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워 먹는 맛이 가지각색 '불고기'
구워 먹는 맛이 가지각색 '불고기'
  • 진영동 기자
  • 승인 2020.06.22 0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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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불고기를 맛 본 것은 동네 식당 갈비 집에서 먹은 것이다. 우리 동네에서 제일 큰 고깃집이었던 그곳을 온 가족이 소풍 가듯 특별한 기분으로 갔던 기억이 난다. 

어린 입에도 달고 부드러우며 씹을 때마다 촉촉한 육즙이 배어 나오는 게 너무 맛있었다. 균일하게 구멍이 나 있는 불룩 솟은 불판을 달궈 양념한 고기를 얹고 불판 가장자리의 움푹 팬 홈에는 육수와 함께 채소, 당면 등을 넣고 바글바글 끓여 먹는 것이 바로 서울식 불고기다. 곱게 간 사과, 양파, 배와 간장, 설탕, 소금, 참기름, 후춧가루, 다진 파, 마늘 등을 섞어 만든 양념장을 얇게 저민 고기에 잠길 정도로 부어 하룻밤 정도 재운 뒤 양파, 버섯 등과 함께 구워 먹는다.

전라남도 광양 불고기는 이런 서울 불고기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고기 사이사이의 힘줄과 기름을 모두 떼어내고 살코기를 결 반대로 잘라 칼끝으로 자근자근 두드린다. 이것을 조선간장, 설탕, 참기름,깨, 소금, 다진 마늘, 파 등을 섞어 만든 양념장에 버무리는데 미리 재워두지 않고 상에 올리기 직전 살살 버무려 낸다. 따라서 고기 손질을 잘해야 양념이 짧은 시간에 골고루 배고 고기를 구웠을 때 부드럽다. 커다란 화로에 남도의 명산 백운산 참나무 숯을 담고 석쇠를 달궈 고기를 구어 먹는다. 

경상남도 언양 불고기는 광양과 서울의 중간 정도라 할 수 있다. 얇게 자른 고기를 손으로 찢고 간장, 소금, 설탕, 마늘, 참기름 등으로 양념장을 만들어 고기에 넣고 반죽하듯이 섞는다. 서울 불고기처럼 양념이 흥건하지 않고 광양 불고기처럼 양념이 적지도 않다. 점성이 생길 정도로 고기와 양념을 골고루 섞어 달군 석쇠에 기름을 살짝 바른 뒤 고기를 펼쳐 약한 불에 굽는다. 이때 고기를 뒤집지 않고 석쇠를 뒤집어가며 구워야 제맛이 난다.언양 불고기는 양념이 불에 직접 닿기 때문에 불기가남은  숯을 꺼내 훍을 덮어 만든 백탄을 사용한다.

비슷한 양념에 모두 냉동하지 않은 한우를 사용하지만 맛도 먹는 법도 이토록 다르다. 하지만 모든 불고기에 공통되는 법칙은 몇 가지가 있다. 불판은 충분히 달굴 것, 불판이 덜 달궈지면 고기가 들러붙고 천천히 익으면서 육즙이 빠져나간다. 또 고기를 자주 뒤집지 말고 고기위로 육즙이 물처럼 맺히면 뒤집어 육즙이 살짝 보일 때 먹는다. 속속들이 익은 불고기는 젖은 정이 씹는 것과 같으니 요령 있게 구워 먹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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