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감염ㆍ로빈 쿡, 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ㆍ박주운, 무언가 주고받은 느낌입니다ㆍ박시하
[새 책]감염ㆍ로빈 쿡, 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ㆍ박주운, 무언가 주고받은 느낌입니다ㆍ박시하
  • 이은영 기자
  • 승인 2020.03.07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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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은 메디컬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와 함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폭발적인 성공을 한 로빈 쿡의 작품이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베스트셀러로 애틀랜타의 한 여인, 바로 마리사 블루멘탈이 의료세계의 치명적인 비밀을 폭로하기 위해 분투함으로써 전국을 휘몰아친 전염병의 발병과 그와 동시에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에 대해 철저하게 밝혀낸다. 의사와 그의 환자들에게만 유일하게 발병하는 기괴한 병이 전국을 휩쓸 때 닥터 마리사 블루멘탈은 그 현상이 사악한 무리들이 숨어서 조종하며 그녀의 생명까지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이 일에 뛰어든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공포의 전염병 발생한다. 오한, 발작에 가까운 두통, 설사, 토혈 그리고 죽음, 그러기까지 채 이틀도 걸리지 않았다. 1970년 아프리카에서 최초로 발생, 페스트 이래 가장 위험한 병원체로 간주된 에볼라 출혈열이 왜 갑자기 미국에서 발생한 것일까? 제2, 제3의 도시로 퍼져가는 엄청난 위력의 바이러스, 목숨을 건 닥터 마리사의 추격으로 감염자의 기묘한 일치점이 드러나는데…….치사율 90%를 육박했다는 에볼라, 이처럼 바이러스 자체도 위협적인 존재지만, 의료계의 뒷거래는 또 한 번 우리를 무력하게 한다. 의료계마저 흔들리는 환경에서 누구를 어떻게 믿어야 하는지 이 책은 묻고 있다. 이 모든 비리의 세력을 꿰뚫고 온몸을 던져 접근해 나가는 여의사 블루멘탈의 활약을 스릴과 감동으로 만날 수 있다. 384쪽, 오늘, 14,800원

 

 

△『콜센터 상담원, 주운 씨』는 매일매일 불특정다수에게 걸려오는 수십 통의 전화를 받고, 온갖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며 경험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콜센터 세계를 진솔하게 이야기한 책이다. 이 책은 고객의 문의와 민원을 해결하려 고군분투하는 상담원의 모습에서부터 진상 고객이 퍼붓는 막말이나 욕설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감정노동의 중심에 서 있는 상담원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누구나 쉽게 이용하면서도 속사정은 모르는, 이를테면 화장실조차 허락받고 가야 하는 현실, 복불복 점심시간, 콜센터 상담원의 진급과 인센티브, 일 잘하는 상담원이 되는 팁과 진상 고객 대처법 등 미처 알지 못한 콜센터의 실상을 알려준다. 저자는 성공한 사람의 미담만이 책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개인의 사소한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위로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고단한 감정노동은 비단 자신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을 거란 마음으로 용기를 내 글을 썼다고 말한다. 전화기 너머 묵묵히 자신의 감정을 어르고 달래며 스스로를 지켜온 저자의 이야기는 ‘감정노동’의 대명사로 불리는 콜센터 상담원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과 앞으로 나갈 힘을 줄 것이다. 224쪽, 애플북스, 13,800원

 

 

△『무언가 주고받은 느낌입니다』는 2008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한 박시하 시인의 세번째 시집이다. “세계는 우리에 대한 사실이 아니야/ 어떤 확신일 뿐”(「아포리아」, 『눈사람의 사회』, 문예중앙, 2012)이라 외치던 첫 시집, “언젠가 삶은 사라지게 될 거야/ 아무것도 슬프지 않을 거야”((「구체적으로 살고 싶어」, 『우리의 대화는 이런 것입니다』, 문학동네, 2016)라고 읊조리던 두번째 시집을 지나, “세계의 각도를 비틀 수는 있지만/ 마음은 비틀어지지 않는다/ 말해지지 않은 사랑은/ 짐작하지 않는// 나의 도덕”(「나의 도덕」)이라 담담히 적어내려가는 이번 시집까지, 저자는 투명하고 단단한 슬픔의 언어로 시간의 흐름을 들여다보고 사라져가는 소중한 존재들을 애도한다. '어제를 팔아서 오늘을 산다. 그러면 내일이 남는다. 이상한 장사지만 밑천이 떨어진 적은 아직 없었다. 결국 장사치로서 시를 쓴다는 사실이 가끔 당혹스럽다. 롤로와 메이, 죽은 아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작가의 말 중) 폐허를 바라보는 허무의 시선에서 그치지 않고, 침묵과 부재의 허허로움에 지지 않고, 그 모든 하강의 이미지를 끌어안은 채 가닿을 빛을 어디일까. 저자의 다음 행보를 기다리며 시인과 독자가 음미할 ‘무언가 주고받은 느낌’을 이 책에서 기대해 볼 수 있다. 156쪽, 문학동네,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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