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줘선 안되는 안보
절대 줘선 안되는 안보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8.09.23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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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군사부문 합의는 북한군이 전력상 약점으로 여기며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격-비행금지구역 설정'을 100% 수용해 한국군이 대한민국 방위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든, 거의 항복에 가까운 결정이었다. 한미연합군이 북한 정보 깜깜이군으로 갈까봐 우려된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와 국방 당국은 안보 대토론회라도 열어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는 이번 군사합의서가 무력충돌을 방지하고 군사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종전언언에 가까운 획기적 신뢰 구축 방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한다 해도 우리가 줘서는 안 되는 안보 관련 보상을 CVID를 채 시작도 하기 전에 미리 해줘 안보를 허물어 버린 셈이다. 이번 합의서는 역사에 남을 어리석은 보상이라고 봐야 한다. 놀랍게도 현재와 미래 국방 태세를 모두 북한의 손에 맡기는 어리석은 결정을 한 것이다. 통상 군비통제를 확대할수록 공중 감시정찰 전력을 확대해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이번 남북 군사합의는 거꾸로 가고 있다.

냉전시대 미국과 구소련은 군축을 시작할 때 이른바 창공을 열어젖히는 '오픈(Open Sky) 방식을 택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찰기는 상대방에 통보를 한 뒤, 정말 상호 약속한 대로 제대로 군축을 이행하는지 정찰비행을 자주 했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이 요구한 대로 비행금지구역을 확대해 창공을 막았다. 상대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는 깜깜이군이 될 수 밖에 없게 됐는데 신뢰가 생길 수 있겠는가.

북한군은 재래식 전력, 병력 무기 측면에서 우리군에 비해 2~3배 많아 양적 우위에 있다. 우리는 질적 우위로 전력 균형을 맞춰 왔다. 우리군의 우수한 감시정찰 수단과 정밀 타격 능력이 북한군의 양적 우위를 상쇄시키는 도구다. 이 도구의 핵심을 작전현장에서 운용되지 못하게 마비시키는 것이 비행금지구역 설정이다. 이번 합의서에서 MDL을 기준으로 각각 서부 20km, 동부 40km까지 전투기, 정찰기 등에 대한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우리 군이 감시를 통한 군사적 능력으로 표적을 힉득하게 되는데, 적이 우리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을 파악하게 되면 타격을 해야 한다. 그런데 아예 감시가 안되면 타격 자체가 불가능하다. 우리의 포병이나 지상 전력은 대북 열세지만 공군 전력은 우리가 월등히 강세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공군력 강세의 전력은 무력화될 수 밖에 없다. 북한군은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전력, 북한군의 양적 우위를 상쇄하던 우리군의 비교우위 전력이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인해 결정적 장애를 받고있다. 북한군은 이번 합의서에 흡족해하지 않겠는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와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 철수를 통해 정전협정 체제에 의한 관리가 아니라 평화체제로 가겠다고 하는 것은 유엔군사령부를 무시하는 것이다. 유엔사를 해체하라고 남북이 합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역할을 분담하는 연합방위체계에도 심각한 손상이 초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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