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쓰러질 것이라 했지만…최광근은 '포기'를 용납하지 못했다
모두가 쓰러질 것이라 했지만…최광근은 '포기'를 용납하지 못했다
  • 뉴시스
  • 승인 2018.10.1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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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네셔널 엑스포(JI EXPO)에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유도 남자 -100kg급 리우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최광근(백)과 이란 에산의 결승경기. 최광근이 상대에게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2018.10.10.
10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네셔널 엑스포(JI EXPO)에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유도 남자 -100kg급 리우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최광근(백)과 이란 에산의 결승경기. 최광근이 상대에게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2018.10.10.

"매트에서 넘어가 지는 것은 납득할 수 있지만, 도전하지 않고 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모두가 "경쟁하다 쓰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의지로 이겨내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양 무릎에 붕대를 칭칭 감고 매트에 섰다.  

 투혼으로 결승까지 올랐다. 하지만 결승까지 버텨줬던 무릎은 결국 탈이 났다. 그토록 원했던 장애인아시안게임 3연패를 눈앞에서 놓쳤다.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 유도 남자 100㎏급 결승에서 아쉽게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건 장애인유도의 간판 최광근(31·수원시청) 이야기다. 

 최광근은 10일 오후(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인터내셔널 엑스포(지엑스포)에서 열린 대회 유도 남자 100㎏급 결승에서 무사네자드 카르모즈디 에흐산(이란)에 지도패를 당했다.  

 2010년 광저우 대회, 2014년 인천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최광근은 아쉽게 3연패 달성에 실패했다.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값진 은메달이었다. 제대로 걸을 수도 없는 부상 투혼 속에서 일궈낸 메달이다.

최광근이 10일 오후(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인터내셔널 엑스포(지엑스포)에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 유도 남자 100㎏급 결승을 앞두고 붕대를 감은 무릎을 보여주고 있다.
최광근이 10일 오후(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인터내셔널 엑스포(지엑스포)에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 유도 남자 100㎏급 결승을 앞두고 붕대를 감은 무릎을 보여주고 있다.

최광근은 지난달 10일 대련 훈련을 하던 도중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전방십자인대와 내측인대가 모두 파열되는 큰 부상이었다.  

 장애인아시안게임을 불과 한 달 남겨놓은 상황. 최광근은 실낱같은 기대를 안고 병원 4, 5군데를 돌아다녔다. 가는 병원마다 "경기를 하다가 쓰러질 것"이라고 말하며 당장 수술을 받아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최광근은 장애인아시안게임 무대에 서기로 했다. 그는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고,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스스로를 믿었다"며 "나의 의지로 부상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고 전했다. 

 명예로운 3연패를 달성하고 싶다는 목표를 포기할 수 없었다. 더욱 이를 악물었다.

 최광근은 "강제로 재활을 하면서 훈련했다. 내가 매트에서 넘어가서 지는 것은 납득할 수 있었지만, 도전하지 않고 지는 것은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 무릎이 굽혀지지 않았지만 억지로 근육 보강을 했다"고 말했다.  

 현지에 와서도 주변으로부터 낙관적인 전망은 듣지 못했다. 대표팀 주치의는 최광근을 향해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대표팀 트레이너는 "절대 불가능한 상황인데 네가 하고자 하는 의지가 너무 강해 어쩔 수 없이 도와줬다"고 했다. 

 그래도 최광근은 매트 위에 섰다. 아픈 무릎을 이끌고 준결승에서 마쓰모토 요시카즈(일본)을 꺾고 결승 무대까지 올랐다.

10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네셔널 엑스포(JI EXPO)에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유도 남자 -100kg급 리우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최광근(백)과 이란 에산의 결승경기. 최광근이 상대에게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2018.10.10
10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네셔널 엑스포(JI EXPO)에서 열린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유도 남자 -100kg급 리우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최광근(백)과 이란 에산의 결승경기. 최광근이 상대에게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2018.10.10

3연패를 눈앞에 둔 상황이었지만 최광근은 오른 무릎 때문에 제대로 기술을 시도하지 못했다. 주특기인 허리 감아치기도 할 수 없었다. 결국 승부는 연장까지 갔고, 최광근의 무릎은 더 이상 버텨주지 않았다.  

 최광근은 "경기 초반에 시도하려고 했는데 무릎에서 우두둑 소리가 나더라. 두 번 정도 그랬는데 연장에 돌입하고 무릎이 돌아갔다. 힘이 주어지지 않더라"며 "연장에서 정신력은 살아있었고, 상대가 지친 것이 느껴졌다. 체력은 문제가 아니었다. 다리를 움직이려고 하면 머리에서 안된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최광근은 결국 패배했다. 패럴림픽, 장애인아시안게임을 통틀어 처음 당해보는 패배였다. 경기를 마치고 붕대를 모두 푼 최광근은 오른 다리를 절뚝거렸다. 

 최광근은 "심한 부상에도 여기까지 와서 은메달이라는 소중한 메달을 갖게 돼 기쁘다. 국제종합대회에서 처음으로 패배의 맛을 봤다. 이제 마음이 편해졌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스스로를 달랬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아쉬움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대회를 마치고 귀국하면 최광근은 곧바로 수술대에 오를 계획이다. 처음 국제종합대회에서 맛 본 패배는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최광근은 "이번 대회를 준비 기간이 나를 성장하게 만들었다. 곧바로 수술을 받을 것 같은데 재활에 전념해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이겠다. 2020년 도쿄 패럴림픽에서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꼭 3연패를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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