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이 설 때까지 집요하게, 집중해서
확신이 설 때까지 집요하게, 집중해서
  • 최민규 기자
  • 승인 2020.04.22 0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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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구용서 교수
구용서 교수
구용서 교수

환자를 괴롭히던 증상이 사라졌다는 가장 확실한 의미이기 때문에 "다시 저를 찾지 않는 환자가 가장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구용서 교수다.

모교 병원에서 근무할 때 심각한 뇌전증으로 우울증과 망상까지 앓는 어머니를 모시고 아들이 매일같이 찾아왔다. 절박한 애원이 마음에 밟혔다. 다행히 MRI와 뇌파 검사를 통해 뇌의 문제 지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수술을 타과에 의뢰했지만 진행이 순조롭지 않았다.

수술을 진행할 선후배를 모아 한번 해보자고 설득한 결과, 수술 후 환자를 괴롭히던 증상은 싹 사라졌다. 고맙다는 보호자의 인사 한마디로도 보상은 충분했다.

적극적인 학회 활동과 연구로 2014년에는 국제하지불안증후군 학회에서 '웨인 헤닝 젊은 연구자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신경과 이상암 교수로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같이 일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구용서 교수는 시간에 쫓기던 전공의 시절 '아무리 바빠도 환자 위주의 진료를 펼치라'는 충고가 잘 들리지 않았다. '내 환자'가 생긴 지금은 불문율에 가깝다.

"제가 시간을 아끼려고 할수록 치료는 지체되고 환자의 불만이 들렸어요. 환자를 잘 돌보는 방법은 결국 환자의 호소를 잘 듣는 거더라고요"

그 속에서 큰 흐름을 잡고 흩어진 단서들에 집중했다. 경련은 왜 하는지, 약의 부작용은 무엇인지 등 신경계 문제를 추리며 하나하나의 증상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설명하면 환자들은 순순히 따랐다. 환자 입장에서 제시한 치료 방법이라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수술을 꺼리는 이유도 모두 듣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라면 지원 방안을 찾고, 치료에 대한 두려움이라면 새로운 의술과 약물을 찾아서 제시해야죠."

구 교수는 의대 진학은 여러 선택지 중 하나였다고 했다. 하지만 문제를 분석하고 정답을 구하며 코딩을 즐기는 기질 덕분에 신경과 연구가 재미있단다. 대뇌 언어기능 위치 평가, 수술 중 신경계 감시, 뇌전증 지수 상태 등 진행 중인 연구를 설명하는 모습에서 그의 열정을 충분히 엿볼 수 있었다.

"뇌의 수술 위치를 결정해 그대로 뚫거나 떼어내면 해당 증상이 사라지는 게 늘 신기해요. 대신 잘못된 위치를 건드리면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옵니다. 정확한 원인과 수술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설 때까지 고민하고 집중해야 해요. 다행히 뇌전증은 완치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 연구와 증명, 고민과 해결을 부지런히 오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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