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연맹 "리얼돌 사태, K리그 명예 상당히 실추"
프로축구연맹 "리얼돌 사태, K리그 명예 상당히 실추"
  • 뉴시스
  • 승인 2020.05.21 0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FC서울, 전북 현대 승부조작과 같은 제재금 1억원 중징계
"외부 업체 검증 시스템 마련할 것"

 "사회적 인식과 성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가 엄격한데, FC서울은 사안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리얼돌'로 논란의 중심에 선 K리그1 FC서울이 K리그의 명예를 크게 실추했다고 판단했다.

연맹은 2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서울에 제재금 1억원을 부과했다.

연맹 상벌 규정 유형별 징계기준 제10조 10항 ‘K리그 비방, 명예실추 행위’에 따르면 클럽의 운영책임자 등 임원 및 직원의 행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상벌위는 클럽에 500만원 이상의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다.

상벌위가 결정한 제재금 1억원은 구단 직원이 심판에게 금품을 줘 승부조작 파문을 낳았던 2016년 전북 현대가 문 액수와 동일한 역대 최고액이다.

연맹 관계자는 "승부조작과 직접적인 비교를 할 사안은 아니다. 승부조작은 스포츠의 본질을 해한 것이고, 이번에는 K리그 명예 실추와 국민적 공감대, 성상품화에 대한 감수성 부족 등으로 사안의 중대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고 징계 수위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사건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광주FC의 2라운드에서 벌어졌다.

홈 개막전을 앞두고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한 서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중의 입장이 불가능하자 홈 서포터스석에 사람 형상의 마네킹 30여개를 비치했다.

썰렁한 경기장을 조금이나마 채우겠다는 의도였는데, 이중 일부가 성인용품인 이른바 '리얼돌'이라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논란이 됐다. 심지어 마네킹에 걸린 피켓에 적힌 제조업체와 특정 BJ 이름까지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국내팬들은 물론 해외팬들도 실시간으로 괴상한 마네킹들을 접했다.

해당 업체는 서울측에 무료로 마네킹들을 대여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서울의 귀책사유가 상당히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 일반적인 성감수성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행위들이 종합돼 발생한 결과라고 봤다"면서 "최근 사회적 인식과 성에 대한 국민들 눈높이가 엄격한데 서울은 사안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는 것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물건이 리얼돌이라는 것을 사전에 확인을 할 수 있었는데 인지하지 못했고, 서울과 K리그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식으로 묘사되는 결과가 발생했다"면서 "이번 사태로 그런 부분을 갖추지 못한 리그라는 것이 생긴 점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서 K리그 명예가 상당히 실추됐다"고 보탰다.

서울은 징계 결정문을 송달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신청을 하면 연맹은 15일 이내 이사회를 하고 재심에 임한다. 정황상 서울이 이의를 제기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그 경우 제재금 1억원은 그대로 확정된다.

연맹은 인사위원회를 통해 처음 해당 업체의 연락을 받았던 연맹 직원에게 감봉 3개월 처분을 내렸다. 해당 직원은 업체의 연락을 받은 후 실체를 확인하지 않고 단순히 구단과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며 서울에 연락처를 전달했다.

연맹 관계자는 연맹 내 외부 업체 검증 과정이 취약하다는 지적에 "구단도, 연맹도 인력의 한계와 다양한 제약 요소들 속에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들이 종종 발생하는데 단순히 처벌이나 규정으로 해결할 부분은 아니다"면서 "종합적으로 리그 운영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연맹과 구단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겠다"고 약속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