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전 못돌아가"…'탈세계화·큰 정부·양극화' 시대 온다
"코로나 이전 못돌아가"…'탈세계화·큰 정부·양극화' 시대 온다
  • 뉴시스
  • 승인 2020.06.29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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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본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경제주체 위험회피 강화…정부 역할 커진다
잠재성장률 하락 가속, 소득분배 악화 우려
디지털 경제 전환 관련 생산성 향상이 관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국내외 경제의 환경·구조적 변화로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가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는건 어려워졌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탈세계화, 디지털 경제 전환으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노동시장 양극화 심화, 소득분배 악화,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 등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가의 역할에 대한 국민 기대는 높아지면서 '큰 정부'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됐다.

29일 한은 조사국이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경제구조 변화와 우리 경제에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나타날 주요 환경 변화로 '경제주체 행태 변화', '탈세계화', '디지털 경제 가속화', '저탄소 경제이행 필요성 '증대 등이 지목됐다.

글로벌 공급망과 교역 등이 위축되는 탈세계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비대면 접촉 활성화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은 불가피해졌다는 진단이다. 각국에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산업과 일자리 보호를 위해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고, 지역주의는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위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이후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경제 주체들의 위험회피 성향, 자국우선주의 확대로 글로벌 교역 증가세가 둔화하는 흐름으로 경제구조가 바뀔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업구조도 인공지능(AI), 로봇,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제조업의 스마트화 촉진, ICT(정보통신기술) 서비스 확대, 저탄소.친환경, 바이오 헬스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반도체, 통신장비 등 ICT 상품교역 확대는 탈세계화가 교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어느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노동시장 양극화는 심화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은은 "신기술과 신규 일자리에 대한 구인-구직간 미스매치가 커지고 부문간 고용·임금 격차가 확대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산업 위주로 고용 창출이 이뤄지면 원격근무, 플랫폼 노동, 단시간 근로 등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반면, 숙박.음식 도소매 등 전통 서비스업과 판매직 고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가치사슬(GVC) 약화는 제조업 고용을 위축시킬 수 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 기술에 익숙지 않은 저학력 일자리 등 취약부문의 고용이 더디게 회복되면서 소득분배는 더 악화될 전망이다. 저소득층은 더 가난해지고,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늘어 소득 불평등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로 신흥국의 성장 동력이 약해지고, 중·저소득층 일자리와 소득이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다.

국가 재정의 역할은 강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사회안전망 강화, 디지털·저탄소 경제 전환을 위한 투자 등으로 각국에서 높은 수준의 재정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은 추락 위험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실업률 상승 장기화로 노동 투입이 둔화하고, 교역 위축세가 지속되면서 잠재성장률의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큰 정부'가 확산되면 투자가 공공부문에 보다 집중되기 때문에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떨어트릴 우려도 있다.

다만 ICT 산업 확대에 따른 생산성 향상이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를 늦추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만약 디지털 경제 관련 부문의 생산성 향상이 이뤄지면 파급효과가 전반에 미쳐 생산성 정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앞으로 저인플레이션 추세가 지속되겠지만 GVC 약화, 글로벌 유동성 누증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은은 "이번 위기로 실업과 소득 충격을 겪은 가계의 위험회피 성향이 강해지고, 미중 무역분쟁, 코로나19 등 불확실성 상시화로 기업의 과감한 투자도 힘들어 질 것"이라며 "변화의 진행 속도와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지만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더라도 가계, 기업, 정부의 행태가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길 기대하는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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