晏 子 之 御 (안자지어)
晏 子 之 御 (안자지어)
  • 최민규 기자
  • 승인 2018.09.06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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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라의 재상 안영이 하루는 수레를 타고 번화한 시내를 지나갔다. 때마침 마부의 아내가 길가에 있는 자기 집 문 앞에 서서 남편이 말 네 마리가 끄는 커다란 수레에 높직이 앉아 채찍을 휘두르며 의기양양하게 소리치는 것을 보았다. 마부의 아내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 보따리를 꾸리고는 남편을 기다렸다. 아내는 마부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다짜고짜 헤어지자고 했다.

마부가 깜짝 놀라 황급히 그 까닭을 묻자, 아내가 대답했다. "안영 재상님은 키가 여섯 자도 안 되는 작은 몸이지만 제나라의 재상이 되어 제후들에게 명성이 뜨르르 합니다. 오늘 그분이 수레에 앉아 계신 것을 보니 머리를 숙이고 깊이 생각하며 줄곧 겸허한 태도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여덟 자나되는 당당한 몸으로도 한낱 다른 사람의 마부에 지나지 않는 데다가 수레를 몰고 갈 때는 으스대며 뽐내기까지 했습니다. 나는 거드럼 피우고 자만하는 사람과는 같이 살 수 없습니다."

마부는 이 말을 듣고 몹시 부끄러워했다. 그 뒤부터 수레를 몰 때마다 늘 언행을 조심했다. 하루는 태도가 달라진 마부를 보고 이상하게 여긴 안영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았다. 마부는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듣고는 마부에게 충고를 잘 받아들였다고 칭찬하고, 나중에 이 마부를 대부에 추천했다.

▶ 외모가 그 사람의 인격이나 그릇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보잘 것 없는 몸으로 큰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당당한 몸으로도 몸값을 못하는 사람이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일과 그렇지 못한 일이있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 어떻게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안자의 마부처럼 자기가 재상도 아니면서 재상의 위세를 빌어 우쭐대는 것은 가소로운 일이다. 신상을 지고가던 나귀가 사람들의 신상을 보고 절을 하자 자기에게 절 하는 줄 알고 우쭐대다가 우물에 빠졌다는 이솝우화에 나오는 어리석은 나귀 꼴이다. 그래도 아내는 매우 현명하여 남편을 잘 이끌어 어리석음을 깨닫게 했고, 남편 또한 아내의 충고를 잘 따랐기 때문에 높은 벼슬까지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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