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重, 경영정상화 방안 내달로 넘어가나…매각대상 놓고 '이견'
두산重, 경영정상화 방안 내달로 넘어가나…매각대상 놓고 '이견'
  • 뉴시스
  • 승인 2020.05.2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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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의 최종 경영정상화 방안 발표가 다음달 중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 등 핵심 계열사 매각을 둘러싸고 채권단과 두산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채권단 관계자는 "당초 이달 중순 실사를 마치고 이번주 중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세부 조율 등으로 일정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며 "실사 결과는 다음 달 중에나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두산그룹과 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당초 이달 중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영정상화를 위한 매각 대상과 시기 등을 놓고 채권단과 두산 측이 '줄다리기'를 지속하며,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현재 채권단 측은 약속한 3조원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알짜 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나 두산밥캣을 매각 대상에 포함할 것을 요구하는 반면, 두산 측은 이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두산그룹은 유상증자, 자산매각, 제반 비용 축소 등을 통해 3조원 이상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의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이후 두산은 계열사와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전기차배터리 동박 업체인 두산솔루스 매각이 진행 중이다. 두산은 앞서 사모펀드(PEF)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와 두산솔루스 매각 협상을 벌었지만, 매각가 등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종 결렬됐다. 이에 두산은 공개매각으로 전환해 새로운 원매자를 찾고 있다.

또 두산은 마스턴투자운용과 두산타워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두산의 핵심 사업부인 산업차량BG, 전자BG, 모트롤BG와 더불어 두산퓨얼셀, 두산메카텍, 두산건설 등도 매각 테이블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클럽모우CC 등 두산중공업 보유 골프장도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프로야구 명문구단이자, 두산의 또 다른 상징인 '두산베어스' 매각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채권단과 두산 양측은 두산베어스 매각설에 대해 모두 부인한 상태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에 따른 두산 사업부 매각 등이 상당한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재원 마련을 위해 두산솔루스, 두산타워, 자체사업 내 모트롤BG 등에 대한 매각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매각이 성사되더라도 3조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두산은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겠다‘며 3조원의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기업들이 현금확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특히 두산 측은 두산솔루스의 매각가를 8000억~1조원을 희망하고 있지만, 이는 원매자들의 밸류에이션에 대한 인식과 괴리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 두산타워의 경우 담보로 빌린 차입금 상환, 보증금 등을 고려하면 매각으로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1000억~2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두산건설은 매각이 될지도 불투명할 뿐 아니라, 매각이 되더라도 크게 실익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 이밖에 두산퓨얼셀은 시가총액(25일 기준)이 6853억원에 불과해 몸집이 두산솔루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결국 두산의 '캐시카우'이자 핵심 계열사인 두산밥캣이나 두산인프라코어를 매물로 내놓는 선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7%를,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 지분 51.05%를 보유 중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그룹 정상화 방안의 최대 관건은 그룹이 3조원 이상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느냐"라며 "우선 두산솔루스 지분 61%를 판 뒤 그 자금을 두산중공업에 투입할 것으로 보이며, 경영권 가치와 2차전지 소재 산업 성장전망 등을 반영할 경우 8000억원 이상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관건은 두산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핵심 계열사의 매각 여부"라며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밥캣을 제외하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만한 매력적인 매각 물건이 많지 않아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일부 핵심사업부 및 자·손자회사의 매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두산 인프라코어와 밥캣이 실제 매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프라코어와 밥캣을 매각할 경우 두산중공업은 사실상 빈껍데기만 남게 되는 만큼, 미래 성장을 담보로 하지 않는 경영정상화 방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매각 가치가 있는 자산은 두산인프라코어나 두산메카텍 지분 정도지만 그룹 내 사업적 중요도를 고려할 때 매각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권단의 추가 자금지원이 이뤄질 지도 관심이다.

두산중공업이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은 총 4조2000억원. 채권단은 지금까지 두산중공업에 총 2조4000억원을 투입했다. 지난 3월 두산중공업에 긴급 운영자금 1조원을 지원한 데 이어, 지난달 8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추가로 지원했다. 또 수출입은행은 두산중공업의 외화채권 5억 달러(5868억원)에 대한 대출 전환도 승인했다.

채권단으로부터 지원받은 금액으로 당장 '숨통'은 틔였지만, 금융권에서는 두산솔루스 등 매각이 연내 성사되지 않으면 추가 자금지원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채권단은 앞서 두산이 제출할 경영 정상화 방안 검토 후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두산은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외에도 인력 구조조정 등도 진행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1일부터 유휴인력 약 350명을 대상으로 휴업에 들어갔다. 휴업 대상자들은 연말까지 약 7개월간 일을 하지 않으며 이 기간 평균 임금의 70%를 받는다. 대상자에는 30대 직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두산중공업은 올 들어 두 차례에 걸쳐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고, 이를 통해 모두 8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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