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박원순 의혹 묻는 취재진에 "XX자식 같으니"
이해찬, 박원순 의혹 묻는 취재진에 "XX자식 같으니"
  • 뉴시스
  • 승인 2020.07.1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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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 빈소 조문…버럭 후 불쾌감 보이며 떠나
"그걸 예의라고 질문하느냐…최소한 가릴 게 있다"
與, 당차원 조사 계획 없이 추모 일색 "사자 명예"
조문 온 與 의원들도 "가신 분 명예 존중해드려야"
2차 가해 우려 "추모만 할 뿐 피해 여성 고통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취재진이 입장을 묻자 욕설까지 하며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표시했다.

이 대표는 이날 낮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박 시장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기자들이 '고인에 의혹이 불거졌는데 당차원에서 대응할 계획인가'라고 묻자 곧장 "그건 예의가 아니다. 그런 것을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질문)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 대표는 이어진 '유가족들에게 뭐라고 위로 말씀을 하셨냐'는 질문에도 "최소한도 가릴 것이 있고"라며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어지는 질문에도 입을 굳게 다문 채 취재진을 쏘아보며 장례식장을 떠났다. 그러면서 낮은 목소리로 "XX자식 같으니라고"라고 했다.

현장에 있던 민주당 지지자로 추정되는 유튜버들은 "일베들 죽어라", "기자들 질문 똑바로 하라"며 고함을 쳤다.

앞서 이 대표는 박 시장에 대해 "저와는 70년대부터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40년을 함께해 온 오랜 친구다. 친구가 황망하게 떠났다는 비보를 듣고 참 애석하기 그지없다"며 "그동안 불모지였던 우리 사회의 시민운동을 일궈내고 서울시 행정을 맡아 10년 동안 잘 이끌어왔는데 이렇게 황망하게 떠나니 애틋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앞으로도 박 시장의 뜻과 철학이 잘 살아날 수 있도록 나라를 위해서, 서울시를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뒷받침하도록 하겠다. 안타깝다"고 고인을 애도했다.

그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고인(故人)은 저와 함께 유신시대부터 민주화 운동을 해온 오랜 친우(親友)"라며 "성품이 온화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의지와 강단을 갖춘 외유내강한 분이었다"고 박 시장을 추모했다.

당시 이 대표는 감정이 북받친 듯 모두발언 시작 전에 한동안 말을 삼키기도 했다. 이 대표는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지는 박 시장의 장례에 공동장례위원장을 맡고 싶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추모와 애도의 분위기 속에 고인에게 제기된 성추행 의혹에 대해선 침묵한 채 말을 아끼고 있다.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당 차원의 조사 계획은 없으며 관련 의혹은 경찰에서 밝혀낼 몫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앞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직원 성추행 의혹 등 연이어 당 소속 광역단체장들 사건이 터졌음에도 별다른 사과 표명 없이 추모로 일관하는 상황이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자 명예가 있는 부분이라 섣불리 말하기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며 "오늘은 추모하는 이야기만 두 대표(이해찬·김태년)가 하기로 얘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빈소를 찾은 민주당 의원들도 언급을 피하는 모습이다. SNS에서도 고인에 대한 추모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2차 가해'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송영길 의원은 조문 후 만난 기자들의 질문에 "단 한사람하고도 (박 시장과) 고민을 나눠본 사람이 없다"며 "당내에 어디든 간에 이 고민을 나눴던 사람을 찾을 수가 없지 않나. 박홍근, 기동민 의원조차도 전혀 몰랐다고 한다. 너무 황망하다"고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김두관 의원은 "나는 들은 바가 없어서 뭐라 말씀드릴 입장이 못 된다"며 "(이미) 고인이 됐는데 법적으로 공소권이 없는 것으로 정리됐다. 언급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그 부분은 내가 알지 못하는 부분이고 또 고인이 되신 분이니까 가신 분의 명예를 존중해드리는 게 도리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언론도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

홍익표 의원만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꼭 박원순 시장이 그렇다, 이런 것을 떠나서 고위공직자, 광역자치단체장이라든지, 국회의원이라든지, 또는 고위공직자 누구라도 개인의 도덕적인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며 "그게 어떤 성적인 관련 문제라든지, 또는 최근에 부동산 문제까지도 불거진 것처럼 개인 처신의 문제는 국민의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하는 것을 우리가 유념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라고 에둘러 말했을 뿐이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이와 관련,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페이스북에 "모두가 고인을 추모할 뿐, 피해 여성이 평생 안고 가게 될 고통은 말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고소가 사람을 죽인 것 같은 트라우마에 갇힐 것이 걱정된다. 무엇보다 앞으로 벌어질 광경 앞에서 외롭지 않기를 빈다. 당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애도의 메시지도 균형을 맞췄어야 한다"며 "피해자도 중요하다는 측면을 고려했어야 한다"고 했다.

박 시장은 지난 9일 실종 신고가 접수된 뒤 경찰이 수색에 나섰지만 서울 성북구 북악산 성곽길 인근 산속에서 7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 시장은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 시장 고소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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