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없어 치료 못해요"…응급환자 돌려보내는 공공의료원
"전문의 없어 치료 못해요"…응급환자 돌려보내는 공공의료원
  • 뉴시스
  • 승인 2018.09.0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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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공공의료원 심각한 저혈압 환자 재이송시켜 논란
전국 공공의료원 2015~2017년 6월 응급환자 진료 거부 7367건
"환자 돌려보내는 과정서 사망률 높아 문제"…복지부 감독 안해
복지부 "전문의 없으면 상위병원으로 보내면 돼"…무책임의 극치

지난달 말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럽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원 A씨는 50대 남성 B씨를 태우고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한 공공의료원 응급실로 향했다. 

 하지만 병원은 주말이라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접수조차 시키지 않고 환자를 돌려보냈다. B씨는 혈압이 매우 낮아져 위독한 상태였지만 응급 조치도 받지 못한 채 다시 구급차에 태워졌다. 결국 근처에 있는 다른 공공의료원에 도착해서야 치료를 받고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이런 일이 전국 공공의료원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제대로 감독조차 하지 않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공공의료원은 민간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운 저소득·취약 계층을 위해 만든 의료기관이지만, 법의 사각지대가 적지 않아 모든 피해가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7일 시·도 소방본부 구급활동일지를 토대로 작성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 6월까지 전국적으로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응급환자를 접수하지 않고 바로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한 사례는 7367건에 달한다.

 B씨를 돌려보낸 동대문구 공공의료원 관계자는 당시 환자 재이송 이유에 대해 "주말에는 당직의사가 일반의만 있어서 일반의가 진료할 수 있는 범위를 넘는 환자가 오면 진료에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전문의 1인 이상이 24시간 근무해야 하지만 지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기관의 응급실에는 이런 전문의 상주 의무가 없다. 환자를 돌려보낸 그 병원은 지역응급의료기관이다. 

 전국적으로 권역응급의료센터는 36개, 지역응급의료센터는 116개, 지역응급의료기관은 255개가 운영되고 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36개를 제외한 다른 응급의료센터·기관의 경우 민간병원 뿐 아니라 공공의료원도 공휴일이나 야간에 응급환자가 왔을 때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로 재이송 하더라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해당 병원은 지역응급의료기관이라서 응급의료법상 24시간 당직 의사만 두면 되기에 일반의만 있어도 법상 문제는 안된다”며 "해당 병원에서 치료 할 수 있으면 하고, 할 수 없으면 상위 병원으로 보내면 된다”고 말했다. 

 또 "지역응급의료기관의 경우 권역응급의료센터 보다는 진료할 수 있는 과목이 적다"며 "전문적인 의술이 필요한데 그에 맞는 전문의가 없으면 돌려보내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효율적이고 유기적인 대응을 위해 응급의료기관을 3단계로 정해 운영하면서 병원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권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 매년 1억8500만원~2억4500만원,  지역응급의료센터은 9300만원~1억1000만원, 지역응급의료기관은 5700~87000만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국회 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김주경 조사관은 “문제는 응급 환자를 볼 전문의가 없으면 다른 곳으로 이송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사망률도 높아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같은 응급의료기관 당직제도가 일선 중소병원들의 진료 거부 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진료 거부인데 능력 부족으로 주장하면서 응급환자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한 공공의료원 관계자는 “혈압이 떨어진 환자를 접수조차 하지 않고 돌려 보낸 것은 사실상 의사와 병원의 도덕적 해이”라며 “혈압이 떨어진 환자는 일반의도 볼 수 있는 환자다. 치료를 못하는 것인지, 안하는 것인지는 의사 양심에 맡겨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응급환자를 접수하지 않고 바로 다른 병원으로 재이송한 사례의 적정성 여부를 따져야 하는 복지부는 제대로 된 감독조차 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6월 응급의료센터 운영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응급의료기관의 부적절한 재이송 실태를 지도·감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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