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경제 부분 '셧다운'…역대 최장 경기 수축기 확실시
코로나19로 경제 부분 '셧다운'…역대 최장 경기 수축기 확실시
  • 뉴시스
  • 승인 2020.03.3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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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정점 후 29개월째 하강…"훨씬 더 길어질 것" 전망
생산 급감…숙박업 -32.6%, 음식점업 -16.5% 항공운송업 -33.1%
車부품 공급 쇼크에 제조업 생산 금융위기 후 최대 폭 -4.1%↓
사회적 거리 두기에 소비 -5.0% 급감…車 등 투자도 -15.4% 감소
지난 11일 오후 경기 수원시 한 백화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경기 수원시 한 백화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달 생산과 투자, 소비 등 3대 경기 지표가 한꺼번에 고꾸라졌다.

2017년 9월부터 시작된 경기 수축세는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로 넘어오면서 힘겹게 멈추는 듯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블랙 스완'(black swan·예기치 못한 위험)이 덮쳐 오면서 반등 자체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현재의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2015년=100)는 지난달 99.8로, 전월보다 0.7포인트(p) 하락했다. 미래 경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와 함께 지난해 12월(0.3p)과 올해 1월(0.3p)까지 두 달 연속 오르다 큰 폭으로 고꾸라진 것이다. 경기 회복 낙폭은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1월(-0.7p) 이후 가장 컸다.

통계청은 우리나라가 현재 2013년 3월을 저점으로 하는 제11순환기에 속해 있으며 경기가 2017년 9월 정점을 찍은 후 올해 2월까지 29개월째 하강 국면에 속해 있다고 판단한다. 국내 경기는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있었던 제6순환기(1993년 1월~1998년 8월)에 29개월간 수축했던 적이 있다. 지난해 말 가까스로 반등하는 듯했던 경기가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를 맞아 전에 없던 강도로 위축되는 모습이다. 통상 통계청에선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상승세가 최소 5개월은 지속돼야 경기 반등의 신호로 해석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전월보다 3.5% 감소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는 전월보다 3.5% 감소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5개월 연속 오름세를 나타내던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보합(0.0%)세를 나타냈다. 코스피, 경제심리지수, 장단기금리차 등 선행 지수를 구성하는 지표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외적 충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이 지표를 토대로 향후 경기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안형준 경제동향통계심의관(국장)은 "일부 구성 지표는 3월 기준 이미 큰 하락세를 나타냈는데, 2월 기준 선행 지수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선행 지수가 현재의 경기 동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공표를 연기한 바 있다"고 했다.

동행 지표를 구성하는 지표 모두가 큰 폭으로 후퇴한 영향이었다. 지난달 전(全)산업생산지수(농림어업 제외)는 107.0으로 전월(110.9)보다 3.5% 하락했다. 구제역 파동이 있었던 2011년 2월(-3.7%) 이후 최대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외출 자제,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의 영향으로 서비스업에서 타격이 특히 컸다. 서비스업 생산은 2000년 지수를 작성한 이래 가장 큰 폭인 -3.5%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 생산이 18.1% 급감했다. 역시 통계 작성 이래 최대 폭이다. 휴양콘도운영업(-41.2%), 여관업(-29.5%), 호텔업(-23.2%) 등 숙박업(-32.6%) 생산 실적이 모두 부진했다. 이와 함께 음식점·주점업 생산도 전월 대비 15.9% 줄었다. 음식점업(-16.5%)과 주점 및 비알코올 음료점업(-13.8%)에서 생산이 모두 사상 최대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을 공표하고 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을 공표하고 있다.

운수·창고업(-9.1%)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분명하게 감지됐다. 항공운송업(-33.1%)에서 감소폭이 특히 두드러졌는데, 여객 운송업에서의 감소폭이 -42.2%로 특히 컸다. 육상운송업(-8.1%) 생산도 역대 최대 폭으로 후퇴했다. 철도 운송업(-34.8%), 육상 여객 운송업(-9.1%), 도로 화물 운송업(-7.0%) 등에서 실적이 모두 부진했다. 여행사 및 기타 여행 보조 서비스업 생산의 감소폭은 -45.6%로 지난달 역대 가장 컸다.

경기 민감도가 높은 도·소매업 생산 역시 얼어붙었다. 생산 공장 중단 등 영향이 있었던 자동차 및 부품 판매업 생산이 전월 대비 -8.0%, 소매업 생산도 -6.8% 뒷걸음질했다. 섬유·의복·신발 및 가죽제품 소매업(-23.3%), 문화·오락 및 여가 용품 소매업(-8.9%), 연료 소매업(-2.7%), 음·식료품 소매업(-2.2%) 등 생산이 모두 줄었다.

광공업 생산도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2월(-10.5%) 이후 11년6개월 만에 최대 폭인 3.8%가 줄었다.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 등 부품 공급 부족에 따라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자동차 생산은 대규모 파업이 있었던 2006년 7월(-32.0%) 이후 13년7개월 만에 가장 큰 폭(-27.8%)으로 후퇴했다.

반도체 생산이 전월 대비 3.1% 늘었지만, 자동차 산업과 전·후방으로 연관된 전기 장비(-9.0%), 기계 장비(-5.9%) 등 생산이 줄줄이 감소하면서 제조업 생산도 2008년 12월(-10.7%) 이후 최대 폭(-4.1%)으로 후퇴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자료를 보고 있다.

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지수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구성하는 지표 중 하강 폭이 가장 컸다. 지난달 소매판매액지수는 105.9로, 전월(112.6)보다 6.0% 내렸다. 2011년 2월(-7.0%) 이후 9년 만에 최대 폭의 하강이다.

의복, 신발·가방 등 준내구재 소비가 –17.7%, 가전제품, 가구, 승용차 등 내구재 소비가 –7.5%를 기록하며 큰 폭으로 뒷걸음질했다. 음식료품, 화장품, 차량 연료 등 비내구재 소비도 -0.6%의 감소폭을 보였다. 소매업태별로 보면 면세점(-34.3%)과 백화점(-22.8%)서의 소비가 크게 줄었다.

중국발 자동차 부품 공급 쇼크는 투자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설비투자지수는 101.8로, 전월(106.9) 대비 4.8% 하락했는데, 자동차 등 운송 장비 투자가 15.4% 크게 줄었다. 생산과 소비, 투자 지표가 지난해 9월 이후 5달 만에 '트리플' 감소세를 나타냈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이를 두고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이 실물 지표로 본격 가시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전망도 암울하다. 안 국장은 "3월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기도 했던 달"이라면서 "국내에서도 감염 예방을 위한 소비 패턴이 변화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하는 등의 영향이 3~4월에 걸쳐 지속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역시 "금융 시장 불안, 글로벌 수요 위축, 공급망 교란 등 3월 이후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경제에는 부분적인 '셧다운'(shutdown·폐쇄)이 진행되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의 '더블딥'(double dip, 경기 침체 후 회복기에 접어들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 침체 현상)이 아니라 원천적으로 초토화되고 있는 상태"라면서 "역대 최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경기 침체는 이번 사태로 훨씬 더 길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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