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산틸리 감독 "우승 목표가 두렵지 않은 팀 돼야"
대한항공 산틸리 감독 "우승 목표가 두렵지 않은 팀 돼야"
  • 뉴시스
  • 승인 2020.06.0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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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산틸리 대한항공 점보스 신임 감독이 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대한항공 신갈연수원에서 열린 첫 공개 훈련에서 선수들에게 훈련 지시를 하고 있다. 2020.06.08.
로베르토 산틸리 대한항공 점보스 신임 감독이 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대한항공 신갈연수원에서 열린 첫 공개 훈련에서 선수들에게 훈련 지시를 하고 있다. 2020.06.08.

프로배구 V-리그 대한항공의 새 선장으로 낙점된 이탈리아 출신 로베르토 산틸리(55) 감독은 우승이라는 꿈을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산틸리 감독은 8일 용인시 기흥구 대한항공 점보스 체육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 참석해 목표에 대해 "당연히 우승이다. 하지만 우리가 우승이라는 꿈을 품었을 때 무서워하지 않는 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로만 장밋빛 미래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준비로 실제 목표에 근접하는 팀을 꾸리겠다는 의미다.

산틸리 감독은 "모든 팀이 우승을 원한다. 그런데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어떻게 이기느냐 또한 중요하다"면서 "우승을 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우승을 하는 과정과 준비를 어떻게 했느냐도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틸리 감독은 대한항공이 야심차게 택한 카드다. 대한항공은 2019~2020시즌이 끝난 뒤 창단 첫 우승을 일궈낸 박기원 감독과 작별했다. 여러 후보들이 물망에 올랐지만 대한항공은 해외로 시선을 돌렸다.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남자팀이 외국인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수 시절 세터로 뛴 산틸리 감독은 2002년 이탈리아 U-21 대표팀을 이끌고 유럽 정상에 올랐다. 이후에는 이탈리아와 폴란드, 러시아 프로팀에서 경험을 쌓았다. 호주대표팀 사령탑을 통해 국가대표팀을 맡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로베르토 산틸리입니다"라는 우리말로 취재진을 향해 첫 인사를 건넨 산틸리 감독은 "한국에 오게 돼 영광이다. 좋은 팀, 좋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대한항공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남자부 첫 외국인 사령탑이 된 것을 두고는 "첫 번째 외국인 감독이라 더욱 영광"이라면서도 "부담이라는 것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담을 도전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도전하기에 한국에 왔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산틸리 감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2주간 자가격리가 끝난 첫 날이었다. 그동안 영상으로만 훈련을 지켜봐야했던 산틸리 감독은 직접 코트에 등장해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지휘했다.

부임 전 구단이 보내준 영상과 기록을 통해 대한항공을 공부한 산틸리 감독은 팀 전력에 큰 자부심을 드러냈다. "우리는 정말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어떻게 배구를 해야하는지 아는 선수들"이라면서 "난 여기에 기술을 더해주려고 한다. 대한항공은 좋은 스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더 좋아지게 소스만 첨가할 생각"이라고 했다.

로베르토 산틸리 대한항공 점보스 신임 감독이 8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대한항공 신갈연수원에서 열린 공식 인터뷰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06.08.
로베르토 산틸리 대한항공 점보스 신임 감독이 8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대한항공 신갈연수원에서 열린 공식 인터뷰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0.06.08.

"선수들에게 매일 한단계씩 요구할 생각"이라고 밝힌 산틸리 감독은 크게 두 가지를 강조했다. 그가 특히 중요시 여기는 것은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집중력과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이었다.

실제로 이날 훈련에서 산틸리 감독은 리시브에 이은 속공 연결에 초반 시간을 할애했다. 한선수와 유광우가 번갈아가면서 센터들에게 공을 배달했다. 상대 코트에 선 센터들은 블로킹으로 이들을 견제했다. 한바탕 속공과 견제 훈련이 끝난 뒤 선수들은 두 팀으로 나눠 미니게임을 진행했다. 치열한 승부로 훈련은 예정보다 20분 가량 늦게 끝났다.

산틸리 감독은 "아까 훈련에서 선수들에게도 리시브 할 때는 리시브, 속공 할 때는 속공에 집중하라고 했다"면서 "세부적으로 나눠 반복 훈련을 하면 그 부분이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틸리 감독은 또 "웜업으로 미니게임을 했는데 대결 구도였다. 앞으로 훈련에서는 늘 대결 구도가 있을 것"이라면서 "경기의 느낌을 강조하고 있는데 대결을 통해 그것을 끌어 올릴 수 있다. 그 느낌을 향상시키면서 기술, 전술을 병행하면 선수들이 좀 더 빨리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에 오기 전 영상을 통해 V-리그를 접했다던 산틸리 감독은 끈끈한 수비에 깊은 인상을 받은 듯 했다. 산틸리 감독은 "한국 유튜브로 V-리그 영상을 찾아봤다. 톱10 영상을 봤는데 그중 6개는 리베로가 코트 밖으로 나가서 디그하는 허슬 플레이였다“면서 ”인상 깊었다. 수비력은 정말 감탄했다. 수비가 좋으니 전위에 있을 때 조직력과 블로킹을 보완하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가격리에서 벗어난 산틸리 감독은 앞으로 본격적인 자신의 색깔 입히기에 돌입할 예정이다. 외국인 선수 비예나까지 가세하는 완전체 훈련은 다음 달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산틸리 감독 체제에서 첫 훈련을 겪은 주장 한선수는 "선수들의 기대가 크다. 본격적인 운동을 해봐야겠지만 좋아지면 좋아졌지,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새 감독을 향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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