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김종인 비대위'…통합당의 선택 3가지 이유
돌고 돌아 '김종인 비대위'…통합당의 선택 3가지 이유
  • 뉴시스
  • 승인 2020.05.2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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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클릭'으로 중도층 공략할 인물로 적합
부담 지지 않으려는 다선들의 책임 회피
文대통령 잘 알고 꿰 뚫어볼 것이란 기대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직 내정자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인 대한전략발전연구원 앞에서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종인 내정자는 오늘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면담을 한다. 2020.05.22.   amin2@newsis.com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직 내정자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인 대한전략발전연구원 앞에서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종인 내정자는 오늘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면담을 한다. 2020.05.22. amin2@newsis.com

총선 참패 후 '살 길'을 놓고 한 달 넘게 내홍을 겪은 미래통합당이 돌고 돌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방향을 틀었다.

통합당은 이날 국회에서 당선인 워크숍을 열고 당 지도체제를 논의한 끝에 압도적인 찬성으로 '김종인 비대위'를 출범하는 쪽으로 최종 결론을 냈다.

지난달 28일 상임전국위원회가 무산될 만큼 당내 반(反)김종인 기류가 상당했고, 갈수록 '김종인 카드'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됐지만 '김종인 비대위'를 대체할 만한 마땅한 '플랜B'가 없었던 만큼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특히 김종인 비대위 체제 수용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임기와 권한을 놓고 통합당의 진통이 상당했던 점을 고려하면 내년 재보궐 선거까지 임기를 보장해주고 공천권까지 부여해 총선에 이어 재보궐 선거까지 실질적인 지휘권을 넘겨준 것은 파격적인 제안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를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킨 것도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통합당 의원들이 총선 참패 후 칩거에 들어가다시피 한 김 내정자를 한 달 만에 다시 찾은 건 서로의 이해관계를 충족시켜주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직 내정자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인 대한전략발전연구원 앞에서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종인 내정자는 오늘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면담을 한다. 2020.05.22.   amin2@newsis.com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직 내정자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인 대한전략발전연구원 앞에서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종인 내정자는 오늘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면담을 한다. 2020.05.22. amin2@newsis.com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과 '좌클릭'이 필요한 통합당에는 김종인이라는 인물의 상징성이 당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

4·15 총선에서 중도층 지지를 얻지 못해 수도권에서 궤멸에 가까운 성적을 낸 통합당으로서는 수구보수의 당 이미지를 깨고 강력한 쇄신 의지를 외부로 보여주는 게 급선무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취임 후 첫 외부 공식 일정으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차 광주를 찾아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주먹을 쥐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것도, 23일 봉하마을에서 열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에 통합당의 당대표급으로는 4년 만에 참배하는 것도 과거와의 단절이라는 메시지를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통합당이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을 마무리하고 발표한 선언문에서 '익숙했던 과거와 결별하고 새로운 미래를 펼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도 이런 맥락에서 상통한다. 

보수야권에서는 통합당의 좌클릭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만한 인물을 찾기 쉽지 않은 데다, '경제 민주화'를 대표 브랜드로 가진 김 내정자의 성향도 당 이미지 쇄신에 플러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통합당 의원들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의원들이 '김종인 카드'를 전략적 관점에서 선택한 측면도 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제21대 국회 당선자 워크숍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제21대 국회 당선자 워크숍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지금의 통합당 의석수 84석으로는 두배가 넘는 177석의 '수퍼여당'을 견제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러한 압도적인 여대야소(與大野小) 정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가장 잘 알만한 인물이 김 내정자라는 기대감이 당내에 형성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6년 1월 더불어민주당 대표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 출신인 김종인 내정자를 비대위 대표로 직접 영입할 만큼 상당히 공을 들였다. 당시 민주당의 김종인 비대위는 이해찬, 정청래 등 친노 핵심 인사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안보와 경제 정책에서도 우클릭하는 모습으로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해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원내 1당으로 만들었다.

김 내정자는민주당에 계파가 없었지만 당시 문재인 대표의 강력한 후원과 지지를 동력으로 당 쇄신을 이끌 만큼 문 대통령과 한때 상당한 정치적 교감을 가졌던 인물이다. 김 내정자의 이런 이력과 경험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파고들어 문 대통령을 견제해야 할 통합당에선 자양분이 될 수도 있다.
 
 통합당 내에선 다선·중진들의 책임 회피가 결과적으로 김종인 비대위로 갈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는 지적도 없진 않다.


당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해결사로 나서 총대를 멨다가 결과적으로 실패할 경우 자칫 재기 불능 상태로 빠질 수도 있는 만큼 이러한 부담을 지지 않기 위해 김종인 비대위를 인정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당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방향타를 잡아야 할 중진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고 뒤로 물러선 것은 "비겁하다"는 당내 비판도 있다.

반면 당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 체질 개선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조기 전당대회 국면으로 갈 경우 당내 갈등이 가열되고 오히려 당 혼란은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자중지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강론보다는 '외부의 힘'에 의지해 당 쇄신을 유도하는 게 안정적이라는 의견도 없는 것은 아니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대체할 만한 인물을 찾는 것도 쉽지 않고, 사실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잘 알고 꿰뚫어 볼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며 "그동안 내홍을 겪으면서 김 위원장의 흠집도 많이 났고 신선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가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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