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
우물 안 개구리
  • 오진원 논설위원
  • 승인 2018.10.0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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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숲에 진흙으로 덮인 우물이 있었다. 그 우물 속에는 개구리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개구리가 우물 위에 앉아 땀을 식히고 있는데 길 잃은 바다 거북 한 마리가 기어오는 것을 보았다. 개구리는 신이 나서 거북이를 불렀다. 

"빨리 오거라, 가엾은 거북아. 어서 와서 아름다운 내 낙원을 보렴."

거북이가 우물가 난간으로 기어 와서 고개를 빼고 우물 속을 들여디보니, 푸르스럼하게 썩어 있는 야트막한 물이었다.

개구리는 자랑스럽게 우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마 너는 지금까지 이런 즐거움을 누려 보지 못했을걸. 저녁 무렵이면 우물가에서 땀을 식히고, 밤에는 깨진 항아리 틈으로 들어가 잠을 자지. 물 위에 떠서는 달콤한 꿈을 꾸고, 진흙 위에서는 편하게 뒹굴지, 저 올챙이나 게 따위야 나의 즐거움에 비할 것이 못되지."

개구리는 입에 침을 튀기며 점점 더 신이 나서 지껄였다. "봐라, 여기가 전부 내 세상이다. 나는 나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 들어와서 한 번 구경하지 않겠니?"

거북이는 우물로 기어 들어갔다. 그러나 오른쪽 다리가 다 들어가기도 전에 왼쪽 다리가 꽉 끼어 버렸다. 할 수 없이 거북이는 몸을 돌려 개구리에게 말했다. "너는 큰 바다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니?"

개구리는 고개를 저었다. 거북이가 말했다. "나는 큰 바다에서 산단다. 큰 바닷물은 끝없이 망망하지, 수천 리 넓은 들도 비교가 안 된단다. 수만 길 되는 높은 봉우리도 바다 속에 집어넣으면 그림자도 보이지 않을 거야. 우 임금 시절에는 10년 동안 아홉 번이나 홍수가 났어도 바닷물은 한 치도 불어나지 않았고, 탕 임금 시절에는 8년 동안 일곱 번이나 가뭄이 들었어도 한 뼘도 줄지 않았지. 나는 큰 바다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유로이 떴다 가라앉았다 한단다. 큰 바다의 즐거움이 어떤지 알겠니?"

개구리는 눈만 끔벅거리며 입을 딱 벌린 채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은 견문이 좁고 고루하면서도 자기가 아는 것을 전부인 양 착각하는 사라을 가리키는 말이다. 자기 세계에 고립되어 현상에 안주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 

자기가 속한 사회, 자기가 속한 지역, 자기가 따르는 사상이나 이념, 자기가 믿는 종교만이 최고의 진리, 유일한 가치라고 믿는 사람도 우물 안 개구리다. 자기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긍지를 갖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만을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는 것은 자기 것  조차도 객관적으로 알지 못하고 제대로 아끼지 못하는 것이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기 세계를 가장 좋고 절대 유일한 세계로 생각하고 남들도 자기 세계에 들어오라고 강권하고 강요하는 것은 남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래도 개구리는 거북이의 얘기를 들어보고 더 넓은 세계에 놀라기라도 했다. 

이 이야기에서 유래된 고사성어가 좌정관호이다. 비슷한 성어로 용곤규천이 있다. 모두 식견이 좁아 깊은 도리를 알지 못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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