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머리와 소갈머리가 없는 사람
주변머리와 소갈머리가 없는 사람
  • 이명진 기자
  • 승인 2020.05.26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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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증이 있는 사람을 말할 때 종종 하는 말이 소갈머리 없는 사람, 주변머리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탈모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사용되는 '소갈머리'는 '속알머리'의 연음현상으로 여겨진다. 여기서 속알이 알맹이의 평안도 사투리이므로 '속알머리'를 표준어로 고치면 알맹이머리가 되고, 따라서 알맹이 머리가 없다는 것은 어느 특정 부위의 탈모가 아니라 머리 숱이 전반적으로 적은 것을 의미한다. 

여자 대머리로도 알려진 여성형 탈모증 환자의 경우 모발선은 유지되나 머리 한가운데의 모발이 원심성으로 없어지는 양상이 특징임을 감안하면, 흔히 통용적으로 대머리를 '소갈머리가 없다'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거기다가 소갈머리의 사전적 의미인 소견의 뜻을 고려한다면 '소갈머리 없는 여자'란 말은 머리 빠지는 것만으로도 이미 속이 상할 때로 상한 여성에게는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함께 '주변머리'는 '일을 주선하거나 변통하는 재주인 주변을 속되게 일컫는 말'이라는 게 사전적 의미다. 하지만 탈모와 관련한 '주변머리'는 둘레 언저리라는 뜻의 주변에다 머리를 붙인 합성어인 듯하다.

따라서 '주변머리 없다'는 말은 모발선을 따라 탈모가 발생할 때를 일컫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주변머리'의 사전적 의미를 고려한다면 '주변머리 없다'는 말 역시 탈모로 맘 상해 있는 환자의 속을 더 아프게 하는 말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 남성형 탈모증과 달리 여성형 탈모증에서는 모발선의 탈모가 거의 없으므로 주변머리 없다는 말을 듣는 여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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