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제소 재개' 정부발표에 심경 복잡한 반도체업계
'WTO 제소 재개' 정부발표에 심경 복잡한 반도체업계
  • 뉴시스
  • 승인 2020.06.0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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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WTO 제소 실효성 의문…"시간 걸리고 승소 장담못해"
"양국간 대화로 해결하는게 중요…불확실성 지속돼 어려움"
반도체협회 상무 "WTO제소로 바뀌는게 없어…日결정이 중요"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그동안 잠정 정지했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를 재개한다고 밝히고 있다.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그동안 잠정 정지했던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 절차를 재개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2일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피해 당사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계는 심경이 복잡하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최대 피해업종으로 여겨져온 반도체 업계는 부품 소재 국산화, 수입처 다각화 등을 통해 발빠르게 대응해 큰 고비를 넘긴 상황인데, WTO 제소는 최종 결론까지 최소 2년 이상 소요되는 데다 승소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등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기 때문이다.

WTO 제소를 계기로 한·일 갈등이 다시 고조되면 일본 정부의 추가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WTO에 제소하면 한·일 정부가 다퉈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리고 결과도 장담할 수 없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양국이 원만하게 해결하거나 일본이 전향적 입장을 보여주는게 좋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WTO 제소는 정치적인 문제다. 양국간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잘 해결되길 바란다"며 이번 정부 발표와 관련해 거리를 뒀다.

그러면서 "일본 수출규제 문제는 양국간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WTO 제소가 반도체 업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WTO제소로 인해 반도체 업계가 바뀌는게 없다"며 "승소한다해도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철회할지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어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철회하면 나아지겠지만, 결국 일본 정부의 결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초 한국에 수출할 때 일반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꾼 소재는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2020.05.18. photo@newsis.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중국 산시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시안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생산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2020.05.18. photo@newsis.com

일본 정부가 지난해 7월 대(對) 한국 수출규제 방침을 밝힌 이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은 부품·소재 국산화, 수입처 다각화를 통해 발빠르게 대응함으로써 실제 생산라인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

일본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수입량도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반도체용 불화수소는 수출규제 직후인 지난해 10월, 11월 대(對) 일본 수입량이 각각 0.3t, 0.4t에 불과했으나 올해 3월, 4월에는 492.8t, 511.8t으로 급증했다.

수급을 우려했던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지난해 10월 49.4t, 11월 50.7t에서 올해 3월 90.9t, 4월 97.1t으로 2배 가량 늘었다. 삼성전자는 일본 수입의존도가 93.1%에 달했던 반도체용 포토레지스트를 유럽 기업 등으로 공급처를 확대하면서 재고를 안정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업계는 WTO 제소 이후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것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선 다변화를 하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있고 없던 규제가 생겨나 불편함이 크다"며 "새로운 거래선이 제공한 물질에 문제가 생기는지 안 생기는지 테스트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든다. 계속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우리 정부는 작년 11월 22일에 잠정 정지했던 일본의 3개 품목 수출제한조치에 대한 WTO 분쟁해결절차를 재개키로 결정했다"며 "이를 위해 WTO에 동 건에 대한 패널설치를 요청해 향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산업부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 등 한국을 상대로 취한 3대 품목 수출 규제와 백색 국가(수출 절차 우대국) 명단인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과 관련해 5월 말까지 입장을 밝히라고 일본에 통보했다.

그러나 일본이 부당한 수출규제를 철회하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를 묵살함에 따라 정부는 이날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WTO 분쟁 해결 절차를 다시 시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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