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죽음을 노래한 장자 ( 荘 子 鼓 盆 )
아내의 죽음을 노래한 장자 ( 荘 子 鼓 盆 )
  • 박남철 고문(의학박사, 부산대학교병원)
  • 승인 2018.09.2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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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아내가 죽어 제자들과 친구들이 조문을 갔다. 혜시도 서둘러 달려와 빈소에 들어갔더니, 장자는 두 다리를 뻗고 머리를 풀어헤친 채 관 옆에 주저앉아 있었다. 아내의 죽음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이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까지 부르고 있었다. 조문 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 기묘한 광경에 넋이 나간 듯 한쪽에서 멍청히 바라보고 있었다.

혜시는 몹시 화가 나 동이를 빼앗으며 나무랐다. "이 노망든 늙은이야! 이게 무슨 짓인가? 같이 살며 자식을 낳아 길러주고, 이제 함께 늙어 가던 자네 부인이 죽었는데 이게 무슨 짓인가? 슬퍼하지도 않고 곡하지도 않는 건 그렇다 치세.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까지 부르다니.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장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자네 말은 잘못 됐네. 내 아내가 죽어 자네들도 모두 슬퍼하는데, 나라고 슬프지 않을 리 있겠는가?"

"그렇다면 왜 지금은 동이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는 건가?"

"이제야 생각해 보니, 사실 사람이 본래 생명을 가졌다고 말할 것도 없더란 말이야, 생명이 없었을 뿐 아니라 몸도 없었지. 몸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기운도 없었단 말이야."

혜시는 화를 내며 욕설을 퍼부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그건 이런 거지." 장자는 웃으며 말했다. "사람은 원래 혼돈 가운데 섞여 있다가 천천히 기가 생기고, 그 기가 모여 몸이 되고, 몸이 생명으로 변한 것뿐이네. 이제 죽었으니 원래 모습을 회복한 것에 지나지 않아. 이것은 춘하추동 사계절의 순환과 같은 거야. 이제 우리 마누라는 천지라는 큰방에서 편히 누워 쉬고 있는 참인데 내가 곁에서 방성통곡을 해보게. 천명을 모르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곡하지 않는 거라네."

▶ 삶과 죽음은 사람에게 가장 근본적인 물음이다. 죽음이란 개인에게는 삶의 종말이고, 사람 사이에서는 관계의 단절이다. 그래서 누구나 죽음을 꺼려하고 아쉬워하며, 죽은 이를 기억하고 기념하여 장엄하게 꾸민다. 종교와 예술과 문학과 철학이 죽음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여 갖가지 방법으로 죽음을 해명한다.

장자는 죽음을 계절의 변화처럼 자연스러운 변화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생명은 기가 변화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죽음 또한 기가 변화하는 모습의 하나이다. 삶과 죽음의 본질을 깨달아 죽음을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임으로써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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