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김학범 감독 "병역? 한마디도 안 해…오로지 승리에 초점"
金 김학범 감독 "병역? 한마디도 안 해…오로지 승리에 초점"
  • 뉴시스
  • 승인 2018.09.0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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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2018.09.06.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2018.09.06.

 "선수들에게 병역과 관련된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이기는 것에만 포커스를 맞췄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축구의 아시안게임 2연패를 지휘한 김학범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대회를 결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 감독은 6일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결산 기자회견에서 "처음부터 힘들고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도전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선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했다"며 "(대회 중에) 병역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기는 것에만 포커스를 맞췄다"고 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71위 말레이시아에 1-2로 패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토너먼트에서 이란,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일본을 차례로 제압하며 정상에 올랐다. 

특히 우승후보로 평가된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이 힘겨웠다. 엎치락뒤치락 승부 끝에 극적으로 4-3 승리를 거뒀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고 김 감독은 눈시울을 붉혔다.

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이 정말 좋은 팀이라는 걸 느꼈다. 버거운 경기였다. 역전에 재역전으로 굉장히 힘들었다. 이렇게 주저앉으면 안 되는데 정말 힘들었다"며 "이겼지만 칭찬은 하지 않고 많이 혼냈다. 간절함과 절실함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이 경기가 준결승, 결승전에서 좋은 경기로 이어진 계기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의조(감바 오카사) 선발 논란에 대해선 "설령 실패한 순 있겠지만 된다는 확신이 있었다"며 "황의조는 앞으로 성인대표팀에서도 많은 활약을 할 것이다"고 했다.

김 감독은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지도한다. 

그는 "아시아의 경쟁자들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은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했다.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걱정스럽다. 잘못하면 망신당할 것 같다"며 다음을 준비하는 자세를 보였다. 

◇다음은 김학범 감독과의 일문일답. 

-아시안게임 2연패 소감은. 

"처음부터 힘들고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에 도전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약속을 지킨 것 같아 고맙다. 선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줬다. 팬들의 성원도 매우 컸다. 축구팬들에게 드리고 싶다. K리그도 무궁한 발전이 있었으면 좋겠다." 

-현지에서 우승하고 군대에 간 아들이 생각난다고 했는데.

"나에게 가족들이 있어 힘이 된다는 의미였다. 둘째는 군대에 가서 훈련을 받고 있어 인도네시아 현지에 오지 못했다. 가족에 대한 인사였다."

-대회 기간에 선수들에게 강조한 부분은. 

"첫 소집에서 슬로건이 '맹호로 거듭나라', '선수들(동료)을 위해 싸워라', '챌린징 앤 챔피언'이었다. 타이밍이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 김학범 감독과 코치진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차상광 코치, 김학범 감독, 이민성, 김은중 코치. 2018.09.06.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 김학범 감독과 코치진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차상광 코치, 김학범 감독, 이민성, 김은중 코치. 2018.09.06.

-8강 우즈베키스탄전이 고비였는데 승리 후 분위기는.

"솔직히 8강에서 붙은 게 더 좋았다. 우즈베키스탄은 좋은 팀이라는 걸 알았지만 경기를 하면서 더 느꼈다. 버거운 경기였다. 역전에 재역전으로 굉장히 힘들었다. 이렇게 주저앉으면 안 되는데 정말 힘들었다. 선수들이 지치고 힘들어했다. 경기 마치고 실수한 부분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았지만 칭찬은 하지 않고 '절박한데 이렇게 해서 우승을 어떻게 하겠느냐'며 혼만 냈다. 그 경기가 준결승전, 결승전까지 좋은 경기로 이어진 계기였다고 본다."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눈물을 흘렸는데. 

"나이 먹어서 그렇다. 나도 축구인생을 걸었다. 우리 선수들도 인생을 걸었다. 내 머리 속으로 '여기서 끝날 수 있겠다', '선수들과 같이 가자' 경기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모든 걸 쏟아서인지 경기 후에 벤치의 주저앉았다."

-당초 3백을 준비했다가 4백을 활용했는데. 

"3백은 수비 잘 하는 사이드백이 없어서 준비한 것이다. 그런데 선수들이 현지에서 부담스러워했다. 코칭스태프와 회의한 끝에 4백으로 바꿔도 좋을 것 같다고 해서 바꿨다. 선수들은 국내에서 많이 하기 때문에 4백에 익숙했다."

-세대교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이 자리에서 성인대표팀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좀 그렇다. 세대교체는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이번 선수들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성남 시절 본 황의조와 아시안게임 황의조의 차이는 무엇인가.

"원래 황의조는 성남 시절에 교체 멤버였다. 유심히 보니까 출전시간과 상관없이 슈팅을 많이 때렸다. 그래서 기회를 줬는데 골을 넣고 다음 경기에서 또 골을 넣으며 활약을 보였다. 이번에 선발하기에 앞서 비디오 5개 정도를 보고 일본에 건너갔다. 구단(감바 오사카)은 황의조 차출에 반대했다. 반대를 많이 했다. 나도 물러설 사람이 아니었다. 한 단계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론의 반대가 있었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다. 설령 실패는 할 순 있지만 확신이 있었다. 성인대표팀에서도 많은 활약을 할 것이다."

-대회 기간 중 선수들에게 병역 이야기를 했나. 

"한마디도 안 했다. 포커스는 이기는 것에만 맞췄다." 

-선수들에게 인터넷 댓글을 못 보게 하나. 

"보지 말라고 했다. '이겨낼 놈 있으면 보라'고 했다. 나는 기사도 안 봤다. 안 보니까 편하더라. 선수들이 조금씩 극복하는 방법을 아는 것 같았다."

-도쿄올림픽을 준비해야 하는데.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9.06.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 김학범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09.06.

"걱정스럽다. 아시아 경쟁자들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은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했다.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다. 잘못하면 망신당할 것 같다."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아직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김판곤 위원장의 첫 (지도자) 작품이라 부담스러웠다. 현재 협회의 행정이 이전과는 달리 많은 차이가 있다고 본다. 아직 계획이 서지 않았다. 전폭적인 지원이 있을 거라고 본다."  

-대회 후에 어떻게 쉬었는지.  

"잠만 잤다. 나와 코치들이 스트레스가 심했다. 다녀오니까 손끝하나 움직이기 싫었다. 짐도 어제 풀었다. 거기서는 괜찮았는데 여기 오니까 설사를 했다." 

-파울루 벤투 성인대표팀 감독과의 협업은. 

"벤투 감독은 열려 있는 거 같다. 대화를 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우리 팀 연령대별 선수들이 많으 갔으면 좋겠다." 

-황희찬이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격한 반칙을 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주심들의 판정이 관대했다. 퇴장성 반칙에도 관대했다. 선수들에게 강하게 하되 파울은 하지 말라고 했다."  

-대회를 통한 손흥민의 인상은. 

"많이 성숙했다. 예전에는 날뛰는 천방지축 같았는데. 자기보다 더 좋은 자리에 있는 선수들에게 패스해야 한다고 하더라. 더욱 잘 할 수 있는 선수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층 더 성숙하고 성장했다고 본다."  

-고맙거나 미안한 선수가 있다면. 

"인도네시아에 함께 가지 못한 선수들에게 미안함이 있다. 선발 과정에서 고심이 컸다. 코칭스태프 회의를 여러 번 했다.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그 선수들이 좌절하지 않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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