에 체포된 어머니를 감옥에서 빼내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에 남아 의회 의원과 신문사에 편지를 보내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다. 마침내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작전을 펼치고 수백 명의 병력에 포위당한 켈리 갱은 직접 제작한 철갑옷과 투구로 무장한 채 최후의 결전에 나선다. 556쪽, 문학동네 16,500원

 

 

△『조용한 비』는 이 책으로 '문학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신예 미야시타 나츠의 작품이다. 이 책은 저자 스스로 ”가장 순수한 작품“이라고 말할 만큼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부은 수작이다. 새로운 기억을 간직하지 못하는 고요미와 그녀의 존재가 전부였던 유키스케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그려낸 이 소설은 유머러스하고 재치 있는 대사와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인물들,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이 넘쳐난다. 그저 한 남자가 한 여자를 곁에서 지켜보며 하는 생각들로 이루어진 100쪽 남짓한 짧은 이야기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이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보여준다. 소리 없이 내리는 조용한 비처럼 고요하고 순수한 사랑 이야기에 촉촉이 젖어든다. 읽다 보면 당장이라도 고요미의 붕어빵 가게로 달려가고 싶을 만큼 생생한 즐거움이 가득한 『조용한 비』는 추운 겨울날 한 입 베어 문 붕어빵처럼, 당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것이다. 104쪽, 위즈덤하우스, 12,000원

 

 

△『소년들은 죽이면 안 되나요』는 학교폭력 등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면서, 책의 주인공 김시오와 박 형사 두 인물이 '가해자의 연령이 처벌의 수준을 정해서는 안 된다'와 '아직 나이가 어린 만큼 교화와 재사회화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극적 긴장감을 만든다. 평온한 일상이 이어지던 늦은 오후의 한 카페. 자리에 앉을 때부터 이상한 행동을 하던 여자가 많은 사람 앞에서 갑자기 터져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연이은 폭사사건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고,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는 경찰은 매스컴 보도를 막는 것에 급급하다.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딸의 자살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박 형사는 이불 더미 안에서 웅크리고 기도를 드리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는 아내를 바라볼 때마다 괴롭다. 딸을 잔혹하게 괴롭혀 죽음에 이르게 한 아이들은 법의 보호를 받으며 아무 일 없다는 듯 법정을 빠져나갔지만, 박 형사는 늘 충실하게 따라왔던 법과 철차를 배반할 용기가 나지 않아 스스로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주변을 정리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김민주’라는 인물을 찾아 비극을 막아달라는 투서가 도착하고, 이 일이 죽은 자신의 딸과 관련되어 있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하게 된다. 지역사회 최대 종교 단체인 ‘바롬형제원’ 원장 김시오(파코미오)는 자신의 정체를 위장하기 위해 평범한 국어교사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어릴 때 미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잃어,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특별한 인물이다. 바롬형제원 사람들은 공권력으로부터 소외받고, 법과 이웃들에게 배신당한 경험을 모두 갖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자유나 구원이 아닌, 복수와 사회 정화다. 그들은 형제원에서 만든 약을 풀어 욕망이 큰 자들이 스스로 폭사하게 만든다. 누구든 언제 어디서든 폭사할 수 있다는 공포가 사람들 사이에 점점 퍼져나가고, 사회는 혼란에 빠진다. 박 형사는 투서에 동봉된 사진 속 인물 김민주를 찾아 탐문수사를 벌이던 중, 의문의 폭사사건이 학교폭력 가해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깨닫고, 이 모든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바롬형제원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마지막 사투를 준비한다. 332쪽, 해피북스투유, 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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