狗 國 狗 門 (구국구문)
狗 國 狗 門 (구국구문)
  • 최민규 기자
  • 승인 2018.09.0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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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은 몸집이 작고 볼품이 없었지만 기지가 있었다. 한번은 안영이 제나라의 전권 대표로 초나라에 담판을 지으러 갔다. 초나라 왕은 안영을 골려 주려고 성문 옆에 작은 문을 달아 놓은 뒤 접대를 맡은 벼슬아치에게 안영을 데리고 그 문으로 들어가게 했다.

안영은 주위에서 웃는 사람들을 보며 아주 놀란 표정으로 "오늘 내가 아마도 개나라에 온 모양이로군. 내가 개나라에 사신으로 왔다면 개구멍으로 들어 가겠지만 초나라에 사신으로 온 내가 어떻게 개구멍으로 들어갈 수 있다 말인가?"하면서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 말을 들은 초나라 벼슬아치는 얼굴을 붉히고 하는 수 없이 안영을 대문으로 인도했다. 그렇게 안영이 초나라 궁정에 들어가자, 초나라 왕은 높은 곳에 앉아 뻔뻔하고 거만하게 내려다보며 물었다. "당신네 제나라에는 그렇게 사람이 없소?"

안영이 조용히 대답했다. "어째서 사람이 없다고 하십니까? 제나라의 서울 임치에는 칠팔천 호나 되는 집들이 이어져 있으며, 펄럭이는 소매는 하늘을 덮고, 땀을 뿌리면 폭우처럼 쏟아집니다. 거리에 사람들이 걸어 다니면 서로 어깨를 부딪치며 발부리에 채이지 않고서는 다닐 수 없을 지경입니다. 그런데 어찌 사람이 없다고 하십니까?

초나라 왕이 뻔뻔스럽게 물었다. "그렇게 사람이 많다면서 당신네 제나라에서는 당신보다 나은 사람을 보낼 수 없었단 말이오?"

안영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어찌 더 나은 사람이 없겠습니까? 그러나 우리 제나라에서는 사람을 파견하는 원칙이 있습니다. 재능 있는 현자는 유능한 임금에게 보내고, 무능한 사람은 무능한 임금에게 보냅니다. 저는 제나라에서 가장 무능한 사람입니다. 그러니 초나라에 사신으로 온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 초나라 왕은 안영을 골리려다가 오히려 된통 당했다.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 외모의 단점을 이용하여 골리는 것은 아주 비열한 짓이다. 외교관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개구멍으로 들어오라고 했으니 초나라 왕은 자기 스스로 개와 같은 수준으로 내려간 것이다. 개는 개로 대하고, 외교관은 외교관으로 대해야 어울린다. 안영은 초나라 왕과 신하들에게 무례하다고 따지지 않고 그들이 사용한 방법 그대로 되갚았다. 나를 한심한 사람으로 대하면 너희들 스스로 한심한 사람이라고 광고하는 격이라고 말이다. 상대방을 높이면 자신도 높아지지만 상대방을 낮추면 자신도 낮아진다. 때로는 상대방 논리의 모순을 포착하여 그대로 갚아주는 방법도 효과적인 반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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