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코로나19 검사 의도적 제한...물밑서 확산되고 있을 수도"
"日, 코로나19 검사 의도적 제한...물밑서 확산되고 있을 수도"
  • 뉴시스
  • 승인 2020.03.28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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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밑서 확산 가능성…깨달았을 땐 너무 늦을 수도"
"아베 총리, 경제 우선시하지 말고 도쿄 봉쇄결단 내려야"
지난 26일 도쿄에서 시민들이 벛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27일 도쿄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꽃놀이 자제 요청을 내렸다.

일본이 중국과 같이 이동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조치나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부를 봉쇄 조치도 도입하지 않고, 한국처럼 엄청난 진단 검사를 행하지도 않았으면서 어떻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을 막을 수 있었는지를 놓고 세계 감염병 전문가들이 당혹해 하고 있다고 미 뉴욕 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당혹감은 곧 풀릴지 모른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후생노동상은 2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일본은 현재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만연해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일본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쿄 하계올림픽 1년 연기에 합의한 지 하루만인 25일 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 도시사는 1400만 인구의 도쿄도가 "감염 폭발이 일어나기 전의 중대한 단계"라고 경고했다. 또 불필요한 외출을 피하고 주말 동안 집에 머물도록 호소했다. 도쿄도 인근 4개 현 지사들도 주말 동안 집밖 외출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도쿄에서 코로나19 감염 사례들이 급증하면서 코로나19 진단 검사 부족으로 더 많은 감염자들이 발견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국민들은 코로나19와 관련한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본의 26일 현재 코로나19 총 감염자는 2110명, 사망자는 57명이다.

미 워싱턴대학 판디믹 대비 및 글로벌 건강보장 센터의 공동 책임자인 피터 라비노위츠 박사는 "일본이 올바로 대처했는지 아닌지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코로나19 확산 억제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지만 중국처럼 도시들을 봉쇄하지도, 한국처럼 대규모 검사를 하지도, 싱가포르처럼 현대적인 감시 기술을 도입하지도 않았다.

일본에 비해 인구 수가 절반인 한국이 36만5000명에 달하는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실시한 것에 비해 일본은 약 2만5000건의 진단 검사만을 실시했을 뿐이다. 일본은 현재 하루 7500여 차례 시험을 실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하지만 하루 평균 1200~1300건의 검사만 이뤄지고 있다.

국립보건의료과학원의 사이토 도모야 국장은 일본의 코로나19 진단 검사 제한은 의도적인 것이었다고 말했다. 검사 결과 양성반응이 나타나면 누구든 입원을 시켜야 하는데 당국이 의료 자원이 고갈되는 것을 막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컬럼비아 대학의 역학학자 제프리 셔먼은 일본의 접근방식은 "도박"이라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물밑에서 무슨 사태가 벌어지고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 오사카시는 이번 달 후생노동성에 "4월 초까지 오사카에서 3400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으며 이 가운데 227명이 중증 환자로 중증환자에 대한 치료 제공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오사카부 지사는 지난 25일 심각한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600개 병상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사카 린쿠 종합병원의 야마토 마사야 박사는 중증환자를 위한 병상 확보를 위해 가벼운 증상을 가진 감염자들은 집에 머물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도 역시 심각한 증상을 나타내는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병상이 100개에 불과하다. 도쿄도는 25일 600개 병상을 추가 확보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야마토 박사는 주말 동안 집안에 머물라는 고이케 도지사의 요청이 코로나19 위기를 막기에는 너무 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도쿄 봉쇄를 결단해야 한다"며 "경제적 영향이 최우선 순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도쿄는 2~3주 간 봉쇄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도쿄의 의료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아베 총리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불필요하다고 밝혔었지만 결국 국가비상사태 선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그럼에도 일본 국민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고이케 지사의 감염 폭발 경고가 내려진 25일 일부 식료품점 진열대가 동나긴 했지만 26일에는 정상을 되찾았다. 식당들은 여전히 손님들로 붐비며 맥도널드 햄버거를 사려는 줄도 길게 형성되고 있다. 도쿄 시내의 흡연구역은 애연가들로 가득하다.

도쿄의 히비야 공원은 벚꽃 구경을 나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공원 인근의 한 나이키 매장 앞에 한정판 운동화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대기하고 있는 하라구치 가즈히사(36)라는 남성은 "코로나19에 대해 조금 걱정스럽긴 하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엔 아직 코로나19가 크게 번지지 않고 있다. 죽더라도 나이키 운동화는 가지고 죽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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