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국경폐쇄에 유럽 농업 비상…獨, 외국노동자 8만명 입국허용
코로나19 국경폐쇄에 유럽 농업 비상…獨, 외국노동자 8만명 입국허용
  • 뉴시스
  • 승인 2020.04.03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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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과 북아프리카 저임금 노동자 없이 파종·수확 불가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도 대체 인력 확보 위해 안간힘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의 한 페니 매장 계산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플렉스글라스 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페니 매장을 비롯해 알디, 리들 등 슈퍼마켓과 약국에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플렉시글라스 등 비말 차단 장치들이 설치돼 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의 한 페니 매장 계산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플렉스글라스 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페니 매장을 비롯해 알디, 리들 등 슈퍼마켓과 약국에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플렉시글라스 등 비말 차단 장치들이 설치돼 있다.

 독일 정부가 2일(현지시간) 농업과 소매업계의 반발에 8만명 이상의 '계절 농업 근로자(seasonal farm worker)'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독일은 앞서 지난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계절 농업 근로자의 입국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계절 농업 근로자가 없어지면 봄 수확기에 접어든 막대한 양의 농산물이 밭에서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와 반발이 제기됐고, 결국 정부는 입장을 바꿨다.
 
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율리아 클뢰크너 독일 농업부 장관은 이번 조치에 대해 "우리 농부들에게 좋은 소식"이라면서 "수확도 파종도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환영했다.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경제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오늘 우리는 농산물을 보호하면서 또한 국민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길을 간신히 찾아냈다"고 반겼다.
  
다만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외국의 농장 근로자들이 비행기로 입국해야 하며, 도착 후 최소 2주간 독일 노동자와 분리돼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붙였다. 모든 계절 농업 근로자들에게 건강 검진을 할 것도 지시했다.
 
FT는 독일 정부가 봄 수확 준비가 부족하다는 암묵적인 공감대에 따라 기존입장을 선회했다고 분석했다. 독일 농업부는 지난달 농부들과 자국 임시 노동자를 연결하는 웹사이트를 개설했지만 현재까지 지원자는 4만2000명에 불과하다.
 
독일 농민협회(DBV)는 정부에 난민과 실업자는 전문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동유럽 농장 노동자들에게 국경을 다시 개방할 것을 요구했다. 남유럽 역시 유사한 노동력 부족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수입을 늘린다고 국내 과일과 채소 공급 부족을 해결할 수 없다고도 경고했다.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EU)은 지난달 17일 유럽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EU 외부 국경을 향후 30일간 폐쇄하기로 합의했다. 최소한 이달 중순까지는 EU 회원국 국적자가 아닌 사람은 원칙적으로 입국이 제한된다.
 
독일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중 하나인 레베(Rewe)도 국경 폐쇄시 봄 수확기를 맞은 아스파라거스와 딸기 뿐만 아니라 독일내 모든 과일과 채소 생산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자국 국경을 걸어 닫은 프랑스와 영국, 스페인 등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호텔과 관광업계에서 해고된 사람들이 농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계절 농장 노동자의 빈 자리를 내국 근로자로 메꿀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FT는 지적했다. 프랑스에서만 수확기 80만명의 계절성 농업 노동자가 필요하다. 이중 3분의 2 가량은 외국에서 온다.
 
매년 7만~8만명의 동유럽 출신 계절 농업 노동자를 받아 들였던 영국에서도 농업계의 로비에 따라 정부 주도로 다음달 수확량이 증가하기 전 농장과 실업자를 연결해주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예비군을 동원해 과일과 채소를 수확하는 방안도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더 많은 자국 내 근로자들이 농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각종 장려책을 내놓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유럽 전역의 농민 단체들은 통상 동유럽과 북아프리카에서 오는 수십만명의 계절 농업 노동자 없이는 수확 등을 할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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