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코로나19 박멸하는 사람의 온기
[기자의 눈] 코로나19 박멸하는 사람의 온기
  • 뉴스1
  • 승인 2020.03.08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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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기자들도 분주해졌다. 지난 3일 오후엔 성동구 소재 주상복합단지 인근으로 이동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이 해당 지역에서 속출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2시간 동안 취재·기사 작성을 마무리한 뒤 다음 일정을 살피는데 입가에 한기가 느껴졌다. '싸한 느낌'이었다. 이동 지시 전까지 분명히 착용하고 있던 마스크가 사라진 것이다.

회사에선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고 취재할 것" 지침을 내린 상태였다. 현장에 있던 기자는 적잖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기사 작성을 위해 인근 커피숍에 머물렀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곳에서 마스크를 착용했는지 기억이 뚜렷하지 않았다.

커피숍에는 젊은 남성 사장이 앉아 있었다. 손님은 '여전히' 1명도 없었다. 기자는 텅 빈 카페를 지키는 사장에게 "혹시 제가 마스크를 두고 가지 않았나요"라고 물었으나 사장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음 '동선'으로 이동하려는데 등 뒤에서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만요.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사장은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 기자에게 보여준다. 포장도 안 뜯은 마스크 제품이었다. "이것이라도 쓰시겠어요? 불안한 상황이 지속하고 있으니 이거 꼭 쓰시고 일하세요."

특히 구하기 어렵다는 '보건용'(KF 표시) 마스크였다. 인근 약국·편의점마다 '면 마스크'조차 동난 상태였다. 마스크가 없다면 다음 취재를 할 수 없었다. 기자는 사장이 건넨 마스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때였다면 '넉넉한 인심을 경험했네' 만족하고 끝났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요즘 같은 시국에 사장의 배려와 선의는 단순히 '인심'이라고 표현하기엔 어딘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마스크 구매는 '로또 당첨'에 비유될 정도다. 하루 증가세는 주춤한다고 하지만 코로나19 우려를 떨친 이를 찾기 어렵다. 마스크는 매장에 들어오는 족족 매진 행진이다. 이처럼 '마스크 품귀'의 틈을 타 컴퓨터 프로그램을 동원한 신종 범죄까지 등장했다.

기자는 생전 처음 방문한 곳에서 일확천금에 비유되는 행운을 누린 셈이다. '사람의 온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행운의 선물이었다.

언론계 격언 중 '나쁜 뉴스가 좋은 뉴스다'(Bad news is good news)는 말이 있다. 그러나 재난 상황이 끝 모르게 지속하는데 '나쁜 소식을 담은 뉴스'를 보도해야 하는 기자의 마음이 편할 리 없다. 특히 마스크 매점·매석 같은 반사회적인 범죄 기사를 쓸 때면 회의감마저 든다.

반대로 좋은 소식을 전할 때면 힘이 저절로 솟는다.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착한 건물주'나 의료진에 각종 물품을 제공한 익명의 '기부 천사'를 보도할 때면 '사회적인 연대로 조만간 코로나19를 극복하겠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앞으로 더 많은 뉴스를 전하길 기대해본다. 나쁜 소식이어서 좋은 뉴스가 아니라 희망의 메지지가 듬뿍 담긴 '굿 뉴스'를 말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감염 차단을 위해 마스크 착용을 권하지만 바이러스를 끝끝내 박멸하는 것은 사람의 온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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