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 수업
활쏘기 수업
  • 장무식 고문(총경, 전 서부경찰서장)
  • 승인 2018.10.0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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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승은 고대의 유명한 궁사이다. 그의 날카로운 화살이 향하는 곳에서는 날던 새도 떨어지고 달리던 짐승도 고꾸라졌다. 그에게 비위라는 제자가 있었다. 그는 열심히 노력하여 스승보다 훨씬 뛰어난 기술을 가질 수 있었다.

하루는 기창이라는 사람이 비위에게 배우러 갔더니, 비위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먼저 어떤 상황에서도 눈을 깜빡이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활쏘기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

기창은 집으로 돌아와 비위의 말에 따라 아내의 베틀 밑에 드러누워 왔다 갔다하는 북을 눈도 깜빡이지 않고 바라보았다. 이렇게 2년 동안 훈련하자 끝이 날카로운 송곳이 눈동자를 찌르려 해도 전혀 눈을 깜빡이지 않았다. 그는 이 사실을 비위에게 알리려고 흥분하여 뛰어갔다.

비위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이렇게 말했다. "아직 안돼. 다음에는 눈의 힘을 길러야 활쏘기에 대해 말할 수 있어. 아주 작은 물체도 아주 크게 보이고, 어렴풋한 목표물도 분명히 볼 수 있거든 다시 찾아오게."

집으로 돌아간 기창은 이 한 마리를 잡아 소 꼬리털에 매단 뒤, 창문 위에 걸어 두고 날마다 남쪽을 향해 눈도 깜빡이지 않고 바라보았다. 열흘쯤 지나자 이가 점점 더 분명히 크게 보이더니, 3년 뒤에는 마침내 수레바퀴만큼 크게 보였다. 다른 작은 물건도 마찬가지로 언덕만큼 크게 보였다. 그는 연나라에서 나는 쇠뿔로 만든 활에다 초나라에서 나는 쑥대로 만든 화살로 이를 쏘았다. 활시위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화살이 이의 심장을 꿰뚫었지만 소 꼬리털은 단단하게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그래서 그는 비위에게 달려가 이러한 사실을 알렸다.

비위는 그의 말을 듣자 뛸 듯이 기뻐하고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축하하네, 자네는 이제 기술을 완벽하게 습득했네."

▶ 이 우화는 검술, 궁술 처럼 기능과 기예의 차원이 아니라 검도, 궁도 처럼 도의 차원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감승, 비위, 기창을 통해 보여주었다. 마치 백정 정이 소 한 마리를 잡아서 각을 뜨는데 조금도 군더더기 없이 전체 과정을 물 흐르듯이 전개해 간 것과 같이 기창도 피나는 훈련 끝에 도의 경지에 이르렀다. 어느 분야든 이처럼 도의 경지가 있는가 한다. 몸으로 하는 모든 일은 그 일이 몸에 익으면 어느 순간에는 자신의 의식과 관계없이 그야말로 도에 따라 저절로 이루어지는 경지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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