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학적 성도착증 반드시 막아야 한다
가학적 성도착증 반드시 막아야 한다
  • 고일봉 기자
  • 승인 2020.04.09 0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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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디즘은 통제력을 회복하고자 하는 욕구의 표현이라고 해석된다. 자신의 능력과 권위가 좌절되는 현실을 부정하고자, 타인에게 고통을 가하는 방법을 통해 자신도 무언가를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을 되찾고자 한다는 것이다. 물론 약자의 희생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심하게 왜곡된 정신기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디즘 내면의 이러한 욕구를 살펴보는 것은 가학의 평범성, 악의 평범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능력과 권위가 좌절되는 경험을 하곤 한다.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 다시 말해 통제력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무수히 좌절한다. 군것질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어린아이의 좌절부터, 사업에 도산하는 회장님의 좌절까지 그것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다. 

통제력을 되찾고자 하는 욕구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원초적 욕구일 수밖에 없다. 통제력을 점점 계속 잃어버리다가는 자아가 완전히 흩어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는 본능적이다. 

때문에 누구나 한 번쯤은 법과 윤리를 초월해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상상에 빠진다. 상상 속에서는 직장 상사를 쥐어 팰 수도 있고, 회사에 불을 지를 수도 있다. 상상 속에서라면 초능력을 써서 다른 사람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도 있다. 우리는 분명 통제력을 되찾고 싶어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숨길 수밖에 없는 욕망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을 내 마음대로 다루고 싶고, 모든 것을 내 마음 내키는 대로 하고 싶다는 환상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것은 분명 본능적이고, 평범한 우리 모두를 자극한다.

따라서 잔악무도한 범죄자들의 일상이 그토록 평범한 것도, 우리 주변의 친근한 이웃이 남몰래 연쇄살인을 벌이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끔찍한 범죄라고 해서 아주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n번방의 만행이 그토록 평범한 일상으로 뒤덮여 있었다는 사실은 박사와 갓갓, 와치맨이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박사와 갓갓을 추켜세우고 돈을 보내고 공유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 한, 누군가는 다시 박사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정말로 두려워하고 막아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다.  

가학적 성도착증, 그 왜곡된 행위만 들여다봐서는 그것을 결코 막을 수 없다. 그 행위 내면의 욕구를 들여다볼 때에야 비로소 악의 보편성을 이해하고 막을 수 있다. 그 내면의 욕구, 통제력을 회복하고자 하는 욕구자체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능이자 모두의 환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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