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악연' 만난 이해찬·김종인…金 "4년 전엔 내가 이 자리"
'32년 악연' 만난 이해찬·김종인…金 "4년 전엔 내가 이 자리"
  • 뉴시스
  • 승인 2020.06.0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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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담으로 대립각 피해…적극적 재정 역할에 공감대 형성
김종인, 13대 총선서 이해찬에 패배…다시는 지역구 안나가
이해찬은 20대 총선서 김종인에게 '컷오프'…무소속으로 당선
김종인(오른쪽)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김종인(오른쪽)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32년 악연'으로 유명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집권여당과 제1야당 대표로서 첫 상견례를 가졌다.

김 위원장이 취임 인사를 겸해 이 대표를 예방함에 따라 여야 대표의 회동이 이뤄진 것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21대 국회 여야 대표의 첫 만남이라는 정치적 의미를 뛰어넘는 주목을 받았다. 이들의 오랜 악연이 다시금 회자되면서다.

이 때문에 이날 만남에서 뼈 있는 말들이 오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오랜 경륜의 두 거물 정치인은 주로 덕담을 주고 받고 협치를 강조하면서 각을 피했다.

이 대표는 "어려운 일을  맡으셨다"며 "선거가 끝나고 한 달이 됐는데 우리나라 정당 문화와 국회를 혁신하는 좋은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고 김 위원장을 맞이했다.

어려운 일을 맡았다는 말에 "팔자가 그렇게 되나보다"라고 웃은 김 위원장은 "이번 선거 결과로 거대 여당을 만드셨고 경제 상황도 코로나로 하여금 상당히 변화가 심한 상황에 있으니 정치권에서 옛날 사고로 (정치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여야가 나라 발전을 위해 좀 협조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등 코로나19 위기에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에 공감하기도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대표 회의실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대표 회의실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전세계가 한번도 겪어 보지 못한 경제상황을 겪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비상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에 서 있어서 대책을 빨리빨리 세워야 한다"며 "그런데 제가 최근 느끼는 게 한번도 정부 재정이라는 게 경제 정책에 큰 역할을 해본 적이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에 이 대표도 "그동안 너무 국가부채 얘기만 과도하게 하다보니…(그렇게 된 것 같다)"고 호응했다. 정부가 국가부채비율 증가에 대한 과도한 우려로 확대 재정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에 공감한 것이다.

그러자 김 위원장도 "(정부는) 국가부채에 대한 두려움만 있고 (국가부채가 늘면) 마치 나라가 가라앉는 것처럼 하기 때문에 정부 재정은 예산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어서 국회가 역할을 충실하게 해줘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어진 모두발언에서 김 위원장은 "지난 4년 전에는 내가 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고 농담을 해 좌중을 웃게 만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과거 악연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이 없었다.

두 사람의 악연이 시작된 것은 1988년 치러진 13대 총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민주정의당에서 전국구(현 비례대표) 재선 의원이었던 김 위원장은 서울 관악구을에 지역구 후보로 처음 출마했다가 평화민주당 후보였던 이 대표에게 패했다.

첫 지역구 도전에서 쓴 맛을 본 김 위원장은 이후 다시는 지역구 후보로 나서지 않은 반면 처음 금배지를 달게 된 이 대표는 이를 시작으로 총 7번 출마한 지역구 선거에서 전승을 거두는 기록을 남겼다.

이후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가 역전된다. 당시 선거에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김 위원장은 이 대표를 컷오프(공천배제)시켰다. 이때 일각에서는 1988년 선거 때의 앙금이 남은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공천 배제에 반발해 탈당한 뒤 세종시에서 무소속으로 생환해 민주당에 복당하며 당 대표까지 올랐다.

뒤 이어 올해 4월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김 위원장이 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두 사람은 각각 여야의 선거를 진두지휘하는 자리로 다시 맞붙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선대위원장에 임명된 게 선거를 불과 한 달 가량 앞둔 시점이어서 시간이 촉박했다는 평가가 많았고 결과도 이 대표의 민주당 압승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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