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감추고 의사를 멀리하면(諱 疾 忌 醫)
병을 감추고 의사를 멀리하면(諱 疾 忌 醫)
  • 임동산 기자
  • 승인 2018.09.08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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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의사 편작이 한번은 채나라 환공(환후)을 찿아갔다. 그는 환후를 살펴보고 말했다. "병이 나셨군요. 아직은 피부 속에 있지만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환후가 이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내게는 병이 없소"

편작이 돌아가기를 기다려 환후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저 의원은 병도 없는 사람을 치료하여 자기 재주를 과시하고 싶은가 보구나"

열흘 뒤 편작이 또 환후를 잦아와 기색을 살펴보고는 병이 이미 살까지 퍼졌으니 치료하지 않으면 더욱 위험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환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편작이 돌아간 뒤 환후는 매우 기분이 언짢았다. 

다시 열흘이 지난 뒤  편작은 또 환후를 찿아와서는 병이 위장까지 깊숙이 들어가 있으니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위태로울 것이라고 말했지만, 환후는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았다.

또 열흘이 지났다. 환후를 찿아와 바라본 편작은 그냥 돌아가 버렸다. 환후는 이상하게 여겨 사람을 보내 편작에게 물었다. 편작은 심부름꾼에게 말했다. "병이 피부에 있거나 살 속까지 번졌거나 위장에 침투해 있어도 침이사 뜸이나 약을 복용하면 나을 수 있지만, 골수에 침범하면 목숨을 맡은 신이라면 모를까  아무 방법이 없소. 지금 임금님의 병이 이미 골수 깊숙이 들어가 있으니 나도 어쩔 수 없소"

닷새 뒤 환후는 온몸이 아파 급히 사람을 보내 편작을 청했지만 그는 이미 다른 나라로 가 버린 뒤였다. 환후는 얼마 뒤 죽었다.

*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처음 둑이 터지려고 할 때는 물줄기가 새는 갈라진 틈이 작아서 호미로도 막을 수 있지만 방치해 두었다가 일이 커지면 여러 사람이 달려들어 큰 가래로 막아도 막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처럼 병이든 재난이든 사회적인 병폐든 처음 시작할 때는 기세가 약하다 하여 덮어두거나 미봉책으로 넘어가면 나중에는 들판의 불길처럼 타올라 걷잡을 수 없다. 자기의 결점을 덮어서 감추고 남의 충고를 싫어하여 고치려 하지 않는 것을 가리켜서 휘질기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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