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 갈림길…'150쪽 영장청구서' 법원 판단은
이재용, 구속 갈림길…'150쪽 영장청구서' 법원 판단은
  • 뉴시스
  • 승인 2020.06.05 15: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년7개월째 장기수사…검찰, 전날 구속영장 청구
자본시장법·외감법 위반 혐의…"규모, 죄질 감안"
김태한 대표 구속영장은 기각돼…혐의 다툴 여지
법조계 "같은 이유로 기각" vs "그때와는 다를 것"

불법 경영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위기에 놓였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검찰은 최고 책임자인 이 부회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장기간 이어온 수사를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이다. 이 부회장 측이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는 8일 오전 10시30분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등 3명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검찰은 이 부회장 등에게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혐의와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 부회장 등의 구속영장 청구서의 분량은 1명당 150쪽, 수사기록은 400권 20만쪽에 달한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이를 인지하고, 지시하거나 관여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당시 합병 비율이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이뤄지면서 제일모직 지분만 보유한 이 부회장은 이후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검찰은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가를 고의로 끌어올리는 등 '윗선'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 부회장 등은 검찰의 수사 자체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은 앞서 이뤄진 검찰 소환 조사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변호인단은 전날 구속영장 청구 소식에 입장문을 내고 "수사가 사실상 종결된 시점에서, 이 부회장 등은 검찰이 구성하고 있는 범죄 혐의를 도저히 수긍할 수 없어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심의신청을 접수했던 것"이라고 반발했다. 

검찰 측과 이 부회장 측은 오는 8일 법정에서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두고 첨예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려면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어야 하고 ▲범죄 혐의가 소명돼야 한다. 범죄의 중대성이나 피해자·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도 고려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분식의 규모, 죄질,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 등을 감안했다"며 구속영장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이 부회장 등의 경우 어느 정도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혐의의 중대성이 커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의 경우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증거인멸 가능성이나 혐의 소명 부분에서 검찰이 어디까지 입증하느냐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결과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영장이 기각될 것이란 관측은 앞서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멸 사건으로 기소된 김 대표 사례를 주목한다.

앞서 검찰은 이 사건의 발단인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지난해 두 차례 김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처음에는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법원은 혐의가 완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됐지만, 법원은 이 때도 "주요 범죄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가 수집돼있다"며 기각했다.

이 부회장의 경우에도 같은 이유로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을 높게보는 쪽에서는 검찰이 장기간 수사를 이어온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다툼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혐의가 소명됐다면 법원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발부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김 대표와 달리 합병으로 인한 이익을 직접적으로 취한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점도 영장발부 가능성 근거로 뒤따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앞서 진행된 증거인멸 재판에서 나타난 여러 증거와 증권선물위원회에서 판단한 내용 등을 보면 혐의는 이미 충분히 드러났다"며 "또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려는 이익이 이 부회장에게는 있기 때문에 김 대표의 경우와는 다르게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