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융시장 유동성 공급 본격화...`변곡점'되나
정부, 금융시장 유동성 공급 본격화...`변곡점'되나
  • 뉴시스
  • 승인 2020.03.31 09: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월 초 채안펀드 집행 시작...둘째주는 증안펀드 투입
한은, RP 무제한 매입도 시작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4월1일부터 한국은행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이 시작된다. 이어 채권안정펀드가 본격 집행되며, 4월 둘째주에는 증권시장안정펀드까지 투입된다. 이에 따라 이번주 금융시장이 안정의 `변곡점'이 될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안펀드, ‘한투운용’ 주관…대표지수 상품위주 투자 전망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시장 안정화 정책 중 하나인 증안펀드는 내달 초부터 집행된다. 증안펀드는 민간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이 1차 캐피탈 콜(Capital Call) 금액인 3조원 규모의 모펀드를 통해 운용한다.

캐피탈 콜 방식은 한 번에 모든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조성한 뒤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말한다. 2, 3차 캐피탈 콜 모펀드 운용사는 투자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할 방침이다.

민간 연기금투자풀이란 기금운용을 전문적으로 도입하기 어려운 중소형 연기금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자산운용을 돕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5년 도입한 민간 연기금 지원 제도다. 총 수탁규모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1조7262억원이다.

증안펀드 투자관리위원회가 집행, 환매 시점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 사무국 기능을 맡는 한국증권금융이 지침 이행을 도울 예정이다.

한투운용은 기존에 운용하고 있던 민간 연기금 투자풀 유니버스를 통해 자금을 굴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투자관리위원회에서 결정되지 않았지만 1차 모펀드 운용사를 별도의 선정 과정 없이 결정했던 것처럼 자펀드도 기존 유니버스를 따르게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증안펀드는 모펀드가 배정하는 자금을 개별 자펀드 운용사들이 운용하게 된다. 현재 민간 연기금투자풀의 자펀드 운용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BNK자산운용, KB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DGB자산운용, IBK자산운용 등 21곳이다.

이들 자펀드 운용사는 조성된 자금을 코스피200 등 증시 전체를 대표하는 지수상품에 투자한다. 20여개 자펀드가 운용될 것으로 코스닥150 등 코스닥도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채안펀드, ‘IBK운용’ 주관…하위펀드가 섹터별 채권 매입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채안펀드의 주관운용사로 IBK자산운용이 선정됐으며, 하위 펀드 운용사로 한투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멀티에셋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8개 기관이 선정됐다.

이들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채안펀드를 운용했던 곳이자, 출자기관과 연관성이 높은 운용사들이다. 신속한 자금 집행과 빠른 채안펀드 가동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채안펀드의 운용은 주관운용사인 IBK자산운용이 하위 펀드 운용사에 재투자 하는 방식이다. 자금집행은 증안펀드와 동일하게 캐피탈 콜 방식으로 진행된다. 1차 캐피탈 콜 규모는 약 3조원이다.

하위 운용사들은 채권 섹터를 나눠 자금을 집행한다. 회사채는 한투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은행채는 NH아문디자산운용과 유진자산운용이 맡는다. 여전채는 KB자산운용과 하나UBS자산운용이, CP·단기채는 멀티에셋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담당한다.

자금집행은 주로 유통시장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채안펀드의 주 목적이 유동성 공급이기 때문이다. 특히 하위 운용사들이 시장 매물로 나온 채권을 받아줘 투자자들에게 시장의 유동성이 문제 없음을 확인시켜준다면 발행시장의 안정성도 커질 수 있다.

또 주목할 점은 2008년과 달리 현재 수요예측 제도가 있다는 점이다. 이를 감안할 때, 경우에 따라서 채안펀드가 수요예측과 추가청약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일부 발행사들은 채안펀드의 수요예측 참여를 기대해 일정을 다소 연기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은의 무제한 RP 매입…"단기금융 시장 안정 기대"

한국은행이 무제한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을 사들이는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크다. 단기금융 시장 경색으로 전체 채권시장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지난 26일 한국은행 3달간 무제한으로 RP를 사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은은 지난 20일에 1조원 규모의 RP매입을 발표했고, 24일에는 RP매입으로 증권사와 한국증권금융에 2조5000억원을 공급한 바 있다.

여기에 추가로 무제한 RP매입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RP 대상기관도 기존 은행 16곳, 증권사 5곳에서 증권사 11곳을 추가로 포함시켰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나오지 않았던 정책이란 점에서 한국판 '양적완화'라 불리우고 있다.

RP는 금융기관이 일정기간 이후 다시 사거나 파는 조건으로 발행되는 채권이다. 한은은 RP를 활용해 통화를 조절한다. 시중에 단기자금이 풍부하면 한은이 RP를 매각해 자금을 흡수하고, 반대로 자금이 부족하면 RP를 매입해 유동성을 푸는 방식이다. 한은이 무제한으로 RP를 사들이면 그만큼 유동성이 풀리는 효과가 생긴다.

시장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것은 단기금융 시장의 안정이다. 정부가 지속해서 금융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했지만 아직 단기금융 시장의 경색이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단기금융 시장의 경색이 전체 채권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크레딧 시장이 엉켜서 정리가 안되거나 정신이 없을 때는 금리와 무관하게 전체 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자금 조달이 안되는 경우로 이어진다"면서 "전체 크레딧 시장의 투자심리가 회복되기 위해서 분위기 반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내적인 측면에서는 크레딧 시장이 안정화를 찾을 수 있는 국면이나 모멘텀이 만들어졌다"면서 "이번주 절대금리가 안정을 찾고 스프레드가 안정되는 국면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